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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따라 1500km 안보대장정] 해군 3함대 남해 수호신이 호령하는 과거 현재 미래 안보 요충지 - 전남 목포·진도·고흥

[해안선 따라 15000km 안보대장정]

해군 3함대 남해 수호신이 호령하는 과거 현재 미래 안보 요충지 - 전남 목포·진도·고흥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입니다.(若無湖南 是無國家)”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이순신 장군은 왜적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호남 지역 민초들의 공을 치하하는 동시에 호남, 즉 지금의 전남 지역이 군사·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주목했다.

전남, 그리고 남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비단 이순신 장군만이 아니다. 일찍이 장보고 대사는 전남 완도 지역에 청해진을 세우고 해상권 장악에 나섰다. ‘대양 해군’의 시작점이 바로 남해다.

 

해군3함대사령부 기지전대 장병들이 사령부 내 대공소초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북아 시대  요충지이자 경제 대동맥

 
남해의 중요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한민국 해상 물동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남해다. 동북아 시대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이며 우리 해군이 대양을 향해 뻗어나갈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목포, 울산, 부산, 광양 등 남해에 있는 주요 항구는 전기, 전자, 화학, 기계 등 각 산업의 생산품들이 해외로 나가는 곳이다. 또 한빛·고리원전, 광양제철 등 국가 주요시설도 있다. 자원의 보고이자 해양 진출의 요충지인 이어도도 남해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우주산업’의 메카 나로우주센터 역시 전남 고흥에 있다.

현재 남해를 지키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는 바로 해군3함대사령부가 있는 목포다. 목포의 군사적·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은 남해의 그것을 압축하고 있다. 따라서 목포와 남해를 지키는 3함대 역시 그 역할이 막중하다. 해군은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7년 3함대를 부산에서 목포로 이전했다.

 

해군3함대사령부 3해상전투단 장병들이 함정을 정박하기 위해 홋줄을 던지고 있다.

 

해군3함대, 해안선 4200㎞ 관할


3함대는 현재 우리 해군의 전체 책임해역의 53%를 차지하는 광활한 구역을 지키고 있다. 목포 등 전남 일대는 물론이고 제주도, 이어도, 울산에서 영광까지 3함대가 관할하고 있는 해역의 해안선 길이만 약 4200㎞에 달한다. 면적은 무려 20만 ㎢다.

3함대가 관할하는 남해의 작전환경은 조금 특이하다. 대한민국 내 존재하는 3000여 개의 섬 가운데 2800여 개가 3함대의 관할구역이다. 그만큼 해안선도 아주 길고 복잡하다. 3함대는 이런 특성에 맞춰 해상 전투작전을 수행하는 해상전투단과 해상 감시임무를 수행하는 조기경보대대, 전투 군수지원 및 기지방호를 담당하는 지원전대들로 구성됐다. 주요 항구와 많은 섬, 너른 바다를 지켜야 하는 3함대 장병들은 1200여 년 전 청해진 수군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임무완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떤 도발에도 즉각 대응…최상 전투태세 유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고속정은 함대에서 가장 신속하게 임무에 나설 수 있는 함정입니다. 항상 긴급출항에 대비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전역하는 날까지 이곳 목포항과 남해를 수호하겠습니다.”

 

지난 18일 3함대 부두에서 만난 3해상전투단 참수리-297호정 고성록 일병은 이곳에서 복무하는 의미와 각오에 대해 이렇게 힘줘 말했다. 이날 3함대는 ‘재난대응 안전한국’ 기간을 맞아 훈련 준비에 한창이었다. 내리쬐는 늦봄의 햇살 속에서 장병들은 또 다른 임무를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3함대는 ‘평소 흘린 땀 한 방울은 전시에 피 한 방울’이란 신념으로 항시 최상의 작전임무수행을 대비하는 전투부대입니다. 상황별 특성에 맞는 교육체계 확립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하고 있지요. 특히 어떤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전투태세 유지와 해상·공중을 망라한 입체전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적극적인 피해복구 및 구조 지원작전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죠.”

기자를 안내한 3함대 공보과장 신한솔 중위의 설명이다.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요충지인 남해와 목포를 지키는 3함대 장병들의 각오는 대단했다. 남해를 수호하는 대표 부대라는 자부심도 넘쳐났다. 곽태준(대위) 참수리-297호정 정장은 “목포와 남해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내가 항상 최일선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언제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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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작전임무수행 대비태세 완비

1200여 년전 청해진 수군이 그랬듯 국민의 생명·재산 지키기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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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우주센터 앞에 세워진 나로호 모형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빛나고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의 메카서 '국방의 미래' 꿈꾸다

 

“우주과학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고 이는 우리 국방에도 적용된다. 전남 고흥에는 이런 국방의 미래인 우주과학의 메카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나로우주센터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12년 뒤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디디면서 개막된 우주시대. 처음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우주과학은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국방 분야도 우주과학을 응용한 각종 기술들이 접목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우주과학은 세계 모든 나라의 목표가 됐지만 우리가 우주로 뛰어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990년 본격적으로 우주과학 기술 개발에 나선 우리나라는 20여 년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5위권 지구관측 위성기술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2013년 나로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주발사체 개발국 대열에 합류했으며, 발사체 자력 개발과 달 탐사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국방력을 갖춘 국가다운 우주과학기술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나로호 발사 후 3년. 이제 우리나라는 순수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내년 12월 국산 위성로켓인 한국형 발사체 KSLV-Ⅱ를 시험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엔진 시험설비 구축을 완료했고 내년에는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75톤급 액체엔진에 대한 시험발사를 진행한다.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본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우주기술 개발 자립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탐사사업도 이뤄질 것이다.

