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장비의 무인화

 

미국의 로봇제조회사인 아이로봇은 요 몇 년 사이 가정용청소로봇인 룸바로 전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린바 있다. 지름 34cm의 이 원반형 로봇은 한번 청소해서 지형을 파악한 뒤 최적경로를 계산해 스스로 청소를 하는 신통한 녀석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진정한 대박은 방산부문에서 터졌다. 바로 팩봇(PackBot)”이라는 지상용 로봇병기이다. 이 녀석은 여러 가지 타입이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 폭발물 처리)와 건물수색용 타입 두 가지이다. EOD형은 말 그대로 사제폭발물이나 부비트랩을 원거리에서 리모트컨트롤조작을 통해 해체하는 것이고, 수색용은 사람대신 건물내부로 들어가 적을 수색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장착된 산탄총으로 적을 제거할 수 있다. 팩봇은 무한궤도를 이용해 건물의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으며, 비교적 가벼워 병사 한명이 등에 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도 있다. 팩봇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수많은 미군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팩봇()과 룸바(). 가정용 청소기와 군사용 무인장비는 언뜻 매치가 안 되지만, 그 기반은 제어계측을 통한 로봇기술이다. 청소로봇보다는 전투용 팩봇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다.

 

팩봇이 다소 소극적이라면 더 공격적인 놈들도 있다. 팩봇과 마찬가지로 EOD 제거뿐만 아니라 공격임무에 투입되는 탤론(Talon)”이라는 로봇은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바 있다. 이라크에서 활약한 EOD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하트 로커에 등장한 로봇도 이 탤론이다. 특히 탤론에 경기관총에서부터 유탄기관포까지 다양한 화기를 장착한 스워즈(SWORDS)’는 이라크에서 데뷔했는데, 미군은 꽤 만족해했다고 한다. 최근엔 거의 모든 병사들이 휴대할 수 있는 정찰용 로봇도 개발되었다. 앞서 언급한 아이로봇사의 퍼스트룩(FirstLook)’이란 로봇은 불과 길이 25cm, 22cm, 무게가 2.4kg에 불과하며, 내구성이 매우 좋아 병사들이 건물의 창문으로 가볍게 던져넣으면 건물 내부를 스스로 움직이며 정찰활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그런데 팩봇이나 탤론 등 미군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지상용 무인로봇의 성격을 보면 분명한 점이 있다. 바로 게릴라가 준동하는 마을이나 도시의 건물 수색이나 EOD의 처리에 특화되어있다는 점이다. 미군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엇에 가장 고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탤론의 공격용 로봇 라인업. 기관포에서 로켓탄까지 왠만한 화력 지원은 문제 없는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지상 무인병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이나 팔레스타인 국경지대 등을 정찰할 수 있는 무인 감시차량을 운용 중에 있다. 이 무인차량은 국경선이나 기지를 침투하는 적을 감시하고 경보를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전자광학 카메라와 저격수 위치 탐지장비 등을 갖추고 있고, 대전차 미사일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보병이 간편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바이퍼(Viper)’라 불리 우는 초소형 정찰로봇도 운용중이다. 독일은 이미 미국과 유사한 폭발물 처리로봇을 주동이나 남미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초소형 정찰로봇 코브라 Mk2는 초소형 정찰로봇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길이와 폭이 40, 무게가 6을 넘지 않지만 정찰에 필요한 적외선 카메라는 물론 폭발물 제거용 물대포도 실을 수 있다. 10인치 크기의 태블릿PC를 사용해서 250m 떨어진 곳까지 무선조종이 가능해 조작도 쉽다는 게 장점이다. 영국은 폭발물처리 로봇 바이슨등을 개발해 운용 중이며 수출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터키등도 군사용 로봇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제 무인 정찰차량 가디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경계하기 위한 무인체계이다. 병력부족에 시달리는 이스라엘군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다.  

 

이스라엘군이 운용중인 바이퍼. 세계에서 가장 실전을 많이 치루는 이스라엘군은 무인화 장비 사용에 가장 적극적인 군대이다. 우리 군에도 시사 하는바가 크다.

