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 때마다 톱질하는 소리와 비슷 무게 가볍고 분당 1200발 경이적 발사속도
새로운 기술접목… 다목적 기관총의 효시
1944년 이탈리아 전투 당시 피렌체에서 연합군을 향해 MG42를 발사하고 있는 독일의 낙하산 부대원들. 책미래 제공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MG42 기관총.책미래 제공 |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기관총은 중기관총과 경기관총 두 가지가 있었다. 중기관총으로는 비커스·맥심·브라우닝이 있었는데 모두 연속 사격으로 올라간 총열 온도를 냉각수를 이용해 낮추는 수랭식이었다.
중기관총은 공격할 때 아군을 지원하거나 반대로 적이 공격해올 때 방어하기 위해 사용했다. 주로 삼각 거치대에 올려놓고 발사했는데 냉각기는 수랭식이어서 크고 무거웠다. 게다가 물이 모두 증발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기관총을 냉각시키기 위해 전투 중에 그 위에 소변을 보는 웃지 못할 일도 때때로 일어났다.
탄환은 250발짜리 탄띠로 엮어 큰 상자 안에 넣었다. 개략적인 구성은 냉각기통·탄띠·삼각대 그리고 총으로 돼 있어 한 사람이 모두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덩치가 워낙 커 은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참호를 파서 그 안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나마 경기관총은 사정이 좀 나았다.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미국의 아이작 루이스가 경기관총을 개발했고 영국에서 제작이 이뤄졌다. 1차 대전 동안 미국군과 영국군이 주로 사용했고 2차 대전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루이스 경기관총은 한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었고 부사수가 예비 탄환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주로 엎드린 자세에서 발사했는데 필요에 따라 선 자세로 발사할 수도 있었고 은폐도 쉬운 편이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성능이 향상된 경기관총들이 속속 개발됐다. 미국의 브라우닝 자동 소총, 영국의 브렌 경기관총, 프랑스가 개발한 비커스 베르티에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탄창을 사용했다. 경기관총은 모두 공랭식이어서 총열이 과열되면 예비총열로 교체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군대는 2차 대전 동안 적어도 두 가지 형태의 기관총 즉, 경기관총이나 중기관총 혹은 그 중간 단계의 기관총을 사용했다. 하지만 독일군은 야전에서 서로 다른 전략적 임무를 가진 두 가지 기관총을 사용하는 것은 적재적소에 무기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다목적 기관총(GPMG·General Purpose Machine Gun)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 기관총은 중기관총과 경기관총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총열은 쉽게 교체할 수 있었고 사격 방식도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삼각대 위에 올려놓고 사격할 수도 있었고 양각대를 사용해 어깨에 견착한 상태로 사격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원거리 사격 임무를 수행할 때는 개머리판을 제거할 수도 있었고 양각대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삼각대 위에 거치한 후 조준장치를 이용해 고정된 전선지역에서 간접조준사격이나 야간사격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무기 공급 측면에서도 경기관총이나 중기관총을 별도로 생산하지 않고 한 가지 형태의 기관총만 생산하면 된다는 것이 또 다른 이점이었다.
다목적 기관총의 최초 모델인 MG34는 1934년 독일의 제식 모델로 채택됐다. 무게 12.1㎏에 7.92㎜ 탄환을 사용했으며 탄띠와 탄창 겸용이었고 분당 650발을 발사할 수 있었다. 1942년까지 독일군에서 맹활약하다 기능이 향상되고 생산 단가가 더 낮아진 MG42에 그 자리를 물려줬다.
MG42는 11.6㎏으로 무게가 더 가벼워졌고 탄띠식으로만 생산됐으며 분당 발사 속도도 분당 1200발로 MG34의 2배나 돼서 2차 대전 중 연합국에 가장 큰 피해를 준 무기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MG42는 그야말로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미국과 영국 기관총의 발사 속도가 분당 450~550발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당 1200발을 발사했던 MG42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기관총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기관총을 쏠 때마다 톱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연합국 장병들로부터 ‘히틀러의 전기톱’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 영국 보병부대 지휘관은 “독일과 영국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면 보나마나 독일의 MG42가 승리했다. 1944년 7월의 보병전투에서 MG42가 발사되는 순간 느꼈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하다”며 가공할 무기였던 MG42의 위력을 전했다. 이후 각국은 서둘러 다목적 기관총 채택에 나섰고 현재 대부분 군대는 다목적 기관총을 갖고 있다.
<자료=‘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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