해외로 수출된 국산 중고차량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조되어 분쟁지역 특히 시리아와 리비아, 이라크 등에서 사용되고 있고 외신을 통해 이러한 모습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포터와 봉고 같은 1.5톤 트럭의 화려한 변신은 군사마니아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가난한 군대 혹은 게릴라의 상징으로 불리는 테크니컬 비클(Technical Vehicle)에 대해 소개한다.

 

차드-리비아 전쟁 당시 토요다 픽업트럭으로 이동 중인 차드 군의 모습. (출처 : commons.wikimedia.org/wiki/Toyota wars)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에서 1982년에 선보인 특수부대용 전술차량. 사우디와 오만에 일부 차량이 수출되기도 했다.

(출처 : www.carstyling.ru/en/entry/Oto_Melara_R_2_5_Gorgona_1982/images/3571/)

 

토요타 전쟁
지난 1986년부터 1987년까지 차드와 리비아가 벌인 국지전쟁은 토요타 전쟁(Toyota War)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 소련제 전차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리비아군을 상대로 전차는 고사하고 변변한 장갑차 한 대 없던 차드군이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차드군 승리의 비결은 바로 토요타 픽업트럭을 이용한 게릴라전이었다.
물론 당시 서아프리카의 종주국 노릇을 하던 프랑스의 군사적 개입도 리비아가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 중의 하나다. 당시 프랑스는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으로 리비아군의 진격을 차단하고 기계화부대의 기동에 제약을 가했다. 하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토요타 픽업트럭을 이용한 게릴라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 차드군은 토요타 픽업트럭에 중기관총과 대전차무기, 로켓 등을 싣고 다니면서 게릴라전을 벌였고 기습효과를 극대화 하면서 리비아군을 각개격파 했다. 이렇게 다양한 공격수단으로 활용되던 토요다 픽업트럭은 차드군이 총 공세로 전환한 이후에는 수많은 병력과 보급물자를 가득 싣고 차드군 반격의 선봉으로 활약했다.
차드군의 맹렬한 반격에 큰 피해를 입은 리이바와 반대로 리비아의 침공을 저지하고 반격에 성공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차드가 서로 휴전에 합의 하면서 1987년 9월 전쟁은 끝났다. 전쟁이 끝난 이후 토요타 픽업트럭의 효용성은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토요타 전쟁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지프에서 픽업트럭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마(騎馬) 아니, 성능 좋은 사륜구동 차량을 활용해 전투에서 승리한 사례는 전사(戰史)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제 윌리스 지프를 개조해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친 영국의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는 차량을 활용한 게릴라전의 원조이자 교과서로 불린다. 이후 미국과 영국, 구소련 등은 특수차량을 활용한 수색 및 정찰, 기습 등에 특화된 특수부대를 편성해 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요타 전쟁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과거 세계 각국 특수부대의 전유물이었던 차량게릴라전 혹은 차량유격전이 아프라카와 중동 등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군대 혹은 반정부세력과 게릴라들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성능 좋은 사륜구동차량은 거의 대부분 군용 차량이었고 민수용 차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민수용 차량 중에서도 성능 좋은 사륜구동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심이나 사막이나 평원과 같이 평탄한 지역에서는 사륜구동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도 일정수준 이상의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들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내전 중인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지역에서는 정규군과 반정부군 혹은 테러단체가 상용 트럭이나 SUV 등을 개조해 전투에 활용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테크니컬로 활용되고 있는 현대 2.5톤 트럭의 모습
(출처 : milinme.wordpress.com/2013/01/26/civil-war-in-syria-13-the-syrianarmy-hyundai-fleet/)

 

