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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진격의 전사 - 잠수함 승조원이 되는 길

승리· 실력· 배려의 아이콘

더 강하게 더 은밀하게  바닷속 '진격의 전사'

 

 

 

잠수함 승조원의 세 가지 덕목

1 승리에 대한 뜨거운 의지

2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

3 전우를 배려하는 인성

  

01 신체검사 

혈액검사·엑스레이 촬영 등 잠수함에서 근무할 수 있는 신체적 여건을 판단한 뒤 적성검사와 면담을 실시.

 

잠수함 승조원을 꿈꾸는 지원자들이 20일 해군해양의료원에서 혈액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바닷속에서 은밀히 적에게 다가가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은 ‘침묵의 수호자’라고 불립니다. 간혹 잠수함을 타고 싶어 해군에 지원했다는 수병들도 있죠. 오늘은 잠수함 승조원이 되는 길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잠수함 승조원은 간부만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차 중령이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잠수함사령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해군해양의료원. 왜 잠수함사에 앞서 병원을 찾아왔을까? 기자의 의문을 간파한 듯 차 중령(진)은 설명을 시작했다.

차재석 중령(진)(이하 차) = 아까 잠수함 승조원을 동경하는 수병들이 있다는 얘기를 했었죠? 사실 안타깝게도 수병은 잠수함에 탈 수가 없습니다. 잠수함은 오직 간부, 즉 부사관과 장교만이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간부 중에서도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이들만이 명예로운 잠수함 휘장을 가슴에 달 수 있습니다.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이곳 해양의료원에서 시작됩니다.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죠.

왜 수병은 잠수함 승조원이 될 수 없나요?

차 = 잠수함은 승함할 때까지 오랜 기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나중에 현장에서 설명드리겠지만 기본교육 과정이 6개월이고,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Submarine Qualification System)를 통과하는 데도 최소한 6개월은 걸리죠. 수병이 교육을 마치고 잘 적응해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엔 복무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해양의료원 건물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잠수함 승조원을 꿈꾸는 간부들이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은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차 = 잠수함 승조원은 실무에서 근무하는 장교·부사관 가운데 지원자 혹은 적합자를 차출해 뽑고 있습니다. 우선 신체검사를 통해 잠수함에서 근무할 수 있는 신체적인 여건이 되는지를 판단한 뒤 적성검사와 면담을 거치죠.

생각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군요. 그중 어떤 부분이 승조원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절차일까요?

차 =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면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수함 내부는 수상함보다 많이 좁거든요. 임무 수행을 위해 오랫동안 바닷속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요. 좁은 공간에서 전우들과 몸을 비비며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적응력과 배려, 즉 인성이 참 중요합니다. 면담은 지원자의 인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점검입니다.

혈액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지원자들 가운데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2함대사령부 을지문덕함에서 전탐사 임무를 수행했던 이광선 중사였다. 그에게 물었다. “왜 잠수함 승조원을 지원하게 됐나요?”

이광선 중사 = 제가 몸 담은 해군에 힘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잠수함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죠. 잠수함은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무기체계입니다. 저는 훌륭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잠수함 승조원이 돼 먼 훗날 후배들에게 이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02 교관교육

교육생들은 기본교육 과정을 마친 뒤 실제 잠수함에 탑승해 6개월~1년간 실습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를 통과해야만 정식 승조원이 됨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해 기본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대 제공

 

“자랑스러운 ‘돌고래 휘장’에 부끄럽지 않게…” 특별한 휘장 수여식

장소를 옮겨 본격적으로 잠수함사령부에 들어섰다. 이날은 1200톤급 잠수함 최무선함(SS-I)에서 SQS를 통과한 이에게 휘장을 달아주는 휘장 수여식이 예정돼 있었다. 부두에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최무선함 앞에서 함장 연태훈 중령과 최무선함 승조원들이 기자를 맞았다.

차 = 오늘은 최무선함 승조원들에게는 대단히 뜻깊은 날입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날이니까요. 저희가 온다고 해서 연 중령이 특별히 잠수함 위에서 휘장 수여식을 진행하겠다고 하네요.

휘장 수여식의 주인공은 김민수 중사. 돌고래 모양의 잠수함 휘장을 달게 된 김 중사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연 중령의 설명을 들어보자.

연태훈 중령(이하 연) = 김 중사는 사실 ‘잠수함 재수생’입니다. 2014년에 잠수함 기본과정 29기에 지원했지만 ‘색약’ 판정을 받아 탈락했죠. 하지만 지난해 잠수함 승조 자격이 완화되면서 다시 도전해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김 중사님은 왜 재수까지 해가며 잠수함 승조원을 하려고 하셨나요?

김민수 중사 =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91전대 주임원사이신 김선겸 원사입니다. 아버지를 보면서 잠수함 승조원의 길을 함께 걷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어렵게 꿈을 이뤘으니 이제 휘장에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승조원이 되겠습니다.

김선겸 원사 = 민수가 잠수함 가족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사실 걱정도 했어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부족하지는 않을까? 다행히 어려운 SQS를 잘 마쳐서 정말 대견합니다. 앞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멋진 승조원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03 휘장수여

엄격한 SQS를 통과한 이에게 '돌고래 휘장'을 수여

 

해군잠수함사령부 최무선함 연태훈(중령·오른쪽) 함장이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를 통과한 김민수(왼쪽) 중사에게 휘장을 달아주고 있다. 부대 제공

 

"어려운 여건 이겨내고 완벽한 임무 수행하는 잠수함 승조원 자랑스러워"


휘장 수여식을 마치고 잠수함 내부에서 잠시 연 중령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잠수함 승조원의 자질이었다. 현장 지휘관의 생각은 어떨까?

연 = 잠수함에 타려면 크게 세 가지 덕목이 필요합니다. 바로 승리·배려·실력이죠. 우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내재해야 합니다. 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이 좁은 곳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배려가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장비를 완벽히 운용하는 것은 물론 유사시 다른 장비도 곧바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된 실력이 필요합니다. 잠수함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스위치를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죠.

연 중령의 안내로 최무선함을 둘러보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최무선함을 나와 다시 빛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만끽하는 사이 차 중령(진)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 = 잠시 둘러봤지만 색다른 체험이었죠? 잠수함은 은밀성을 갖춘 전략무기입니다. 잠수함사는 국가의 부름에 언제든 응하는 국가전략부대죠. 그만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잠수함 승조원들의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수상함과 달리 잠수함 승조원들은 여러 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웬만한 장비들은 다 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긴급조치 사항도 익혀야 하죠.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잠수함 승조원들은 도입 이후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훌륭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1992년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출항한 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완벽한 임무 수행을 하고 있죠. 1999년 서태평양 훈련(Tandem Thrust)에서는 이천함이 단 한 발의 어뢰로 1만1000톤급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함을 두 동강 내는 저력을 과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미국 ‘성조(Stars And Stripes)’지가 당시 쓴 헤드라인 ‘One Shot, One Hit, One Sink’는 잠수함사의 전투구호가 됐죠. 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완수하는 잠수함 승조원은 진정한 군인이자 전사라고 생각합니다.

 

차재석 중령(진)과 함께하는

네이비 인사이드(NAVY In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