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침묵의 암살자()

 

지난 59, 북한이 SLBM(Submarine Lunched Ballastic Missile :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언론은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11일에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SLBM에 대해 설명했으며,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하기위해 분주히 노력중이다. SLBM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미사일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적국의 해안에 몰래 접근하여 발사한다면 조기에 탐지가 매우 어려운 공격수단이므로, 흔히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SLBM는 전략무기로 분류되며, 핵탄두를 장착한 SLBM는 지난 냉전기간 동안 미·소간의 핵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전략무기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북한이 SLBM를 개발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전략무기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이에 필자는 SLBM의 탄생배경과 그 전략적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 북한의 SLBM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SLBM의 탄생배경

잠수함을 통한 전략공격의 개념은 사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독일에 의해 시도되었다. V2미사일을 탑재한 컨테이너를 잠수함으로 이동시켜 미 본토근처에서 발사한다는 계획과 순항미사일의 개념인 V1로켓을 잠수함에 적재해 사용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종전과 함께 실행되지는 못 하였다. 그러나 그 열매는 미국이 가져갔다. 미국은 독일로부터 노획한 V-1 설계도를 이용해 LTV-N-2 로켓을 제작했고, 이를 미 잠수함 USS Carbonero에서 발사하는 실험을 실시해 전략무기로서 잠수함의 가치를 확인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사정거리 800Km의 순항미사일 레귤러스를 탑재한 재래식 디젤추진 잠수함 계획을 추진하였고, 당시 소련 역시 SS-N-3 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줄루(Z)형 잠수함을 건조하게 된다. 하지만 대기권 내를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근본적으로 사정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격추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로써 탄도미사일에 치중하기 시작한다.

 

 

독일로부터 노획한 설계도로 미국판 V1’로켓을 만든 미국은 이를 잠수함 탑재 순항미사일의 실험도구로 사용했다. 사실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원조이다.
 

미 해군의 잠수함발사 순항비사일 레귤러스’. 앞서 미국판 V1’ 로켓인 LTV-N-2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957, 이제까지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전략무기의 우월성이 단번에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위성 스푸트닉호의 발사에 성공한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이 우주개발에서 소련에 뒤쳐진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것은 곧 핵탄두를 탑재한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 대륙간탄도탄)을 먼저 개발했다는 의미와 같았다. 미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은 이제 전략미사일 경쟁에서 소련에 뒤처지게 되었고, 이와 같은 위기감 속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하여 소련 본토 근해까지 접근해 발사한다는 계획을 서둘렀다. 이와 동시에 ICBM의 개발 역시 서두른다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미국이 이런 투트랙 전략을 쓰게 된 이유는 장거리 ICBM의 개발보다 잠수함 탄도탄을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빠르게 실용화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련이 우주경쟁에서 이겼다!’. 이른바 스푸트닉 쇼크1957년 미국을 강타했다. 이 때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근 40여 년간 소련의 핵위협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SLBM 잠수함 개발의 험난한 길

하지만 잠수함 탄도탄 개발도 쉽지는 않았다. 일단 잠수함에 탄도탄을 적재해야하는 문제가 가장 컸다. 처음에는 잠수함 외부에 미사일을 적재한 캐니스터를 장착할 계획을 했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의 특성상 수직에 가깝게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데, 외부에 있는 캐니스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잠수함의 사령탑을 대형화 시켜 여기에 미사일을 적재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여기서 또 몇 가지 문제가 불거진다. 사령탑을 대형화 시키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겨우 2~3발의 미사일을 적재할 수 있었고, 전략잠수함의 특성상 오랜 기간 잠항하여 작전을 수행해야 하므로 잠항기간에 제한이 있는 통상적인 디젤잠수함은 적합하지가 않았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자연스럽게 SSBN(Ship-Submersible-Ballastic missile-Nuclear : 전략원잠)이 유일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에서 SS-N-4 탄도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초기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사진과 같이 사령탑에서 발사해야만 했다.
 원자력 잠수함은 커다란 장점들이 이었다. 일단 원자력이라는 무한한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잠항시간의 제약이 없이 언제 어디서든 적국의 해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략원잠은 이제까지 잠수함의 통상적인 임무였던 대() 수상전투와 대() 잠수함 전투를 수행하지 않고, 오로지 전략미사일 공격이라는 한 가지 임무만이 주어진다. 따라서 전략원잠은 일단 미사일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지점에 도착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미사일을 발사해야만 하다. ,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출항 자체가 실전이고, 이른바 장기간에 걸친 전략패트롤임무를 수행하며 미사일 발사명령을 기다리기 때문에 잠항시간 제한의 벽을 넘어서야만 했고, 원자력 잠수함은 이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또한, 디젤잠수함에 비해 상당히 크게 제작해서 다수의 탄도미사일 적재도 가능했다.

