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공기 개발 ‘산 증인’ T- 50, 명품으로 비상하다
<11>KT-1 훈련기부터 FX사업까지 공군 전력화에 이바지 이충환 대령

 

 

2003년 2월 19일 공군 사천기지. T-50 고등훈련기(골든이글)가 이륙해 1만2000m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애프터 버너를 맥스파워(Max Power)로 점화,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하 0.8, 0.9를 지나더니 어느새 마하 1.0을 돌파했다. “비행기 마하 돌파했습니다. 비행기 안전하고 아무 이상 없습니다.” 조종간을 잡은 이충환 소령의 말도 떨리는 듯했다. T-50이 최초로 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하는 역사적 순간. 이날 비행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항공기로 음속을 돌파한 세계 12번째 국가가 됐다.

이충환(공사 35기) 대령은 T-50의 개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시험비행조종사(테스트 파일럿)로 맹활약하면서 T-50이 세계적인 명품 무기로 인정받는 데 크게 기여한 국산 항공기 개발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시험비행의 시작은 KT-1부터였죠. 1996년 미국에서 시험비행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귀국하면서 바로 실전에 투입됐습니다. 마침 국방과학연구소에서 KT-1을 개발 중이었거든요. 3년간 KT-1 개발시험비행을 담당하다 98년 사업이 완료돼 공군으로 복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T-50 개발 계획이 시작된 겁니다. 사업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고 개발 디자인부터 같이 진행하다 시제기가 제작되면서 시험비행에 나서게 됐죠.”

두바이 에어쇼서 아찔 경험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T-50은 2005년 10월 서울에어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리고 다음 달 개최된 두바이 에어쇼를 통해 세계 시장 수출의 문을 두드렸다. 이 대령은 여기에서 잊지 못할 두 가지 경험을 했다.

하나는 warning(경고) 때문에 쇼를 포기한 것이다. 행사 기간에 매일 한 차례씩 7분 분량의 쇼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느 날 이륙하고 난 뒤 warning 경보가 울린 것이다. 비행기 위험 경보는 caution(주의)과 warning(경고)으로 구분된다. caution은 조종사가 상황 판단 후 비행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만, warning은 비행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신속하게 착륙하라는 신호다.

“warning이 떴으니 쇼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면 비행기가 성능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 이전 서울에어쇼에서도, 또 두바이에 도착해서 사전 연습비행을 할 때도 완벽하게 끝냈는데, 아무튼 T-50 조종간을 잡은 이래 그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쉽더라고요.”

다른 하나는 에어쇼 후 UAE 측의 요청으로 공군기지로 이동, UAE 조종사들이 T-50에 직접 탑승, 비행해 보게 한 것이다. 3주간 진행됐는데 가슴이 철렁한 일도 많았다. 특히 지금까지도 그렇게 저고도로 비행한 일은 없었다고.

이런 노력에도 UAE는 이탈리아의 M346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T-50의 성능이 월등했지만, 비용과 외교적 지원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T-50의 비행은 세계 여러 나라에 강한 인상을 줬으며 이는 2011년 인도네시아, 2013년 이라크 수출에 이어 올해는 필리핀에 FA-50이 수출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가 개발에 참여했던 KT-1도 인도네시아와 터키, 필리핀에 각각 수출됐다. 이 대령은 그럴 때마다 기쁘다고 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성공 기원


“내가 개발에 참여했던 비행기들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공군의 전력화에 기여했다는 것도 그렇고 나아가 그 비행기들이,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인지도가 수출돼 그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이 대령은 현재 공군 FX 팀장을 맡고 있다. 2018년부터 도입돼 대한민국의 하늘을 책임질 차기 전투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업무다. 최종 기종 결정을 앞두고 사실상 주 업무는 끝난 셈. 협상에 필요한 지원과 조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는 8월쯤이면 FX 도입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군의 사업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F-35 조종사의 훈련과 기지 건설 문제, 후속 정비지원 시스템 구축 등이 차례차례 이어지죠. 그런 과정들이 계획대로 또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망이 있다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도 참여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시험비행 1000여 시간 대기록

▲이충환 대령은
시험비행조종사는 공군 기수당 1명씩 선발되는 게 원칙. 이충환 대령은 1995년 말 선발돼 96년 미국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뒤 귀국해 본격적인 시험비행의 길로 나섰다. KT-1과 T-50을 합친 시험비행시간은 1000여 시간. 단계마다 테스트 과정이 대개 20~30분, 길어도 1시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 대령은 또 FX 사업과도 관계가 깊다. 1차 FX사업 때 참여해 F-15K가 전력화되는 데 기여했고, 현재는 FX 팀장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본훈련기인 KT-1에서 시작해 T-50, F-15K, 그리고 도입될 최첨단 차기전투기까지 공군의 전력화 사업을 담당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영공을 굳건히 수호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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