 

의외로 최근 러시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국 등 서방에 비해 전자기술이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가 지상전투용 무인무기체계를 적극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총과 30유탄 발사기로 무장한 플랏포르마-M’은 정찰 또는 순찰, 경비 용도로 주로 쓰이지만 화력 지원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비슷한 전투로봇인 볼크-2’역시 기관총과 중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고 시속 35로 이동하며 전투가 가능하다. 열 영상카메라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갖춰 야간에도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다. ‘스트렐로크라 불리는 소형 전투로봇은 무게가 50에 불과해 건물이 밀집된 시가지 지역에서 특수부대 등 군인들을 보호하며 공격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속도는 사람과 비슷한 시속 4이지만 무한궤도를 장착해 계단을 올라갈 수 있고 대테러 작전용으로도 쓸 수 있다.

 

러시아의 무인공격차량 플랏포르마-M. 최근 무인무기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행보는 서방세계가 놀랄 정도다.

 

 

미군 같은 경우 수송이나 의료같은 비전투부문에서의 로봇개발도 적극적이다. 애초에 미군은 바퀴가 달린 수송용 로봇을 개발했으나, 전장상황에서 장륜식 장비는 종종 장애물을 극복하기 어렵고, 특히 특수부대와 함께 작전을 할 경우, 산악이나 험지를 돌파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미군은 견마형 수송로봇을 개발하게 되었고, 최근 구글에 합병된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에서 개발된 ‘Bigdog’ 이라는 로봇은 40kg의 짐을 싣고 사람이 가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Spot’Bigdog보다 소형화됐음에도 훨씬 많은 화물을 안정되게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4족 견마형 로봇 빅독의 프로토 타입. 빅독과 같은 4족 보행 로봇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재난구조 분야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장에서 부상병을 운송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BEAR(Battlefield Extraction-Assist Robot)”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인간형 휴머노이드로써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거니와 270kg 이상을 들어 올리는 강한 힘과 부상자를 안고 계단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균형감각을 자랑한다. 또 큰 눈과 귀의 센서는 전장에서도 부상자를 찾아낼 수 있는 꼼꼼한 탐지능력을 갖추고 있다. BEAR는 부상자 후송뿐 아니라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에도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정밀을 요하는 의료 행위는 할 수 없다. 미군 당국은 대신 베어의 몸체에 비상약품과 의료기구 등을 지참시켜 비교적 경미한 부상자들이 스스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양한 현장 실험을 거쳐 앞으로 조만간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일본의 리만이라는 로봇이 있다. 다만 리만은 전투용이 아닌 민간용으로써 주로 노인치료에 쓰일 것이라고 하는데, 같은 개념의 로봇이 다른 목적을 위해 개발되는 것을 보면 각국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BEAR’(좌측)리만’(우측)의 비교. 같은 목적이지만 적용되는 곳은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지상공격용 무인장비 개발은 우리나라도 활발한 편이다. 지난 에어쇼 등의 전시장에서 발견한 WIAGADRV X1무인정찰차량이라든가 로템에서 공개한 다목적무인차량은 현재 국내무인장비개발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왕 나온 김에 국산장비 얘기를 하나 더 하자. 155마일 휴전선을 경계해야하는 한국군은 지난 반세기동안 필연적으로 막대한 수의 병력을 유지해야만 했다. 사실 경계임무는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투입병력 대비 효과의 비효율성은 두말 할 나위 없고, 최근의 저 출산 문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현재 몇몇 업체에서 내놓은 무인경계시스템은 이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국내 D사의 이지스시리즈는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의해 운용되어진바 있고, 성능이 향상된 무인경계시스템들이 곧 휴전선에 시험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업체 D사의 이지스 시스템. GOP 경계의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상 로봇무기 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전체 로봇 시장의 6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뒤를 이어서 영국이 10%, 이스라엘이 9%, 프랑스가 4%, 독일이 2%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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