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장비의 무인화

 

현대의 군용기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누가 뭐래도 무인항공기임에 틀림없다. 최첨단 원격조종기술 및 통신기술과 아울러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이미 무인항공기로 정찰은 얼마든지 할뿐만 아니라 지상공격까지 가능한 수준까지 와있다. 현재 누가 뭐래도 이 분야에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자, 무인항공기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임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대공무기 감시에서부터 레이더기지 탐지, 적 주력부대 집결지 확인 등 위험한 임무들이 차례로 무인기의 몫으로 돌려졌다. 1991년 걸프전을 겪고 난 후, 급기야 미군은 진짜 제대로 된 무인정찰기를 만들기로 했고 불과1년 만에 무인정찰기인 프레데터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이놈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혼자 이륙해 30시간 가까이 비행할 수 있고, 행동반경이 900km에 이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프레데터는 무인공격기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명의 조종사와 한명의 정찰요원이 같이 조종하는(물론 멀리 떨어진 지상기지에서) 프레데터는 2001, 헬파이어 미사일을 달고 날아올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던 알카에다 간부를 저승길로 인도했는데, 당시 프레데터를 조작하던 CIA요원은 쿠웨이트의 안전한 미군기지 내에서 커피를 마셔가며 노트북을 이용해 공격을 성공시켰다.

 

 

 정찰형 프레데터. 현재 미군중고도 전술정찰장비의 핵심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미군은 아예 프레데터의 공격형 버전을 내놓게 된다. 바로 “MQ-9 리퍼(Reaper)"란 녀석이다. 리퍼의 성능을 대충 살펴보면, 외부에 최대 약 1.5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데 8발의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의 JDAM폭탄, 2발의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등이 그것들이다. 이 같은 무장을 만재하고도 1회 출격으로 20시간이상 비행하며 16개의 목표물에 대해 정밀폭격을 가할 수 있다. 기체 대당 가격도 700만 달러 정도로 F-161/5정도 가격이며, 무엇보다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군으로서는 리퍼의 존재가 복음과 같았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리퍼에게도 약점이 존재하는데 우선 제트엔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그리고 제아무리 채공시간이 길다 하더라도 공중급유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며, 지상에서 조종하는 관계로 공대공전투는 무척 제한적이다. 다시 말해 리퍼가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제공권장악이 필수적이라는 얘기이다. 아무튼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무인항공기의 위력은 우리 공군에 있어 향후 전력증강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퍼는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었다.

 

헬파이어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을 장착한 리퍼. 미군은 대지공격의 핵심병기로 리퍼를 활용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글로벌호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웬만한 인공위성보다 성능이 낫다고 하는 글로벌호크는 그 동안 미군이 사용하던 U-2 정찰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고도 18Km의 초 고공에서 최첨단 탐지장비를 이용하여 반경 200Km의 이동목표물도 탐지할 수 있으며, 야간에도 전자광학/열영상장비를 이용해 28Km까지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적 규모분석 및 폭격 후 사후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최대 36시간의 비행시간과 22,780Km의 항속거리능력은 타 항공기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과거 한국공군은 독자적인 정찰시스템의 부재와 전시작전권환수에 대응하여 두 차례 걸쳐 미국에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MTCR(MCTR : 한미간 미사일 기술 통제 협정. 무인항공기(UAV)는 이상하게도 미사일로 분류 되어 있다)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미국은 한국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바꿔, 글로벌호크 블록30 4기를 판매하기로 최종 결정 하였다. 대당가격이 5,000만 달러 내외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정지궤도위성 하나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장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찰기는 이렇게 큰 것만 있는데 아니다. 미 해병대가 운용중인 “Raven" 정찰기는 손으로 모형비행기 날리듯 날리면 되는데, 언덕너머에 매복하고 있는 적을 탐지하는데 아주 요긴하다고.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대활약한바 있다.

이외에도 미국 보잉사는 X-45, 노드롭 그루먼사는 X-47이라는 무인전투기를 개발 중에 있다. 이 두 무인전투기는 앞서 언급한 MQ-9과는 차원이 다른(MQ-9 성능도 엄청난데...) 개념의 전투기이다. , 본격적인 공대공, 공대지 전투가 가능한, 스텔스 설계가 가미된 무인전투기인 것이다. 두 기체 모두 시험비행에 성공했으며, X-45GPS 유도폭탄 투하실험까지 성공리에 마친바 있다. X-47은 함재기로써 항공모함에서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에 있다.

 

글로벌 호크 무인 정찰기. 우여곡절 끝에 한국공군에 인도되기로 했다. 글로벌호크가 전력화 된다면, 한국군의 대북감시체계는 지금보다 훨씬 진일보할 전망이다
 

 

미 해병대가 운용중인 레이븐. 현재 이와 유사한 장비는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다

 

 

미국의 X-47. 최근 항공모함 이착함 테스트를 마쳤다. 어째 미 해군은 F-35보다 이놈에 더 관심이 있는 눈치이다

 