테크니컬 명칭의 유래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니컬 비클 혹은 테크니컬이라는 명칭은 1990년대 소말리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당시 소말리아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을 펼치던 국제 구호단체들은 현지경호, 치안유지 등 다양한 이유로 현지 반정부 무장세력에게 현금을 전달했고 공식적으로 이 돈은 ‘기술 원조자금(Technical Assistance Grants)’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돈은 현지 반정부 무장세력이 각종 무기와 차량을 구입하거나 개조하는데 사용되었고 현지에서 활동하던 유엔 평화유지군은 이들이 타고 다니던 개조된 SUV와 픽업트럭 특히 구소련제 DShk38 혹은 M2 중기관총을 설치한 차량을 테크니컬로 불렀다. 이후 제3세계 반정부 무장세력 혹은 게릴라들이 사용하는 개조된 민수용 SUV 혹은 픽업트럭이 지금까지 테크니컬로 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장트럭을 의미하는 건트럭(Guntruck), 건웨건(Gunwagon), 배틀웨건(Battlewagon) 등으로도 불리고 있지만 아직 테크니컬만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테크니컬은 SUV나 트럭 같은 상용 차량에 각종 중화기를 설치한 개조차량을 뜻하며 비정규전에서는 오히려 높은 비용대비 효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지역에 수출된 포터, 봉고 등 국산 1.5톤 트럭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잔고장이 없고 차체가 워낙 튼튼해 각종 중화기를 적재해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덤프트럭의 화물칸에 로켓을 장착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으로 활용한 모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초기의 테크니컬이 차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중기관총이나 대전차미사일로 무장한 반면 최근의 테크니컬은 대구경 중기관포 혹은 로켓에서 지대지 미사일까지 탑재하기 때문에 차대가 튼튼하고 적재함이 큰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슬람 테러단체 다에쉬(Da'esh 혹은 Da'ish)에 의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으로 개조된 국산 덤프트럭
(출처 :
www.al-sharq.com/news/details/326797)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사제 지대지 미사일과 발사차량의 모습. 국산 덤프트럭을 개조해 발사대로 활용하고 있다.
(출처 : twitter.com/Sarbarzi/status/734008166728486913)

 

이슬람 테러단체 다에쉬(Da'esh 혹은 Da'ish)의 병력수송차량으로 개조된 국산 트럭. 화물칸에 중기관총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출처 : www.vosizneias.com/)

 

이라크 북부에서 이슬람테러단체 다에쉬에 의해 개조된 국산 1.5톤 트럭. 차대가 튼튼해 ZU-23-2 대공기관포를 적재, 운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출처 : www.vosizneias.com/)

 

테크니컬의 미래

세계 각국의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 되면서 이제 시가전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장(戰場)환경의 변화로 인해 게릴라전 혹은 국지전은 물론 대규모 전면전에서도 테크니컬과 같은 개조차량의 효용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먼저 획득 비용이 저렴하다. 장갑수송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군의 험비가 대당 약 19만 달러, 우리 돈 2억 2500만원 (2011년 미 육군 납품가 기준) 수준인 반면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들이 사용하고 있는 국산 포터 트럭의 경우 개조비용을 포함해도 약 400달러, 우리돈 475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잔고장이 없고 전 세계 중고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 딜러들 덕분에 어떤 차량의 부품이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테크니컬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15년 가을, 미국 정부가 일본 토요타 본사에 이슬람 테러단체 다에쉬(Da'esh 혹은 Da'ish)에 어떻게 토요타 SUV와 픽업트럭이 흘러 들어갔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동지역 주요 분쟁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국산 중고차량의 경우 대부분 중동 중고차 시장의 허브인 요르단을 거쳐 육로로 시리아, 이라크에 반입되거나 리비아와 이집트와 같이 직접 수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대부분의 경우 거래장부 혹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테크니컬은 일반 민수용 차량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확보가 쉽고 잔고장이 적으며 비용대비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효용가치가 높다고 해서 정규군 제식 장비로 편입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세계 각국의 반정부군이나 게릴라, 테러단체가 아닌 이상 굳이 테크니컬을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낮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그 한계가 분명한 만큼 과거 토요타 전쟁과 같은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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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이 2016.06.12 1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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