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최전방 철책... 단호한 의지는 흔들림 없다
‘대역사의 현장’ 새만금방조제도 안보 영역
자전거 도로 따라 하루 5회 경계작전 수행
간·만조 고려 해안 순찰…장병 안전 주의
24시간 해상감시…매일 상황조치 훈련도
해안은 변화다. 바람과 기온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어제의 파도와 오늘의 물결이 다르다. 그날의 기분마저 시야의 느낌을 바꾼다. 변화는 해안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힘이다. 바다의 변화를 보며 경계의 무료함을 달랜다. 시간의 더딤을 이겨낸다. 이러한 변화 속에 흔들림 없는 것은 나라를 지킨다는 해안 장병들의 단호한 의지다. 그들은 그들이 지키는 해안선을 최전방의 철책으로 간주하며 땅과 바다의 경계를 지킨다. 적의 한 치 발돋움도 허용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뜬다.
33.9㎞ ‘새만금방조제’를 수호하는 ‘안보 지킴이’
중남부 서해안 지형은 변화 중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새로운 영토를 넓히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방조제의 길이만 무려 33.9㎞.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역사의 현장이다. 이 역사적 현장 역시 우리 군의 ‘안보 영역’에 포함된다. 육군35사단 장병들이 매의 눈으로 이곳을 지키며 적의 발디딤을 거부하고 있다.
방조제에 대한 경계 임무는 그 특성상 일반 해안선의 그것과 다르다. 방조제 위 도로에는 매일 수많은 차량이 오간다. 드나드는 낚싯배의 수도 엄청나다. 관광지로 소문나며 급격히 늘어난 유동인구도 경계작전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요하게 한다. 잘 닦인 도로와 탁 트인 시야는 효율적 임무 수행을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요구한다. 이 중 하나가 자전거 순찰이다. 사단 예하 ○○대대 1중대는 2인 1조로 매일 아침 자전거를 이용해 방조제 담당 구역을 둘러본다. 방조제 위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데 도보 순찰에 비해 시간적 효율성이 크다. 김세훈(대위) 중대장은 “기존에는 차량과 도보 수색을 시행했지만 지난 3월부터 사단 지침에 따라 자전거 수색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조제의 불시 상황 대처는 해안기동타격대가 담당한다. 방조제에 미확인 선박이 접안하거나 수색정찰팀이 의심 흔적물을 보고하면 즉시 출동한다. 부대에서 현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 부안지역 방조제 담당부대 관계자는 “하루 평균 주간 3회와 야간 2회 정도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길고 넓어진 작전지역에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국가적 사업 구역을 담당한다는 대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드넓은 방조제를 보며 국가사업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뿌듯함으로 일과를 보낸다. 유영준(25) 일병은 “방조제는 적 침투의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다양한 민간인들을 접하고 행복해하는 시민들을 볼 때 그들의 웃음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며 웃었다.
높은 조수 간만의 차 고려한 해안경계작전
서해는 투박하다. 잘 뻗은 동해 해안선과 달리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해안이 해안 순찰의 어려움을 더한다. 높은 조수 간만의 차는 순찰 장병들이 주의해야 하는 위험 요소다. 만조 시 잠깐의 방심은 수색정찰팀 장병을 암초에 고립시킬 수 있다. 실제로 부대원들이 썰물로 암초에 고립된 관광객들을 구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당연히 부대는 간·만조 날짜와 시간을 고려한 작전으로 효율성과 장병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급격히 변하는 날씨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주요사항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 푸르던 기운은 어느 순간 짙은 해무에 휩싸인다. 부대를 방문했던 당일 역시 ‘해안 변덕’의 절정이었다. 햇살과 해무는 순서 없는 뒤엉킴으로 방문길을 환영하고 또 방해하곤 했다. ○○대대 관계자는 “해안 수색 정찰은 해무와 바위에 끼는 바다이끼 등 장병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다”면서 “이에 간·만조 시기를 고려한 작전 등 장병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항상 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더와 TOD로 빈틈없는 해상감시
사단이 수행하는 부대 임무 중 해안 수색 정찰과 더불어 또 다른 주요 임무는 해상감시다. 물론 단순히 육안으로 수행할 수 없는 임무다. 첨단 레이더와 열상관측장비(TOD)를 활용해 해상 침투 유무를 감시한다. 사단 예하 해안 레이더 기지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 중 하나다. 부대는 ‘해상 레이더’와 TOD 등 해안감시장비를 활용해 해상 적 침투 유무를 확인한다.
임무는 물론 24시간 체제다. 3교대로 빈틈없는 감시임무를 수행한다. 단순한 감시활동에 그치지 않고 매일 상황조치 훈련을 시행하며 대응능력을 높인다. 훈련 역시 실전적이다. 적 선박이 포착된 상황을 가정해 예보부터 경보까지 전파하고 공지합동작전을 유도, 적 격멸 과정을 반복한다. 그만큼 장병들에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장병 사기 진작 ‘힐링스튜디오·화상전화’
부대 특성상 고립된 장소 역시 장병들의 복무 피로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이 같은 쉽지 않은 여건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그중 부대가 운영하는 ‘힐링스튜디오’는 부대 장병들에게 인기 만점의 방송으로 자리 잡고 있다.
‘힐링스튜디오’는 거창하지 않다. 작은 부스 하나를 마련하고 라디오 DJ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소통과 감사나눔 시간을 이용해 신청곡과 함께 장병들이 남긴 사연을 전한다. 방송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부대 부담은 크지 않다. ‘사연 쪽지’를 통해 전달되는 사연은 다양하다. 그날의 기분은 물론이고 힘든 상황을 동료들과 함께 공유한다.
또 다른 장병들의 ‘힐링’ 요소는 화상전화다. 올해 초 설치된 ‘화상전화’는 격오지에 위치한 장병들과 부모, 친구들을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장병들은 개인정비시간을 이용해 부모님과 친구·애인의 얼굴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부대에서 만난 한 장병은 “후방이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적 침투 지역”이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적이 침투할 수 있다 생각하며 빈틈없는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포해양공원은 고려 말 130년 ‘진포대첩’ 당시 최무선 장군이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물리친 장소를 기념하는 의미를 가진다. 당시 치열한 전투현장이었던 내항 일대를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고 올바른 역사관 확립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육·해·공군의 퇴역장비 13종 16대를 전시해 공원을 조성했다.
전적비는 해병대가 6·25전쟁에서 최초로 실시한 상륙작전인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를 기념해 세웠다. 1950년 7월 초 천안을 점령한 북한군 제6사단 13연대는 서해안을 우회, 파죽지세로 호남지역으로 진출해왔다. 이에 해병대 고길훈 부대는 7월 13일 해군 함정으로 제주기지를 출항, 16일 군산에 상륙하고 금강을 도하해 장항 북방 4㎞ 지점에서 대대규모의 적에게 기습공격을 감행, 북한의 금강 진출을 저지했다. 이후 부대는 20일까지 금강을 방패 삼아 군산시를 방어하고 격렬한 시가전을 전개하면서 해군 군산 경비부 육전대와 함께 LST-810함에 정부미 1만3000가마와 중요한 정부 물자 반출작전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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