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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

장군의 아들들, 그들을 기억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은 높은 사회적 지위에 해당하는 도덕적 임무의 수행을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나 부자들이 국방의 의무나 기부를 실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한 예로 몇일 전 세기의 결혼식 주인공인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군인으로서 복무중이며, 세계 최대 부자 워렌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 등은 자선사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 60여년 전의 참혹했던 한국전쟁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군의 아들들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쟁을 지휘했던 군내 고위 장군들은 치열했던 전장에서 자신의 아들들을 안전한 곳으로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들을 생과 사가 엇갈리는 최전선으로 배치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였습니다. 실제로 전사율이 8%인 일반 군인들에 비해 장군의 아들은 전사율이 25%일 정도로 높았습니다.

(참조: 도나우강에서 압록강까지, 마크 클라크 장군)

장군의 아들중에는 유엔군사령관인 마크 클라크 장군의 아들, 미 8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의 아들, 워커장군의 아들, 제 1기병사단장 게이 소장의 아들 등이 참전하였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등 미국 내 고위직 인사들의 아들이 다수 출전하였습니다.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의 아들 빌 클라크 대위는 당시 미 9군단장 블라인트 무어 소장의 부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선 소총중대를 희망하여 보병 제 2사단 소속 중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불행히도 그는 「단장의 능선」에서 전투 중 3차례나 부상을 당하고 미국 워터리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상태가 악화되어 끝내 전사하였습니다.

당시 미 8군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 대장의 아들 밴플리트 2세 중위는 아버지와 함께 한국전쟁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4월 4일 압록강 남쪽 순천지역에 출격해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대공포화에 맞아 장렬히 숨지고 맙니다. 아들의 소식을 보고받은 밴플리트 장군은 수색작전에 도를 넘지 말라고 하면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였습니다. 그해 부활절을 맞은 밴플리트 장군은 한국전선에서 전사 혹은 실종된 군인 가족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모든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심정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아들들은 나라에 대한 봉사를 다하고 있습니다. 신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은 사람보다 위대한 사랑은 없을 것입니다.”


            - 밴플리트 동상(육군사관학교)

- 벤플리트 2세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中

이뿐만이 아니라 제1가병사단장 게이 소장의 아들 역시 조종사로 임무수행 중 전사하였으며 수많은 장군의 아들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서양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문화를 생각하게 됩니다. 60여년 전 누구보다 전쟁의 참혹성을 알고 있었던 미국의 장성들이 자신의 아들을 한국전쟁에 참전시키고자 할 때, 그 심정은 어떠하였을 까요? 아마도 일반 미국 군인의 부모만큼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힘들고 위험하지만 숭고하며 자랑스러운 행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군들의 마음속에는 무거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기사를 마무리 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의 고위층 인사들과 아들의 병역 의무 기피 의혹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국의 장군의 아들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y 홀든 콜필드(cp1613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