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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 어설프지만 ‘대한 정예전사’ 믿을 맨

첫 발 어설프지만 ‘대한 정예전사’ 믿을 맨

육군훈련소 국외영주권 훈련 현장을 가다

살아온 환경·문화 달라도 훈련땐 긴장·집중훈련소 특별교육 ‘역사·애국’ 가슴으로 느껴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의 국외영주권자 입소 장정들이 동화교육기간 중 경례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5주간의 훈련 후 대한민국 국군으로 거듭나게 된다.>

 

<올해 첫 국외영주권 입소장정들이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서 제식훈련을 받고 있다.>

 

“왼발 나가며 오른손을 앞으로!”

 한번 들어오면 누구나 추위를 느낀다는 육군훈련소.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19일 오후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는 어색하지만 우렁찬 구령소리가 영내를 흔들고 있었다.

 구령의 주인공은 새내기 훈령병들. 아니 아직 훈련병의 위치에도 미치지 못한 올해 첫 국외영주권 입소 장정들이다. 현재 훈련소 ○○교육연대 2교육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손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안 됩니다. 45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소대장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정신을 집중하며 구령에 맞춰 ‘바른걸음’을 익혔다. 지난 일주일간 초기 적응 프로그램을 마친 후 동화교육 2일차. 특기검사 틈틈이 간단한 제식훈련과 군가를 배우는 상태다.

 외관은 이미 군인이었다. 방탄헬멧을 쓰고 탄띠를 착용한 총기 없는 단독군장으로 열심히 걷고 구령을 외쳤다. 그렇지만 아직은 어색함이 넘쳤다. 2%가 아닌 20%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좌로 돌아’라는 구령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황급히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한국말이 서툴러 소대장의 구령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정도 보였다. 눈치껏 동료들을 살피며 열심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시쳇말로 아직 ‘각’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달랐다. 군인화의 첫 단계로 들어섰다는 자부심이 보였다. ‘조국수호’의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긍지도 넘쳤다.

 10여 년을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아온 청년들이기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단체활동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살아온 환경이 각기 다르고 문화가 달랐기에 무늬만 한국인일 수도 있었다.

 군 입대는 이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었다. 군문에 들어선 지 일주일이 막 넘었지만 벌써 많은 경험을 했다. 동료애를 알게 됐다. 군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육군훈련소의 특별 교육으로 한국의 역사와 나라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게 됐다. 조국 분단 현실과 6·25전쟁, 계속되는 북의 도발 등 한반도 안보상황도 알게 됐다.

 이미 간단한 군가는 2곡이나 익혔다. 모르는 의미는 동료에게 물어보며 그 뜻을 이해했다. ‘전우’와 ‘사나이 한 목숨’을 따라 부르며 군가의 매력에 빠졌다.

 홍콩 영주권자로 자진 입대한 류부형(27) 씨는 “현재 홍콩에 약혼자가 있다”며 “결혼 후 2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알게 하고 싶어 입대했는데 나의 결정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북의 도발에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북이 도발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나가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일본 영주권자인 강승원(21) 씨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사람에 대해서도 알지 못해 입대 전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동료들과 생활하며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군에 오지 않아도 되지만 자진 입대의 길을 택한 만큼 이들의 군 생활 자세도 남다르다. 소대장 고철호 중사는 “생각보다 언어가 통하는 친구들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며 “간혹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은 옆의 동료들이 도와주고 있는데 군에 입대한 이유가 확실한 만큼 열정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대장 정상현 대위는 “편안함을 뒤로하고 조국을 위해 자원입대한 이들의 마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들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정문에는 ‘군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5주 후 이들은 그 문구처럼 대한민국 정예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안보가 걱정된다’는 사람들에게 이들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이영선 기자 ys119@dema.mil.kr , 사진 = 정의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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