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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향한 '완벽한 비행' 레드플래그 훈련 준비 현장

공군11전비 ‘2016 레드플래그’ 준비 훈련 현장을 가다

알래스카 향한 ‘완벽한 비행’ 카운트다운


F-15K 시뮬레이터 탑승 조종사들

8295㎞·10시간 논스톱 비행 훈련 식사 불가…생리현상도 내부 해결

공중급유·악기상·비상 상황 대처 활주로에선 긴급물자 적재 구슬땀

1시간 이내 이륙준비 반복 또 반복


 

공군11전투비행단 전투 조종사들이 장장 1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체공 시뮬레이터 훈련을 앞두고 F-15K 전투기 시뮬레이터 안에서 전술토의를 하고 있다.

 

다국적 공군의 대규모 연합훈련, 2016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 이하 RF-A) 개시가 10월로 눈앞에 다가왔다. 오는 9월 28일 대구기지를 떠나 RF-A에 참가하는 공군11전투비행단(이하 11전비) 최정예 요원들은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RF-A 사전훈련과 최종점검에만 몰두하고 있다. 치밀함을 넘어 ‘완벽’에 ‘완벽’을 더하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 19일 이른 아침 8시, RF-A에 참가하는 방주원·문석호 대위가 F-15K 전투기 시뮬레이터 실에 나타났다. 조종 장구를 착용하고 생수병·피들백(소변 주머니) 등을 챙기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실전 투입 직전 못지않게 결연했다. 이제부터 이들은 약 10시간 동안 밀폐된 F-15K 시뮬레이터 조종석을 절대로 떠날 수 없다. RF-A가 열리는 미 아일슨 기지까지 공중급유를 받으며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과정을 가상으로 연습하기 위해서다. 360도 전방위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시뮬레이터에 탑승한 방 대위는 “지금 바로 알래스카로 떠나는 느낌이다. 실전이라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하겠다”며 조종간을 움켜잡았다. 곧이어 시뮬레이터의 유일한 출입문이 굳게 닫혔다.


11전비는 지난 8~19일까지 RF-A에 참가하는 모든 조종사를 대상으로 ‘장시간 체공 시뮬레이터 훈련’을 진행했다. 대구기지에서 아일슨 기지까지 거리는 무려 4479NM(약 8295㎞). 우리 조종사들은 10시간 동안 8회의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이 거리를 무기착으로 비행해야 한다. 올해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조종사들 가운데 이런 장시간 비행을 경험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거리 비행에 대한 자신감과 우발상황 대처능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이 훈련의 목표다.

 

지난 19일 공군11전투비행단 신속정비팀 요원들이 오는 10월 열리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대비한 긴급 전개물자 적재훈련에서 정비물자와 수리부속 등을 포장해 C-130 수송기에 적재하고 있다.

 

시뮬레이터 훈련은 실제 페리(ferry) 과정과 똑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진행된다. 전투기 전·후방석에 앉게 될 조종사 2명이 한 조로 10시간 동안 시뮬레이터 비행을 한다. 당연히 중간에 나올 수 없다. 식사도 못 한다.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탈수 방지용 1.5L 생수 한 병, 에너지바, 육포뿐이다. 조종복 안에는 온몸을 옥죄는 방수복까지 입는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RF-A 페리 때도 그렇게 입기 때문이다. 생리현상은 전·후방석 조종사가 번갈아가며 피들백을 활용해 해결한다. 백에는 특수한 가루가 들어있어 소변을 젤(gel) 형태로 굳어지게 만든다. 대변은 불가하다. 모든 조종사는 훈련 사흘 전부터 식이요법을 감행, 배변 욕구를 최소화한다.


시뮬레이터 실 안에는 훈련을 지원하는 오퍼레이터 정비사 2명이 있다. 이들은 시뮬레이터 내부에 공중급유·악기상·비상처치 등 다양한 상황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밖에서 보면 고요하기 그지없는 시뮬레이터지만, 안에서 훈련하는 조종사들은 끊임없이 상황에 대처해 가며 실제처럼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저녁 6시30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조종사들이 시뮬레이터에서 나왔다. 훈련을 마친 문 대위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실제 RF-A에서 완벽한 비행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땀에 흠뻑 젖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RF-A 최종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은 조종사뿐만이 아니다. 이날 불볕더위로 뜨겁게 달궈진 활주로에서는 지원요원들이 C-130 수송기에 긴급 전개물자를 적재하는 훈련을 펼치고 있었다. F-15K 본대가 알래스카로 전개하는 도중 엔진 결함 등 중대한 비상상황에 놓일 것을 대비한 훈련이다. 훈련 목표는 필수 정비부속이 담긴 수십 개의 나무 상자와 전투기 엔진 등 긴급물자를 1시간 이내에 모두 적재해 이륙준비를 마치는 것.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속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항공기의 균형을 고려한 적재다. 물자 포장방법, 품목, 적재 순서 등을 사전에 철저히 계획하고 연습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사실, 긴급물자 수송은 미 본토로 전개하는 본대가 안전하게 도착한다면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을 임무다. 그래도 요원들은 “지금 흘리는 구슬땀에는 의미가 있다”고 확신한다. 훈련을 지휘한 김광일(원사) 정비기장은 “물론 과거에 실제로 긴급물자가 수송된 적은 없다. 그렇다고 올해에도 비상상황은 없다고 속단하지 않는다”며 “태평양을 건너는 우리 항공기와 147명 전원이 무사히 현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기지에서 글=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사진 < 조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