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의 역사와 배경

 

태초부터 인류전쟁의 승패는 물량으로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병력의 수적 우세는 대부분의 경우 승리의 결정적 요소였으며, 인적자원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전략자산으로 간주되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무기의 질적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전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량살상이 벌어졌으며,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 손실은 특히 패배하는 쪽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더욱이 무기가 첨단과학화 되면서 이러한 무기들을 운용하는 인력을 제때에 양성해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과학의 발달은 무기의 무인화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1차 대전 당시 야전병원의 모습. 부상병들이 끝없이 누워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좀 나은 편으로,

이보다 10배는 많은 수의 부상병들이 지붕이 없는 야외에서 치료를 받아야했고,

또 이보다 더 많은 부상병들이 방치되어 죽어갔다. 무기의 발달속도는 인적자원의 무한정한

소모를 강요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다방면에서 무기의 무인화가 모색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분명 과학기술의 관점에서는 혁명적 발전을 가능케 한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과학기술의 진보가 두드러졌고, 그 중에서도 기계공학과 전자기술의 발달은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그리고 무기의 무인화는 필연적으로 훨씬 사정이 다급한 독일에서 먼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전쟁후반, 절망적인 전투를 벌이던 독일군은 소모되는 인적자원을 견디다 못해 여러 가지 신무기를 개발하는데 집착했다. 그야말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련군의 전차들은 가장 커다란 위협요소였다. 게다가 계속되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독일의 전차생산시설들은 나날이 마비되어갔고, 설상가상으로 노르망디로부터 소련군만큼이나 많은 미군의 셔먼전차가 투입되기 시작하자 드디어 독일군은 무인전차공격수단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최초의 무인공격수단인 골리앗(Goliath)”이라는 대전차무기는 요새 유행하는 유선R/C(Remote Control)완구 같은 물건이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무선 유도가 아직은 불가능해 유선조종방식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선의 길이가 너무 짧다든가 혹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든가(시속 10km 미만) 하는 당시 기술적 한계 때문에 실패 하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당시 독일군의 무인병기 골리앗의 운용개념.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당시 기술적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의외로 항공분야에서는 조금 더 일찍 무인화의 연구가 진행되었다. 1935, 영국은 DH.82.B Queen Bee라는 세계 최초의 재사용 가능한 무인기를 개발했다. 이 무인기는 대공사격 연습을 위한 공중 표적기 역할을 했는데, 무선조종을 통해 최대 17,000피트(5Km) 상공에서 100마일(160Km/h)의 속도로 최대 300마일(480Km)까지 비행할 수 있었다. ‘Queen Bee(여왕벌)’는 이후에 개발되는 무인기들을 요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Drone(수펄)’이라고 부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6.25전쟁 당시에는 드디어 공격용 드론이 등장했다. 미 해군은 F6F 핼켓 전투기를 유도미사일로 개조해 F6F 5K라는 명칭으로 사용했다. AD-2D 스카이레이더 공격기에 의해 운용되었지만 아직은 기술 부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말았다. 그러나 최초의 공격용 무인기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른바 ‘Queen Bee’라 불리는 최초의 무인 항공기. 왼쪽에 윈스턴 처칠이 보인다.

 

6.25 전쟁에 쓰였던 F6F 5K 드론. 자세히 보면 조종석이 비어있다. 놀랍게도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모습이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냉전이 시작되면서 군사기술개발은 멈출 줄을 모르게 되는데, 전자-통신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선진국들, 특히 미국의 과학자들과 군인들의 머릿속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되겠다!”라는 당시로서는 조금 오만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1950년대 말, 조종사가 할 일이라고는 이륙과 착륙뿐, 전투와 조종은 지상의 관제소에서 할 수 있는 개념의 본토방공용 F-106이 개발되었다. 소련의 장거리 폭격기에 대처하기 위해 F-106은 최첨단 자동요격시스템이 적용되었고, 고도 1만 피트에서 F-106의 레이더 중심의 화력제어시스템 항법기능이 자동으로 전환되어 고도와 속도를 통제해주었다. 당시 미 공군이 조만간 완전 무인화한 전투기가 등장할 것 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시절이었다.

 

        알래스카 인근에서 소련 폭격기를 요격하고 있는 F-106. 당시로서는 반()무인화에 성공한 최첨단의 기체였다.

워낙 좋은 성능덕분에 1980년대까지 운용되었다.

 

그리고 미 해군 역시 무기의 무인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잠전투의 혁신을 불러올 무인대잠헬기 DASH(QH-50D)가 미 구축함에 배치되기에 이른다. 아직 진공관이 중요 전자제품이던 때였다. 당시 미 해군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소련의 원자력 잠수함을 대적해야했다. 하지만 드넓은 대양에서 신속하게 소련의 잠수함을 공격 할 방법은 공격원잠을 대량배치하고, 대잠헬기 등의 항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뿐 이었다. 하지만 공격원잠을 대량 배치한다는 것은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그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비용 대 효과 면에서는 대잠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으나, 모든 구축함에 대잠헬기를 배치하는 것 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구축함 한척에 헬기 1대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헬기보다 부피가 작고 여러 대를 배치할 수 있는 무인대잠헬기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었다. 미 해군은 야심찬 무인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무인대잠헬기를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개발해 배치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지상실험에서는 멀쩡했던 녀석이 막상 실전배치하자 문제가 속출했다. 전파를 이용한 조종이 거의 불가능했던 것 이었다. 원인은 작전해역의 수많은 전파 때문이었다. 당시 기술로서는 이런 방해전파를 적절히 필터링 할 기술이 없어서 DASH는 등장과 함께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고 인류는 무인무기체계의 본격적인 등장을 잠시 보류하게 되었다.

 

어뢰 두발을 장착하고 있는 DASH의 모습.

DASH의 등장은 미 해군에게 큰 희망이 되었으나 이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적 잠수함이 탐지되면 신속히 날아가 어뢰를 발사한다는 DASH의 개념을 설명해주는 사진.

기술상의 한계로 인해 좌절되었으나 이 개념은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다.

 

공격용무기와는 달리 정찰장비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효과가 있었다. 본격적인 무인항공 정찰기는 의외로 월남전 때부터 미군에 존재해 왔었다. 원래 무인표적기인 AGM-34에 카메라를 달아서 띄운 것인데, 베트남전 당시 조종사 손실이 막대했던 미군으로서는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3,435회의 정찰활동 중 손실률은 불과 4%뿐이었던 것이다. 다만 약점도 적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날린 다음에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어오면 그거 현상하고 판독해서 보고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유인정찰기처럼 표적에 대한 실시간 상황파악 같은 것은 꿈도 못 꿨다.

 

월남전에 쓰인 AGM-34 정찰용 드론. 많은 미군 조종사의 목숨을 구한 드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전자기술력이 확보되자 선진국들은 본격적인 무인무기체계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만성적인 병력부족에 시달리는 미군은 현재 다양한 종류의 무인무기체계를 요긴하게 써먹고 있으며, 향후 이전보다 훨씬 더 야심차고 실현가능성이 농후한 계획들을 추진 중에 있다. 미군은 2020년경 까지 모든 공격무기의 1/3정도를 무인화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심지어 무인무기체계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동이나 북한 같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군사기술에 있어서 무인화 장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바로 우리 눈앞에 와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무기의 무인화시리즈에서는 지금현재 운용되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출현할 미래의 무인병기들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따른 한국군의 미래전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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