지난 17일 늦은 밤 도착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청명한 밤하늘 위로 총총히 떠 있는 무수한 별.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의 미래인 고흥의 하늘은 별을 향해 날아갈 우리의 발사체를 꿈꾸게 하는 알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진도타워·전라우수영 관광지 ··· 볼거리 '풍성'

날카로운 바다의 노래가 귓가를 맴돌았다. 빠른 물살이 암초에 부딪히며 만드는 거센 소용돌이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좁은 협수로는 예부터 ‘바다가 소리 내어 우는 곳’이란 뜻의 ‘울돌목’이라고 불렸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설적인 승전지인 명량(鳴梁)의 우리말 지명이다.

 

전라우수영 국민관광지 전경

 

울돌목을 사이에 둔 해남반도와 진도는 현재 진도대교로 이어져 있다. 진도대교에는 보행자들이 걸어 건널 수 있는 인도가 마련돼 있다. 이 인도를 따라 다리를 반쯤 건넌 뒤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울돌목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7일 전남 진도군 진도타워 위에서 바라본 울돌목의 전경.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타워 사이로 울돌목 특유의 소용돌이 조류를 볼 수 있다.


진도대교 바로 옆에는 울돌목의 굽이치는 소용돌이를 굽어보는 거대한 동상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상이다. 울돌목과 이순신 장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명성을 널리 떨친 명량대첩의 무대가 바로 울돌목이기 때문이다. 급히 정비한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은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일본 수군은 더 이상 보급로를 확보할 수 없었고 육지에서 승승장구하던 지상군 역시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명량대첩은 단순한 전투의 승리를 넘어 전쟁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다.

울돌목 주변은 이런 이순신 장군의 승전을 기리는 전적지로 가득하다. 특히 2014년 영화 ‘명량’의 성공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났다. 진도대교를 사이에 두고 해남에는 전라우수영 국민관광지가, 진도에는 진도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전라우수영 국민관광지 앞은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위한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관광지 안은 울돌목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에 충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비와 사당을 비롯한 각종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유물전시관에는 명량대첩 해전도와 거북선 실제 모형과 절개 모형, 판옥선 모형, 무기 등이 전시돼 있다. 공원 안 전망대로 올라가면 울돌목의 거친 물살을 내려다볼 수 있고 객사·토성 등 각종 전적지도 살펴볼 수 있다.

진도대교 너머 왼쪽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진도타워가 있다. 지상 7층, 최고높이 60m에 달하는 진도타워는 명실상부한 울돌목의 랜드마크다. 7층 전망대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면 울돌목 바다는 물론 진도 사방과 여러 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타워 밖 광장에는 명량대첩의 승전을 기리는 조형물이 있고 뒤로는 남동쪽 바다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도대교에서 바라본 진도타워.

 

진도타워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오간다. 휴가를 이용해 약혼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현주(여) 씨는 “해군 출신 남자친구가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와 보자고 해서 들렀다”며 “영화로만 본 장소를 실제로 둘러보니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도타워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분들 외에도 단체관광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로 주차장이 북적인다”고 전했다.

진도타워 옆으로는 녹진관광지가 펼쳐져 있다. 진도대교 아래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다. 울돌목의 신비로운 소용돌이를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30m 규모의 대형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다. 녹진관광지를 따라 걷다 보면 판옥선 전시장과 울돌목 광장까지 닿을 수 있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판옥선에는 당시 조선 수군의 복장과 무기 등 아이들에게 유익한 사료가 전시돼 있다. 울돌목 광장에서는 매주 주말 오후 주말장터가 열리니 때를 맞춰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진도 벽파진에 세워진 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


진도대교를 지나 도로를 따라 10여 분 달리다 보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는 진도 벽파진에는 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가 세워져 있다. 벽파항 앞 완만한 돌산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비문이 우뚝 서 있다. 1956년 진도군민과 교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세웠다는 이 전첩비에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 글을 짓고 소전 손재형 선생이 글씨를 쓴 비문이 새겨져 있다.

울돌목에 불어오는 ‘바람의 노래’는 ‘칼의 노래’이기도 하다. 민족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울돌목 탐방 끝에서 본 이충무공벽파진전첩비의 문구가 우리 안보의 과거를 찾아 떠난 여정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듯했다. “푸른 바다여 너는 영광스러운 역사를 가졌도다. 민족의 성웅 충무공이 가장 외롭고 어려운 고비에 빛나고 우뚝한 공을 세우신 곳이 여기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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