이번엔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유럽 또한 만만치 않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스페인과 공동으로 바라쿠다라고 불리는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요즘 들어 스위스도 참여하고 싶은 눈치던데, 유럽의 EADS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외부적 특징으로는 레이더 스텔스 설계를 적용하였으며, 독일 같은 경우 토네이도 전투기의 수색형의 대체기로 개발 중에 있다. 바라쿠다는 현재 일종의 개념 실증기의 성격이 강한데 그래도 300Kg의 장비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요즘 들리는 말에 의하면 비행실험 중 추락하여 계획자체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그래서일까? 독일은 훨씬 현실적인 대안을 찾게 되는데, "Taifun" 소모성 공격무인기가 바로 그것이다. Taifun 소모성 공격무인기는 소형 엔진을 사용하는 관계로 속도는 시속 200Km로 비교적 느리지만, 4~5시간동안 공중에 머물면서 반경 200Km 이내 적의 대공미사일시스템, 전차, 보병전투차등의 고가치 목표를 발견하면, 자동적으로 목표를 분석해 피아를 판단한 후 스스로 목표에 격돌함으로써 공격을 수행하게 된다. 현대판 무인 가미가제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의 소모성 공격무인기를 이스라엘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 대 레이더 공격기인 "HARPY"와 이를 개량해 범용성을 확대한 “HAROP”이 그것들인데, 특히 HAROP의 경우 한국공군의 중기 소요에 따라 직접 도입했다. 국내에는 2010년경에 수입되었는데, 현재 이스라엘제의 “Searcher” 무인기도 운용하고 있어 무인기 분야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각별한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다.

 

 

 

개념실증기의 성격이 강한 바라쿠다. 하지만 미래는 밝은 편이 아니다 

 

 

HARPY () 레이더 공격기의 실험장면. 2,000개가 넘는 북한의 대공미사일 기지를 감안할 때, 이들을 무력화 할 매우 요긴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스웨덴 역시 세계 굴지의 항공기제작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는 스텔스성을 중시해 후퇴익을 가진 블랜디드윙 형태의 “Raven" 실험기(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Raven과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별개의 기체)로 실험을 실행 중에 있다. 실험기이기 때문에 아직 무장탑재능력은 없지만 이미 2003년에 첫 비행에 성공하였고, 이륙에서부터 착륙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으로 비행을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CORAX"라는 장거리 무인정찰기도 개발 중에 있다. 프랑스의 Dassault사는 그야말로 야심찬 무인공격기 “Neuron"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Neuron 무인전투기는 Dassault사를 중심으로 스웨덴 Saab, 이탈리아의 Alenia, 스페인의 EADS Casa, 스위스 RUAG, 그리스 HAI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유럽 공동개발 무인전투기이다. 2003년부터 본격개발에 들어가 2005년 파리 에어쇼에서는 목업(Mock Up)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여러 메이커가 참가한 탓에 요구사항 변경, 작업분담교섭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지지부진한 진행속에서 현재 일부 개발파트너가 탈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역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Dassault사는 과거 유로파이터개발에 참가했다가 탈퇴해 단독으로 라팔을 개발한 바 있는데, 어째 이번에도 돌아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Neuron의 성능 데이터는 굉장하다. 스텔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에 무장을 장착하고, 1t의 공대지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프랑스 DassaultNeuron 개념도. 계획은 야심찬데 실속은....

 

이상으로 무인장비들을 주마간산 격으로 한번 살펴보았다. 역시 미국이 두세 걸음 쯤 앞서가 있고, 유럽과 이스라엘이 그 뒤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단순한 저가형 무인정찰기의 기술적 수준이란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서, 북한만 하더라도 일정 코스를 돌며 사진을 촬영하는 수준의 무인정찰기는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더욱 광범위한 무인기의 범용성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능력, 적 대공망에 걸리지 않는 기술 등인데, 이런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자본의 투자가 성패를 가르므로 아직 선진국의 상대는 아니다. 다만 아직 무인장비의 한계가 엿보이는데, 아직까지 대부분의 장비들이 사람이 조종하는 원격조종형태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판단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같은 경우 대충 2020년경이면 충분한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은 크나큰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고, 그 파급 효과는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개발에 있어서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2005년에 나온 영화 스텔스는 인공지능을 갖춘 무인전투기가 번개를 맞아 인공지능이 살짝 맛(?)이 가면서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이겠거니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가 현실이 된 예가 한두 가지인가? 특히 SF영화에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사람만이 기계를 다룬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기계가 기계를 다룬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기도 하고 대략 정신이 아득하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에 의해 스스로 판단해 공격하는 무기들은 도덕적인 문제를 전혀 배제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쟁이란 서로를 파괴시키는 것 이지만, 사람의 판단이 배제되고 기계가 그 일을 대신한다면 그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돈 있는 나라들은 기계로 때우고 돈 없는 나라들은 몸으로 때운다는........양극화가 발생한다.

 

 무기의 무인화에 따른 한국군의 발전방향

 

사실 무인장비의 활용이라는 면에서 대한민국도 후진국은 아니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 있어서는 솔직히 깜짝 놀랄 정도다. 무인정찰기의 경우 이스라엘에서 들여온 것도 잘 쓰고 있고, 우리가 만든 것도 여러 종류 있으며 성능도 꽤 괜찮은 편이다. 또 그렇게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인병기에 대한 감각도 있는 듯하다. 게다가 무인병기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항공기와 지상 장비도 국산화가 비교적 활발한 상황이고, 로봇에 관한 기술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올라와있다. 다만 한 가지 사족을 달고자 한다. 무릇 모든 기술개발은 단계가 있는 법. 절대 기술이라는 것은 다음단계로 한 번에 점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어떻다, 일본이 어떻다이런 것을 떠나 실현 가능하고, 미래의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심지를 갖고 로봇기술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IT강국, 이럴 때 빛이 나야 진짜 IT강국이다.

 

 

국내에서 개발 된 틸트로터형 무인기. 국내의 무인항공기 기술력도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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