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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기타

[이세환기자의 밀친] 인공지능과 밀리터리

인공지능과 밀리터리

 

요즘 알파고로 인해 바둑과 인공지능에 의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구도는 그동안 SF 창작물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지만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터미네이터 같은 살인기계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이다. 기계가 사람을 자의적 판단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리터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대세를 막을 수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밀리터리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인공지능 기술은 BDI 아키텍처(BDI Architecture)로써,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Belief(믿음), Desire(목표), Intention(의도)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이를 모방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구성방법을 말한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현재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들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수행한다는 뜻 인데,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가 매우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BDI 이다. 오늘은 현재 군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장비들을 살펴보고 그 미래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 이정도 성능을 갖춘 인공지능 전투 병기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아니 아예 안 나왔으면 한다.

 

➀ 미 육군의 AMAS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알아서 운전하는 무인 주행 시스템은 여러 기업과 연구소, 대학에서 이미 연구 중에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회사의 광고에도 이런 모습들이 자주 나온다. 아마도 이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근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연히 민간용 뿐으로만 아니라 군수용으로도 이를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무인 주행 시스템인 AMAS (Autonomous Mobility Applique System) 는 미 육군의 탱크 자동화 연구소 - TARDEC (U.S. Army Tank Automotive Research, Development and Engineering Center) - 와의 협력으로 연구되는 군용 무인 주행 프로젝트이다.  AMAS는 현재 존재하는 미 육군의 군용차량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무인 주행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적용될 수 있는 군용 차량은 일반 수송차량에서부터 군용 로켓/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MLRS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M270 시리즈와 HIMARS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이동식 발사대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주행이 가능한 상태이다. 오프로드 주행실험도 실시하였는데, 이 테스트에서 오프로드 주행은 물론이고 가상 도시에서의 장애물 피해 달리기,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과 충돌하지 않고 정지하기 등의 테스트가 이뤄졌다. 다만 실제 도로 상황에 비해서 매우 단순한 상황이라 아직 실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군용 무인 주행 시스템은 후방 지원 병력의 수를 줄이고 전방에서 싸우는 병력의 수를 늘릴 수 있으며 만약의 매복 상황에서도 운전자를 노리는 저격에 더 안전하긴 하겠지만 전쟁터라는 돌발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결국 병사가 탑승해서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면 결국 병사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정도의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미래 수송 시스템에서 무인 주행 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AMAS 시스템이 적용된 시제차량이다. 운전석이 없는 것이 특징. 정해진 코스를 자율적으로 운행하며 웬만한 장애물도 회피할 수 있다.

 

➁ 인공낙하산 JPADS
낙하산을 통한 물자 공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방법은 엉뚱한 곳에 물자가 도착하거나 혹은 더 최악의 경우로 적에게 물자가 넘어갈 위험성이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에서 연합군은 많은 양의 물자를 공수작전으로 보급했으나, 많은 양이 독일군의 진영에 떨어졌다. 독일군은 이를 ‘처칠 보급’이라고 부르며 그 물자를 알토란같이 쓴 바가 있다. 따라서 최근의 공수 보급에는 GPS로 유도되는 낙하산을 이용해서 정해진 위치에 물자를 공수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었으나, 동시에 GPS 신호를 방해하는 장치들이 개발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미 육군은 합동 정밀 공수시스템 Joint Precision Airdrop System (JPADS)이라는 새로운 낙하 유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일종의 로봇 낙하산(Robo Parachute)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GPS의 도움 없이 이미지로 파악하고 목표한 지점까지 스스로 낙하산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시스템은 드론이나 위성에서 넘겨받은 목표 위치의 이미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수하고자 하는 화물을 대략 150m 이내의 목표지점에 도달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정도면 물자공수작전에서 대단한 정밀도를 나타낸다. 현재 연구되는 JPADS는 2000파운드 (약 900kg) 화물을 낙하산으로 공수하는 시스템으로 우선 개발되고 있으며 앞으로 1만 파운드 (약 4.5톤)의 화물을 250m 이내 거리에 낙하시키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GPS 재밍에도 안전하게 목표물에 착륙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군사적 목적의 공수는 물론이고 재난이나 구호 목적의 화물 공수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가 사람처럼 눈으로 보고 주변 환경을 인식해서 반응한다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으나, 급격한 기술의 진보로 이는 아주 가까운 현실이 되었다.

 

목표지점에 무사히 착륙한 JAPAD의 모습. 별도의 원격조종이나 GPS의 도움 없이 자율적인 조종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➂ 무인헬기와 무인차량의 콜라보레이션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CMU)의 연구자들과 시콜스키사가 손잡고 무인 헬기와 무인 차량을 연동시키는 연구를 공개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이 만든 무인 차량은 자율 주행 능력이 있는 소형 차량으로 방사능이나 위험한 화학 물질, 생물학 무기 공격 등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병사 대신 지형을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무인 차량은 앞으로 전장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지만, 목표 지점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헬기로 수송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 헬기까지 무인화 시킬 수 있다면 병사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콜스키사는 K-MAX 무인기에 사용된 기술을 이용해서 UH-60 MU 블랙호크 헬기를 유무인 겸용기로 개발했다. 이는 2014년 미 육군의 유무인 겸용 수송 헬기 개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번 테스트는 케이지 내에 실린 무인차량을 19km 정도 싣고 날아가 목표 지점에 내려놓고 무인차량이 대략 10km 정도 주변 지형을 살피면서 자율 주행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앞으로 미래에는 이와 같은 무인 헬기가 자동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무인 차량이 전장에 투입되어 전투에 참여하거나 수색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최전방에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라면 현재의 자율 비행, 자율 주행 기술이 결국 무인기와 무인차량에 적용되어 전장에 투입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헬리콥터와 자율주행차량의 합동작전이 실행될 날은 멀지 않아 보인다.

