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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육상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친] 저격수 이야기(1)

[이세환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저격수 이야기(1)

 

2011년 벽두에 필자는 당시 모든 언론매체를 통해 뉴스를 하나 접하게 되었다.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국방부는 24일 '2011년부터 달라지는 예비군훈련' 자료를 통해 "북한의 특수전 부대와 시가지 전투에 대비한 예비군부대 저격수 양성 훈련을 하기로 했다"며 "향방 및 타격소대별로 1명씩을 선발해 훈련기간 동안 4시간을 사격연습에 투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예비군 저격수는 저격용 스코프가 장착된 M16A1 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며 군은 향후 3만 여명의 저격수를 지속적으로 양성 유지할 계획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장 세력의 저격전술에 꽤 많은 피해를 입은 미군의 예를 반면교사삼아 내린 조치라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저격수는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을까? 그리고 현대전에서 저격수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시리즈를 통해 한번 알아보자.

 


 

저격수의 태동과 진화 


저격수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고, 뭘 하는 사람일까? 그저 소총에 스코프(조준경) 달고 총을 쏘는 병사는 죄다 저격수라 부르는 것인가?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자.
1500년경부터 머스켓 소총(총신안에 강선이 없는 활강식 소총. 쉽게 말해 화승총을 생각하시면 될 듯)이 등장했지만 그 명중률은 형편없었다. 장전이 불편한 것은 둘째 치고 정확한 조준을 해도 100m정도 거리에서 사람을 맞추는 것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머스켓 소총이 보병의 주력 화기였던 나폴레옹 전쟁 때만 하더라도 실제 교전 거리는 50m 가 일반적인 거리였다.

 

초기 화승총의 모습. 당시 화승총은 성능과 효율이 형편없었으나

기사계급의 몰락을 가져왔고,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의 악몽으로 남아있다.

 

「워털루」등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를 보면 양측의 병사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마치 교대로 서로에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참으로 바보 같은 모습이기까지 한데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형편없는 명중률과 더불어 1분에 2발밖에 장전할 수 없는 머스켓 소총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병사들이 밀집된 대형을 갖추고 적에게 집중 사격하는 방법밖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월털루 전쟁을 묘사한 삽화.  성능의 한계가 분명한 머스켓 소총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무식한(?)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7세기 초반에 기막힌 물건이 나왔다. 바로 강선식 소총(라이플:Rifle)이라는 것인데, 쉽게 말해 총신 안에 나선형의 홈(강선)을 파 탄도의 안전성을 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탄도의 안정성(명중률)뿐만 아니라 사거리나 위력 또한 증가되었다. 하지만 강선식 소총(이하 라이플)은 머스켓 소총에 비해 제작 단가가 매우 비쌌으며, 장전하는 방식도 아주 까다로워 결코 대량생산할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초기에 라이플은 주로 사냥꾼들이 쓰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 라이플이란 물건은 곧 전쟁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쓰이게 된다.

  

 

                                            

18세기 유럽의 사냥꾼을 묘사한 그림. 이들은 여러 면에서 활강식 보다 성능이 월등한 라이플을 사용했다.

 

이윽고 나폴레옹 전쟁 때, 미국 독립전쟁당시 민병대의 라이플에 혼이 난 영국군에서 ‘라이플사수’라는 병사가 등장한다.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밀집대형을 이루지 않고 혼자 다니며, 화려한 원색의 군복이 아닌 지면과 잘 구분되지 않는 녹색의 군복을 입고, 지휘관의 명령에 의해 발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표적을 찾아 사격하는 병사. 그리고 그 병사가 노리는 표적은 적 지휘관이나 포병사수, 혹은 적 라이플 사수. 뭔가 감이 잡히시는가? 그렇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저격수인 셈이다. 대부분이 사냥꾼 출신이었던 이 라이플사수는 스페인의 빌라프랑카 전투에서 프랑스군의 콜베르 장군을 약 270m 거리에서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 라이플 사수의 모습.일반 보병과 달리

밀집 대형을 이루지 않고, 엄폐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눈에 잘 띠지 않는 녹색 군복도 은폐에 한 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