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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

한여름여행기 2탄 - 부산, 2일차

부산에서의 둘째날은 역시나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부산에서 꼭 먹어야할 목

록에 있었던 OPS 베이커리의 왕슈크림빵을 소개하도록 하겠다.부산에서 ops

베이커리는 3군대 있는데, 남포동 롯데백화점과, 해운대, 부산역부근에 하나씩

있다. 큰 빵에 기계로 슈크림을 꽉꽉 채워넣어 주시고, 가격은 하나에 1800원.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남녀 가리지 않고 하나씩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나 먹

고 두개째 먹으려면 약간 느끼하고 배가 부르다.


아침을 베이커리에서 가볍게 먹고, 찾아간 곳은,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찾아가

면서 유명해진,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우리나라에 헌책방 골목이 몇군데 있었

지만, 번듯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

로는, 인천의 배다리라는 곳이 있지만, 그곳은 상업화에 밀려, 헌책방이 거의

다 없어지고 말았다.


책방골목 구경을 마치고, 다시 PIFF 광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부산의 또 하나의

먹거리! 냉채족발을 먹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인 족발보다 더욱 얇게 썰고, 겨자

과, 냉채로 맛을 내어, 족발 특유의 냄새를 없앴다. PIFF광장 족발골목에 큰 상

점이 두개가 있다.  부산족발과 맞으편의 여의도 족발이 그 두 곳이다. 부산에

왔으니 부산족발에서 먹어야 될 듯 싶지만, 그 곳 주민들의 추천식당은 여의도

족발집이다.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고, 다음 행선지를 골랐다. 서울로 가는 KTX 기차 시간이

7시 반이고, 이 때 시간이 2시. 어중간하게 남포동에서 시간을 떄우기는 아까워

서, 해운대 쪽으로 나가보기로 하였다. 해운대로 가는 지하철에서 해운대 동백

섬과 이기대 두곳 중에서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였고, 많이 상업화된 동백섬보

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기대공원을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경성대역에서

하차하였다. 이곳이 생각보다 사람들한테 잘 알려져 있지 않은지, 주민들에게

여쭤봐도, 그곳이 어딘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다. 경성대입구역에서 5번출구

로 나가서 마을버스 24번, 27번, 2번을 타고 이기대입구에서 하차하여서, 30분

가량을 걸어올라가야 한다. 아마 더운 날이면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를, 난데

없는 등산이었지만, 다행히 날씨가 시원하였기에 참고 올라갔다(한여름에 더울

때 가시는 분들은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하겠다). 짧은 등산 후에 만난 이

기대는, 이번 부산여행에서 단연 최고로 뽑힐 만한 것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었

고, 반대편으로 광안대교와, 동백섬이 한눈에 들어왓다.




알고 보니, 이곳은 영화 해운대에서 이민기(형식 분)와 강예원(희미 분)이 데이

트를 하는 장소로 나온 곳이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으로 동백섬과 광안대교가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영화의 장면에선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희미
: 아~ 경치죽이네, 여기 이름이 뭐라고요?


형식
: 이기대요!


희미
: 이기대? 사람 이름이에요? 이름 특이하네~


형식
: 사람 이름이 아니고요~ 옛날 임진왜란 때 기생 두명이 적장을 껴안고 여기서 투신을 하였다고 해서 이기대라고 하는 거거든요.


희미
: 근데요?


형식
: 이기 ! 둘 이! 기생 기! 이기!


희미
: 기생이 이기적이었어요?


형식
: 둘 이! 기생 기! 기생이 두명! 이기!


희미
: 아~~~~~ 기생 두명! 이기!


형식
: 원래 말귀를 잘 몬알아 들어예?


희미
: 뭐요?



  
                                     <이기대 공원 -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이기대까지 둘러보고, 부산역에 돌아오니 시간이 한시간 정도가 남았다. 어중

간히 시간보낼 곳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상해거리

였다. 차이나타운이라고 하면 민망할 정도로 작은규모지만, 곳곳에 있는 벽화

들이, 이곳의 정체성을 밝혀주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며...

부산은 정말 다이나믹한 도시다. 젊음의 열기가 넘쳐나고, 볼거리와 먹을

거리 또한 충분하다. 최근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여수,통영,거제까지도

광역여행권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이면, 남

해의 아름다운 절경들까지 부산여행에서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점들을 뒤로 하고, 세계적 관광도시가 되기에는 몇가지 아쉬운

점들이 보였다.


첫째, 랜드마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산은 해운대, 광안해수욕장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낮에 해수욕을 즐기

고, 밤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클럽이나 술집과 같은 유흥거리 밖에 없

다. 야경투어까지 있을 정도로 달맞이고개나, 광안대교 등의 야경을 뛰어

나지만, 홍콩과 같은 야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운대의 도시쪽 야경을 보

면, 아파트의 불빛, 모텔의 네온사인, 술집의 간판이 대부분이다. 광안대교

을 타고 넘어가면서 해운대를 바라보면, 꽉 막힌 아파트들에 의해서 바다

는 보이지도 않는다. 해운대는 특별한 곳이다. 바다와 해수욕장과 도시가

한 판에서 펼쳐진, 세계에서 몇 안되는 곳 중 하나이다. 규모면에선 비교가

안되지만, 마치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도시를 보는 것과 같은 멋진 곳이다.

하지만 거기서 볼 수 있는 특색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분별한 개

발과, 관광도시와는 정말 동떨어진 아파트 위주의 개발이 부산의 특색을

오히려 지워나가고 있다. 최근에 벡스코나, 센텀시티와 같은 대규모 단지

개발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허허벌판이다. 센텀시티에 가보면 백화점

을 제외하고는 역시 아파트다.. 이런 멋진 자연경관을 갖춘 곳에, 세계적건

축가들을 불러와서, 특색있는 건축물을 짓고,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개발을

하게 된다면 더욱 뛰어난 도시가 될 것이다.

둘째로는, 몇백년이어진 항구도시의 특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다. 부산의 도심을 가보면, 이곳이 바다근처인가 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

는다. 간단히 말해서 어촌도시와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자갈치 시

장은 빌딩안에 들어가 있고, PIFF거리나 남포동의 국제상가는 서울의 명동

남대문시장과 유사하다. 과거에 있었던, 한옥이 쭉이어진 중심도로 같은

것이 하나만 있다면, 마치 서울의 광화문대로(물론, 광화문광장은 건축가

들이 뽑은 가장 실패한광장이지만)와 같이 상징성있는 도로와 그 주변으

로, 항구를 느낄 수 있는 한옥들이 쭉 늘어서 있다면, 세계인들이 더 찾을

수 있는 부산이 될 것이다.



우리가 왜 해외여행을 가는가를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도시의 개발계

획도 틀이 잡힐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그 곳의 아름다움. 그 지

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세느강,

샹젤리제 거리의 그 자유로움. 그런 것이 우리나라 도시계획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유리로 된 건물, 삐쭉 솟은 아파트를 보러 외국인들이 한

국을 찾을까. 부산이 더 발달하기 위해선,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래

된 부산의 정체성을 갖는 그 무엇인가를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유지현기자(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