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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3년… ‘응징의 총포’ 거침이 없었다

가슴에 묻은 3년… ‘응징의 총포’ 거침이 없었다

해군2함대 해상 전술기동훈련 현장을 가다

초계함전대 주축 양만춘함 등 대거 출동 ‘북한 잠수함 NLL 침투’ 가정 실전 방불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해군2함대 진해함 장병들이 함교에서 훈련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해상전술기동훈련에 참가한 해군2함대 초계함이 대잠상황을 가정, 폭뢰를 투하하자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고 있다.>

 

“적 도발 징후 포착! 전대 긴급 출항!”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25일 오전 8시. 정적을 깨우는 긴급 출항 명령에 돌격계류(뱃머리가 부두 입구를 향하도록 정박한 상태) 중인 1200톤급 초계함 진해함이 홋줄을 걷고 출항 기적을 울렸다. 이와 동시에 동급 함정인 영주·공주함도 부두를 이탈했다. 초계함들은 적이 부설해 놓은 가상의 기뢰 지대와 협수로(항로 또는 수로의 폭이 좁은 곳)를 무사히 통과한 후 훈련구역을 향해 쾌속 항진했다.

 “훈련! 현 해역에 적 잠수함 활동 예상됨! 함 총원은 대잠경계 강화에 만전을 기할 것!”

 진해함이 훈련구역에 도착하자 대잠 상황이 하달됐다. 아군 함정들은 즉시 대잠 전투배치를 발령하고 작전·견시요원 등을 증강 배치했다.

 “방위 ○○○, 거리 4000. 미식별 수중 접촉물 접촉!”

 잠시 후 음파탐지기에 미식별 수중 접촉물이 탐지됐다. 상급부대 확인 결과 접촉물은 아군 및 우군 잠수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진해함은 접촉물을 적 잠수함으로 판단, 즉각 부상(浮上)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적 잠수함은 세 차례에 걸친 권유를 무시하고 어뢰를 발사했다.

 아군 함정들은 어뢰음향대항체계(TACM: Torpedo Acoustic Counter Measure)를 투하하고 전속 회피기동으로 피격 위험수역을 벗어난 후 반격에 나섰다. 순식간에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접근한 아군 함정들이 폭뢰를 투하하자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우현 견시 보고! 기름띠 및 부유물 보이고 있음!” “소나 폭발음 청취! 적 잠수함 소실!”

 훈련은 숨돌릴 틈도 없이 대함사격으로 이어졌다.

 “적 경비정 NLL 침범 지속 남하 중!”

 진해함은 신속히 대함 경계태세로 전환한 후 경고통신을 전송했다. 하지만 적 경비정은 1·2차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에도 함수를 돌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군 함정들은 격파사격에 돌입했다.

 “전포 조준 좋으면 사격!”

 아군 함정에 장착한 76㎜ 주포와 40㎜ 부포, 3·26(K-6) 중기관총이 일제히 불을 뿜자 해상 표적 주변에 물보라가 일었다. 3·26 중기관총은 고(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성금으로 도입한 12.7㎜ 중기관총이다.

 “적 경비정 화염 보이고 있음!”

 강도 높은 전술기동훈련은 가상의 적 경비정이 레이더 상에서 소실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김준철(중령) 진해함장은 “우리 승조원들은 해군 최선봉 창끝 부대라는 자부심과 항재전장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며 “특히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는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정신을 바탕으로 적의 어떠한 도발도 현장에서 즉각 격멸·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천안함 전 승조원 허순행 상사 -천안함 승조원 20여 명목숨 걸고 임무 수행 중

해군2함대는 천안함 폭침 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오전 서해 상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술기동훈련을 벌였다. 초계함전대를 주축으로 한 훈련에는 한국형 구축함 양만춘함(DDH-Ⅰ)을 비롯해 호위함(FF)·초계함(PCC) 등 전투함정이 대거 참여했다. 2함대 장병들은 훈련을 통해 조국의 바다를 목숨으로 지킨 천안함 46용사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강력한 복수·응징의지를 재확인했다.

삼년상을 탈상하는 기분이다. 전우 몫까지 열심히 생활하겠다.”

 천안함 승조원이었던 허순행 상사는 천안함 폭침 3주기를 맞는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현재 2함대 전비전대 해상훈련대에서 통신관찰관으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함정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허 상사는 그러나 ‘생존장병’이라는 표현과 이맘때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에 대해 작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데 이제는 자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살아 돌아온 장병들은 죄인이 아니다. 우리 역시 조국의 바다를 목숨 걸고 지킨 자랑스러운 해군의 일원이다. 그냥 천안함 승조원으로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허 상사는 특히 “천안함 승조원 중 20여 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서·남해 각 함정에서 주어진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적이 다시 도발하면 전사자 복수에 앞장설 것”이라며 비장한 의지를 밝혔다.


 

<윤병노 기자  trylover@dema.mil.kr, 사진 =  정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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