 

 

미 전략원잠 오하이오의 모습. 미사일 커버가 모두 열려있다. 원자력 추진으로 잠수함의 덩치가 커지자 십 수발의 탄도미사일이 적재 가능해졌다.

 

이제 미사일 발사 방식이 마지막 과제가 되었다.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방식은 핫 런칭(Hot Launching) 방식과 콜드 런칭(Cold Launching) 방식이 있다. 핫 런칭 방식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직접 점화하여 발사하는 방식이다. 탄도미사일에 장착된 부스터(Booster)를 점화시켜서 추진시키면 발사관 내에 엄청난 화염을 일으키며 미사일은 솟구쳐 오르는데, 이때 이 뜨거운 고온의 화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사관 장비의 내구성이 관건이 된다. 게다가 핫 런칭 방식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의 사령탑이 수면 밖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초기의 탄도미사일은 대부분이 액체연료주입 방식이었기 때문에 수면위에 부상하고도 연료주입시간 등 대략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잠수함이 수면위로 부상한다는 자체가 적의 영해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인데, 한 시간 정도를 수면위에 정지한 상태에서 발사준비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결국 대안은 수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법 뿐 이었고, 이 대안은 콜드 런칭 방법으로 풀어야만 했다. 핫 런칭 방식은 지상용 ICBM 발사 방식에 많이 쓰이고 있다.

 

미국의 ‘Titan-2’ 대륙간 탄도탄(ICBM)의 발사모습. 핫 런칭은 보시는 바와 같이 엄청난 화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잠수함에서 운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콜드 런칭 방식의 경우, 발사관 내부에서는 증기발생기나 고압의 압축공기시스템을 이용, 미사일을 사출시킨다. 그리고 미사일이 수면 밖으로 나간 다음에 고체연료 부스터에 점화되는 이중 발사 방식이다. 콜드 런칭의 장점은 복잡한 열 배출 구조가 필요 없고, 단가도 싸며 발사관의 재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사일을 물 밖으로 사출한 후, 점화시키는 이중 발사 체계는 콜드 런칭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약에 점화가 안 될 경우, 수직 발사된 핵탄두 미사일이 잠수함으로 낙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직 낙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사를 주어서 약간 기울여 발사하는 것이 일반적 콜드 런칭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드 런칭은 적에게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아 SLBM에는 최적의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콜드 런칭 방식이라도 수중 발사 심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대략 15~20m의 심도까지 올라와야만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만약 상대편이 촘촘한 대잠망을 갖추고 있다면 이 또한 발각될 가능성이 있는 매우 높은 심도이다.

 

잠수함에서 ‘Trident-2’ 전략핵탄도탄이 발사되는 모습. 보시는 바와 같이 발사 실패 시 수직 낙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스듬하게 발사된다. 콜드 런칭은 현재 전략원잠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간주되어진다.

 

아무튼 소련보다 사정이 다급했던 미국은 공격형 원잠으로 계획하였던 스킵잭급 잠수함 스콜피온의 선체를 절단하여 미사일 발사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조한 세계 최초의 전략원잠 조지 워싱턴호를 1959년에 취역시키게 된다. 조지 워싱턴호에는 사정거리 2,200Km의 포라리스 A1 탄도미사일이 16발 탑재되어있었고, 이후 미국은 라파예트급 공격 원잠을 포함하여 년 평균 8척의 전략원잠을 취역시키며 소련과의 핵 경쟁에서 균형을 맞춰 나간다. 뒤늦게 전략원잠의 경쟁에서 뒤쳐졌음을 인식한 소련은 양키급 전략원잠을 대량으로 취역시키며 양국의 핵전략 미사일 잠수함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국이 급조해 만든 조지 워싱턴급 전략원잠. 다급한 나머지 공격원잠을 대폭 개조하는 방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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