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판짜기 시작...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


 

판이 변하고 있다. 미국발 동북아 정세의 격변이다. 진원지는 오는 20일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파격과 예측 불가성의 트럼프 당선자는 전혀 새로운 접근방식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이라는 직접적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로선 트럼프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에 국방일보는 2017년 신년을 맞아 외교·안보 전문가인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김영호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과 함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심층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영호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동북아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최진욱 원장(이하 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현실주의 입장에서 강한 힘에 바탕을 둔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트럼프의 세력균형정책은 오바마 시대와 비교해 더 현실주의적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가 주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역내 동맹 강화에 의존해 중국을 견제했다면 트럼프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도 보인다. 이는 냉전 시기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소련과 세력균형을 추구했던 것과 유사하다. 만약 러시아의 역할이 강화되면 한미, 미·일동맹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압박에 중국이 강력 반발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소장(이하 김)= 기본적으로 이른바 선택적 개입에 가까운 노선을 추구했던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나 대(對)동북아 정책 방향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다소 수정된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문제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무역 분야를 제외하곤 더욱 선택적 대외 개입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대중국 압박과 동맹의 부담 증대 부분에서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력하고 노골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트럼프가 최근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가볍게 무시하고 중국 항공모함이 태평양에서 훈련하는 등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최= 트럼프가 중국 견제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쉽게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불만은 통상·경제에 관한 것과 북핵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 두 가지다. 안보나 정치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안보위협은 IS나 이란 등 이슬람이지 중국이 우선순위는 아니다.

김= 개인적으로 시기나 방법 측면에서 트럼프의 최근 대중 행보에 다소 놀랐다. 하지만 그 진위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트럼프는 소위 러스트벨트(Rust Belt) 노동자 계층의 분노를 자극해 당선됐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는 당연하다고 본다. 취임 후 일정 기간 대중 압박 드라이브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다른 외교·안보 분야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도 그러한 압박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대응에 따라 대타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 트럼프가 대만 문제를 대중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푸는 등 북핵 문제를 대응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대만도 일종의 견제구 성격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만 카드는 일시적 압박용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중국과 대결구도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협력할 일이 많다.

김=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대만카드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북핵은 중국의 안보 이익에도 반하고 대북 제재 동참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제재 완화를 쉽게 카드화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럼에도 만약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로서는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김= 기본적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더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트럼프 당선자의 기존 관행과 다른 파격적 태도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 요구로 우리가 미국을 택하더라도 중국이 우리의 선택에 대해 그 불가피성을 이해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론 오히려 미·중 간 대타협이 이뤄질 경우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에 보다 유화적으로 나가거나 북핵 해결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의 정책적 자율성은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 냉전기 미·소 양 진영이 대립할 때 우리는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억지력 강화 이외에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고 역내안보에 한국의 역할 증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의 구상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양국 관계 개선은 한·미·일 관계 강화로 이어지고 결국 한미동맹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 국무장관에 친러 성향의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을 임명하는 등 트럼프의 친러시아 성향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의 미·일-중·러 중심의 대립관계라는 기본 틀이 흔들리는 것인지 궁금하다.

최= 트럼프가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막는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러시아와 협력이 공고해지면 미·일동맹의 중요성은 다소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일본을 대체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미국도 중국과의 관계를 갈등 일변도로 진행시키진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는 여전히 협력할 부분이 많다. 동북아 질서는 과거보다 훨씬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것이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김= 미·러 관계의 급격한 개선은 표면적으로 볼 때 냉전기 키신저의 미·중 관계 개선을 통한 대(對)소련 견제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러·일 관계 개선까지 이뤄지면 미·러·일 대(對) 중국이라는 구도 형성까지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여기까지 가는 것은 매우 심한 비약이긴 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중동문제, 유럽 우방과의 관계도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관계 개선은 동북아 지역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지나친 공세적 행보를 견제하고, 우리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북한·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유라시아 진출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초점을 한반도로 돌려보자. 트럼프의 외교·안보 라인은 모두 강경파로 구성됐다. 북핵 문제도 ‘힘에 의한 해결’을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김= 섣불리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더 나아가 일본이나 중국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대미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에서 계속 도발적 행보를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타협 가능성도 크지만 반대로 유리한 협상을 위해 무력시위나 사용도 불사할 수 있는 여지도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 트럼프 외교정책의 기조는 힘에 바탕을 둔 현실주의다. ‘힘에 의한 해결’은 늘 옵션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 군사적 개입을 우선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트럼프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이 해결자를 자처하며 전면에 나서게 될지도 의문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북핵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북핵 해결을 위해 오바마 정부보다 더욱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미국의 군사적 옵션 선택 여부는 북한의 태도와 중국의 역할, 한국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될 것이다.


- 트럼프의 사업가적 기질로 볼 때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 김정은과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최= 대선 유세 기간 중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을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생각해 당장 만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는 일단 중국을 압박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의중을 살펴보는 매우 탐색적 대화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핵실험을 동결하고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담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마 다른 외교·안보 분야의 큰 그림이 그려진 후 북핵 문제에 대해 본격적 검토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대북정책 노선도 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점은 올해 후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노선이 결정된 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면 전격적으로 대북협상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3가지 변수가 있다. 미·중 관계와 북한의 행동, 그리고 우리의 국내정치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떠하든,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트럼프의 기질로 볼 때 북한과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 트럼프 시대에도 한미동맹의 가치는 유효할 것으로 보는지?

최= 현재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 미국이 ‘호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심지어 영국에까지 더 많은 주둔군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주의 입장에서 더 이상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가치동맹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보다 훨씬 더 국익 입장에서 한미동맹을 바라볼 것이다. 미국이 한국 차기 정부의 성격과 대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경제인 출신이다. ‘혈맹’을 강조하는 감성적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한미동맹은 상호호혜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능력에 비례해 충분히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북핵 문제도 트럼프에게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빨리 그 해결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 그럼 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김= 지금까지 미국 정치는 기존 전통 관료집단과 정치체계 등 판에 박힌 형태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전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도 트럼프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흥정적이고 숫자로 말한다. 그전에는 명분이나 큰 것을 따졌지만 트럼프는 의견이 맞으면 과거 관행에 막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성사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듣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오픈된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트럼프에 대해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정책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해 얘기할 때 여기서 창출되는 미국의 이익이 무엇이라는 것을 우리가 찾아주고 알려줘야 한다. 동북아의 평화에서 미국이 받을 수 있는 이익이 이런 것이고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이 어떤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알려주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기질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우리의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트럼프의 등장은 국제질서 대변화의 예고와 같다. 기존 이론이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 변화는 처음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또한 그 끝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입장과 전략을 분명히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입장도 없이 상대방의 입장만 들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국민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수정할 것은 분명하게 요구해 수정해야 한다.

김=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지역 정세가 대변화의 시대에 돌입했다. 게다가 우리는 핵과 미사일 등 북한 비대칭 위협의 지속적 증대로 안보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더욱 안보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외교적으로도 대외 정세에 더욱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 구사해야 한다. 물론 국민의 투철한 안보의식과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지지도 필수다. 학계와 전문가 집단, 언론도 함께 나서서 국민여론 수렴과 국론통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사진=이경원·조용학 기자>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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