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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SLBM – 침묵의 암살자(2)

SLBM 침묵의 암살자(II)

 

침묵의 암살자-SLBM의 무서움

바다 속은 공기에 비해 약 800배의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파나 빛이 먼 거리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 바다 속은 천연의 스텔스 지역이다. 현재는 오로지 음파만이 물속에서의 유일한 탐지수단이다. 하지만 바다는 넓고 잠수함은 그 바다의 넓이에 비해 모래알만큼이나 작아서 적 잠수함을 바다에서 찾아내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바로 여기에 SLBM의 무서움이 있다.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의 경우, 미사일발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미사일을 노출할 수밖에 없고, 특히 액체연료타입의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만 30분이 넘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글로벌호크같은 고성능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적극 활용한다면 비교적 사전에 탐지가 가능하다. 이동식 발사대의 경우도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일단 이동이 시작되면 쉽지는 않지만 탐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따라서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할 최소한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SLBM을 적재한 잠수함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발사위치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인 공격수단이 된다. 단 한척의 적 잠수함이라도 아군의 대잠망을 뚫고 들어온다면 그 결과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대잠수함 작전에 동원되는 장비를 보여주는 삽화이다. 구축함에서부터 헬기와 대잠기까지, 단 한척의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엄청난 첨단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

 

과거 냉전시절 초기,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영해 근처로 접근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잠수함과 탄도미사일의 제작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략원잠에게 중요한 작전 해역은 북극해가 되었다. 전략미사일의 사거리는 점차 증가하여 미국의 ‘Trident D-5’의 경우는 11,000Km, 러시아의 ‘SS-N-20’은 8,300Km에 이르는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둘레가 약 40,000Km인데 비해 10,000Km라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북극점을 정점으로 북반구 전체를 사정권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극해는 수많은 빙산과 빙괴로 덮여있고 육지도 없기 때문에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수상함정의 이동과 육상기지의 설치가 어렵지만, 잠수함은 북극해의 바다 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뿐더러 빙산과 빙괴는 잠수함의 존재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감춰준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원잠들은 얼음을 깨고 부상할 수 있도록 사령탑이 견고하게 제작되어있으며, 사령탑에 배치되어있던 잠항타를 함수로 옮기고 빙괴탐지 센서 등을 추가하여 이에 대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사시 상대방의 전략무기 사용의지를 꺾을 수 있는 전쟁억지력은 적의 선제공격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보복공격이 가능한 체제를 갖추는 것인데, SLBM이 갖는 은밀성은 이러한 목적에 가장 잘 부합되는 ‘침묵의 암살자’라고 할 수 있다.

 

북극해의 빙벽을 뚫고 솟아오른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원잠의 모습. 냉전시절부터 현재까지 북극해는 전략원잠의 집결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북한이 SLBM을 제대로 개발해 북극해를 이용한다면 미 본토도 안전하지 않다.

  

SLBM의 취약점과 공격원잠

SLBM을 탑재한 전략원잠이 워낙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여러모로 강구했고, 지금까지 나온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공격원잠이라 할 수 있다. 공격원잠 역시 거의 무한대의 추진력이 가능한 원자력 동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드넓은 바다 속에서 전략원잠을 찾아내기에 안성맞춤이다. SLBM은 한번 명령이 내려지면 이를 취소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발사에 매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잠수함이 한 지점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며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 과정에서 발사 직전에 자기의 위치를 측정하여 입력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모든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대략 30여분의 시간이 걸리며 잠수함의 심도도 가장 낮다. 바로 이때가 전략원잠이 가장 취약하고, 공격원잠과 각종 대잠방어시스템에 노출 될 위험이 가장 높을 때이다. , 공격원잠은 SLBM을 적재한 전략원잠을 저지하는 이른바 헌터킬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 이다.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이 항속능력의 한계로 인해 특정 해역에서만 제한된 수동적 방어를 하는 반면, 공격원잠은 적 전략원잠이 모항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추적을 시작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어 작전이 가능하다. 또한, 아군의 전략원잠을 사냥하려는 적 공격원잠을 저지하는 임무도 부여받고 있다. 다시 말해 공격원잠은 디젤잠수함에 비해 압도적인 속력과 항속능력을 갖추고 있어, 특정해역으로 접근하는 적 수상함대를 저지하는 방어적 임무와 함께 자국의 수상함대를 호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영해 방어수단으로 간주되어진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원잠의 모습을 묘사한 삽화이다. 수심 20m 내외의 얕은 심도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이때가 전략원잠으로서는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원잠인 미국의 LA급 공격원잠. 현재 공격원잠은 어뢰 발사구를 통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제한적인 전략공격도 가능하다.

 

 

북한의 SLBM과 대응

필자의 견해로 이번 북한의 SLBM발사실험은 북한이 본격적인 전략잠수함 전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SLBM을 적재하기 위해서는 전략원잠급의 대형 잠수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이번 북한의 실험은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실험, 콜드 런칭실험을 한 것이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실험으로 보았을 때 2017년 말에 사거리 2,000Km의 탄도미사일 1발을 적재한 2,000톤 급 잠수함이 배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 1발의 탄도미사일을 적재한 잠수함은 전략적으로 그리 큰 위협은 아니나, 문제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수단이 점점 늘어나는데 있다.

필자는 우리역시 SLBM을 보유함과 동시에 북한의 전략잠수함을 모항에서부터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앞으로 도입될 글로벌호크와 인공위성, AIP추진식의 3,000톤급 잠수함의 조속한 배치가 필요하다.

그만큼 북한의 SLBM는 매우 심각한 안보위협요소이다. 한국은 이제 안보위협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차기 중형급(3,000t) 잠수함의 모형들 중 하나이다. 기동성 향상을 위해 X형 잠항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북한의 SLBM 발사시험 모습. 잠수함이 아닌 수중에 별도의 발사장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SLBM을 전력화시킨다면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 매우 골치가 아파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