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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육상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친] 저격수 이야기(4)



[이세환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저격수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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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은 이른바 주바라고 불리 우는 무장세력 저격수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은바 있고, 미군이 저격당하는 장면(아마도 주바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은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영상이 되었다.


  

주바라고 불리우는 이라크 무장 세력의 저격수.

주로 러시아제 드라구노프 계열의 저격총을 사용한다.

주바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미군은 전문적인

헌터킬러와 함께 지정사수를 배치시켰다. 

 주바에게 저격당한 순간의 미군 병사들.

IED(사제폭발물)와 더불어 주바의 존재는

이라크의 미군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이라크전 초기, 무장 세력의 주바에게 고생한 경험을 살려 미군은 부대 내에 지정사수(Designated Marker)를 배치했다. 지정사수란 분대 내에 우수한 사격능력이 있는 대원에게 스코프가 장착된 소총을 지급한 후, 적 저격수 등의 위험 대상이 출현하면 이를 제거하거나 격퇴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병사를 뜻한다. 지정사수들은 처음엔 사거리가 짧은 5.56mm 구경의 M-16 계열 소총에 스코프를 장착해 사용했다. 하지만 유효사거리가 훨씬 긴 무장 세력의 저격총(주로 7.62mm 드라구노프 계열)에 대처가 힘들었고, 급한 대로 5.56mm탄 보다 훨씬 긴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7.62mm 구경의 M-14 소총을 사용했다. M-14는 비록 월남전 초기에 잠깐 쓰인 소총이었지만, 신품과 다름없는 재고품이 잔뜩 있었고, 여기에 기본적인 배딩처리(소총 기관부의 간격을 충진제로 메워 소총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조치) 및 방아쇠 압력 조절 등을 통해 정밀도를 향상시킨 뒤 실전에 투입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전과를 올렸다.


                                  M-14를 사용하는 미군 지정사수의 모습현재는 7.62mm SR-16 계열 소총으로

                                  많이 교체되었다.


2008,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이었던 한 미군 소대는 산악지대에서 탈레반 게릴라들과 마주쳤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미군은 5.56mm M-4 소총의 사거리 부족으로 탈레반과의 교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소대 지휘관은 여기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소대에 배치되어있던 2명의 지정사수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명령했고, 2명의 지정사수들은 과감히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에서 정확한 사격을 실시하였다. 결국 다수의 사상자를 낸 탈레반 게릴라들은 현장에서 도주하였다. 지정사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지정사수를 활용 한 전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주 흔한 일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작전 중인 미군산악지대에서 5.56mm 탄의 사거리

                                 부족은 미군의 고민거리였고,지정사수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었다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듯 저격수는 의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서운 존재다. 그리고 저격수는 전장에서 적에게 절대적인 공포감을 심어준다. 전장에서 병사들은 나는 표적이 아니겠지라는 희망을 품지만 항상 저격수의 총탄은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날아오기 때문이다. 저격으로 인해 떨어진 사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 할뿐더러, 얼어붙은 병사들은 보이지 않는 적에게 노출 될 가능성이 있는 명령을 거부하게 되고, 적의 저격에 적절한 대응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결국 적의 저격은 아군의 지휘체계 자체를 마비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라크에서 시가전을 치르고 있는 미군저격수의 위험 때문에 장갑차 뒤에

                                     바짝 붙어있다특히 시가전에서 단 한명의 저격수에게 부대 전체가 발이

                                     묶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반면, 저격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주 긴 기간 동안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함과 동시에 강한 인내심과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 결코 단시간 내에 수준 낮은 훈련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가 저격수이다. 가장 실전을 많이 치루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경우 저격수를 양성함에 있어서 훈련은 말 할 것도 없고, 인원 선발에서부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히 총을 잘 쏜다고 다 저격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 한명의 제대로 된 저격수를 양성하는데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옛 소련식 군사체계를 도입한 북한은 꽤 많은 수의 저격수가 일선부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사시 북한군의 저격전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도 저격수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사실 현재 우리 군의 일반 보병부대에서 저격수를 양성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실전에 투입 가능한 저격수 1명을 양성하는데 최소 18개월이 소요된다는 미군의 사례를 비추어보았을 때,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채 2년이 안 되는 우리군의 실정상 현역병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저격수를 양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군의 저격전술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인 저격수는 부사관 이상의 전문 인력에서 선발해야 하고, 그 숫자도 늘려야 한다.

다만, 지정사수의 경우에는 우리도 아주 진지하게 도입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저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기간도 짧고, 실전에서의 사례들을 검토해 보았을 때 우리 군도 충분히 운용할만하다고 판단된다.

하루빨리 우리군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전쟁 등에서의 저격수 실전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특수부대뿐만이 아닌 일선 보병분대에 지정사수에 대한 개념 정립과 도입을 서둘렀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훈련 중인 미군 저격수들. 제대로 된 저격수 한명을 양성하기위해서는 적어도 2

                                 가까운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저격수 이야기는 이번 4회로 마무리 합니다. 다음은 스텔스 전투기의 탄생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