 

➃ 미 해군의 ACTUV
미 해군과 미국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는 하늘에 이어 바다에 드론을 띄워서 적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임무를 맡기려고 하고 있다. 몇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 중인데, 그 중 ​ASW Continuous Trail Unmanned Vessel (ACTUV) 가 중요한 테스트를 통과해 이제 실물 크기의 프로토타입이 바다에서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ACTUV는 대잠전 (ASW : Anti Submarine Warfare)에 특화된 무인 선박이다. 바다에서 비대칭 전략으로써 잠수함의 존재는 여전히 미국과 그 우방들에게 큰 위협이다. 대잠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잠수함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군전력이 막강한 미군이라 할지라도 넓은 바다를 다 수색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대잠 전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통 적의 잠수함이 있을 만한 장소를 수색하고 이를 추적, 혹은 파괴하는 식으로 대잠전은 전개된다. 그런데 평시에 적 잠수함을 격침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이를 추적하는 임무가 주가 된다. 그러나 이 임무에 구축함을 한척씩 투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이 지루한 임무를 무인 선박에 넘길 수 있다면, 구축함을 포함한 해상 전력은 훨씬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다. ACTUV는 바로 이런 임무를 위해서 개발되고 있다. 40m 정도의 크기를 지닌 ACTUV는 자동 항행 시스템과 각종 센서를 지녀 다른 배, 암초, 기타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의 2014년 미시시피 주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는데, 특히 다른 배와 충돌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사용해 스스로 항로를 변경해 회피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자칫 수중의 잠수함만 추적하다가 다른 상선과 충돌할 경우 미국과 미 해군 당국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무인 선박의 등장은 해전의 양상을 크게 바꿔놓을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화된 로봇 선박과 잠수함이 승조원 없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대형 유인 군함의 임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나아가서 대형 여객선과 화물선에도 같이 탑재되어 더 안전한 항해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ACTUV의 개념도. 상당한 기술적 진척이 있어 미 해군이 거는 기대가 크다.

 

➄ Ghost Swimmer
미 해군은 참치 같은 대형 어류와 닮은 모양을 한 무인 수중선 (Underwater Vehicle, UUV) 을 개발하기 위해서 Slient NEMO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14년도에 최초 그 결과물을 공개했는데 고스트 스위머 (Ghost Swimmer) 라는 로봇 물고기로 멀리서 보면 진짜 물고기처럼 생겼다. 마치 작은 상어처럼 생긴 이 로봇 물고기는 물고기처럼 위장해서 정보 감시 및 정찰 임무에 투입하는 용도이다. 이를 위해 1.5미터 길이, 중량 45kg 이내, 수중 25 cm에서 90미터 잠수 능력 등이 요구되었다. 고스트 스위머는 보스턴 엔지니어링 (Boston Engineering) 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마치 물고기처럼 꼬리로 헤엄쳐 이동할 수 있다. 노트북을 이용해서 500피트 (152 m) 거리까지 원격 조종을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 운동이 가능하게 제작되었으며 동력원은 배터리를 사용한다. 주요 작전 능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은밀하게 정찰, 감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 매우 적당한 로봇이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로봇이 조심해야 하는 적은 오히려 적의 군함이 아니라 어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고스트 스위머 영상을 보시려면 - http://demaclub.tistory.com/2506

고스트 스위머는 언뜻 보면 상어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특히 자율주행을 하면서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부들의 그물을 조심해야할 정도이다. 

 

➅ Echo Voyager
보잉이 장거리 무인 잠수정(UUV : unmanned undersea vehicle)에코 보이저(Echo Voyager)를 공개했다. 최근 적 잠수함 탐지, 기뢰 탐지 및 제거, 해저 수색 등을 위해서 소형의 무인 잠수정인 UUV를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에코 보이저는 이중에서도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무인 잠수정이다. 에코 보이저는 무려 15.5m에 달하는 대형 UUV 로 무려 1개월간 장시간 작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실용화된 UUV는 구축함 같은 모선에서 발진시키는 것들이 대부분으로 항속 거리나 작전 반경은 별로 길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에코 보이저는 글자 그대로 항해를 할 수 있는 UUV라고 할 수 있다. 동력원으로는 하이브리드 재충전 동력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내연 기관과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항속 거리나 작전 시간이 매우 길어진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시스템을 이용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정찰 및 수색 임무를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어뢰를 이용한 공격도 가능하리라 본다.

 

에코 보이저가 실전에 배치된다면, 연안방어에 대한 개념이 통째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