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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육상무기

K5 권총- 한국 독자개발 '패스트액션' 탑재


지난달 27일 육군30사단 작전지역 일대에서 열린 소대독단훈련에서 K1A1 전차 피격 상황이 발생하자 조종수 김찬회 상병이 하차 후 K5 권총으로 근접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K5형제들

K5 권총은 해외 민수시장에 수출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파생형을 갖게 됐다. 먼저 수출을 위해 디자인을 개선한 DP51과 액세서리 장착을 위해 피카티니 레일을 추가한 DP51MKII, 휴대성 향상을 위해 크기를 줄인 DP51C 등이 있다. 손잡이까지 전반적으로 크기를 줄인 DP51C에 앞서 총열 길이만 줄인 DP51S 모델도 소량 생산된 바 있다. DP는 개발 회사인 대우정밀(S&T 모티브의 전신)의 사명을 딴 ‘대우 권총(Daewoo Pistol)’이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콜트 M1911 시리즈와 같이 45구경 탄약을 공유하는 DH45 권총, 9㎜보다 강한 화력을 내기 위해 40S&W 탄을 사용하는 DH40의 샘플이 제작됐다. DH 시리즈는 정확도 향상을 위해 사각형 총열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S&T 모티브는 미국의 신생 총기 메이커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좀 더 고급화된 K5 수출용 파생형들을 추가했으나, 현재는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민수시장보다는 군의 제식총기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S&T 모티브 측은 K5 권총의 파생형 개발과 관련해, 어느 국가의 주문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구경의 권총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역사 ‘9㎜ 구경’ 세계 트렌드 반영

미군은 1970년 말 전군의 권총을 통일하기 위한 합동제식소화기사업(JSSAP)을 추진했고, 미 공군의 시험평가를 통해 1981년 베레타 92S를 차기 권총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미 육군이 다시 시험평가를 진행하면서, 실제 베레타 M9이 제식 권총으로 채용되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렸지만, JSSAP는 세계 권총의 트렌드가 45구경 탄환에서 9㎜ 구경 탄환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미 육군은 1911년 채용한 45구경의 콜트 M1911 시리즈를 70년 가까이 제식권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에게서 공여받은 수많은 콜트 M1911A1을 Cal.45라는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던 우리 군도 세계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에 우리 군은 군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한국인 체형에 적합하고, 탄약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권총 개발을 목표로 1981년 4월 신형 권총의 국내 생산 가능성 검토 지시를 내렸다. 


이어 1983년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우정밀(현 S&T 모티브)이 중심이 돼 한국형 권총 사업 기본 조사가 이뤄졌다. 이미 K1 기관단총과 K2 소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우리 군과 연구기관, 제작사는 1985년 자신감을 갖고 9㎜ 군용 제식 권총 개발에 착수키로 한다. 업체 주도 국내 개발인 9㎜ XK5 권총은 1986년 실용 기술시험에 이어 1988년 1월 실용 운용시험, 같은 해 10월 규격 제정을 거쳐 198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초도양산이 이뤄지게 됐다.  


#미군이_9㎜라면_우리도_9㎜ #탄약_공급_원활하게!!



특징 초탄 명중률·안정성 높이는 ‘속사’

K5 권총의 가장 큰 특징은 양산 권총 중 세계 유일이라 할 수 있는 ‘속사(Fast action)’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권총의 방아쇠 작동 방식은 크게 슬라이드를 당기거나 공이를 젖혀서 발사 준비를 하고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하는 ‘단동식(Single action)’, 방아쇠를 당기면 공이가 젖혀지면서 발사 준비가 된 뒤 격발까지 이어지는 ‘복동식(Double action)’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단동식 권총의 경우 발사 준비 뒤 방아쇠 압력이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탄 발사를 위해서는 준비 동작이 필요해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복동식 권총은 그 반대로 슬라이드를 당기는 등 준비 동작 없이 발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초탄 발사 시 방아쇠 압력이 높아 명중률에 영향을 미친다.  


K5 제작사인 S&T 모티브는 이 권총을 개발하면서 두 방식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속사’라는 독자적인 기능을 탑재했다.  


속사 기능을 사용하려면 단동식과 같이 발사 준비를 한 상태에서 공이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이후 방아쇠를 당기면 복동식과 같이 방아쇠 움직임은 길지만, 단동식처럼 방아쇠 압력이 낮아 오발은 줄이고 초탄 명중률은 높일 수 있다. 이 놀라운 기술의 국제 특허권은 S&T 모티브에 있지만, 아직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총기 생산 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K5는 강철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권총의 소재가 변화하던 당시 트렌드를 받아들여 상당한 경량화를 이뤘으며, 수동 안전과 공이 차단 시스템, 안전레버, 탄창 제거 버튼 등을 모두 양손으로 조작 가능하게 해 왼손잡이인 인원들도 불편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단동식_복동식_장점만_모은_속사 기능 #왼손잡이도_불편_없는_배려_넘치는_디자인


평가 속사 기능도 적극 활용 ‘괜찮은 총’

대테러 초동조치와 군 강력범 체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 특수임무소대는 주무장으로 K1 기관단총, 보조화기로 K5 권총을 운용한다. 


이들은 K5 권총 운용 능력을 숙달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 사격술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실사격 훈련을 한다.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방향전환사’와 ‘기동사’, ‘더블탭’, ‘모잠비크 드릴’ 등 다양한 사격 자세를 몸에 익히는 사격술 훈련이 한창이었다.  


훈련을 하고 있던 조대경 상병과 채제우 상병 모두 K5 권총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채 상병은 “처음 권총을 접했을 때는 반동이 클 줄 알았는데, 실제 사격해 보면 편안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25m에서는 거의 만발의 명중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조 상병은 “매월 60발에서 80발을 사격하는데, 군 생활 내내 탄 걸림 등을 본 일이 없다”며 신뢰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했다.  


이들은 우리 군에서 K5 권총을 손에 쥐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병사들이다. 채 상병의 경우 헌병 특기를 받고 자대 배치된 후 군기 잡힌 특수임무소대의 모습에 매료돼 지원한 경우다. 또 조 상병은 입대 전 공군을 지원할 때부터 검은 옷을 입고 활약하는 특수임무 헌병이 되고 싶어 ‘전문화 관리병’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15비 특수임무소대는 K5의 특징적 기능인 속사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슬라이드에 동전을 올려놓고 복동식과 속사를 수행해봄으로써 방아쇠 압력으로 인한 명중률의 차이를 느끼도록 하는 것. 이들은 실제 사격훈련에서도 속사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다리와 가슴에 권총집을 장착한 15비 특수임무소대원들은 임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K5 권총을 휴대하도록 하고 있다. 


최재영(중사) 특수임무팀장은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실내 작전 중에는 다리에 착용한 권총이 벽이나 가구 등에 부딪혀 소음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가슴의 권총집에, 레펠 중에는 밧줄의 걸림을 막기 위해 가슴보다는 다리에 권총을 착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군 특수임무소대 창설 시기에 리볼버인 Cal.38을 운용해보기도 한 최 특수임무팀장은 “K5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연습량만 충분하면 25m 거리에서 만발도 어렵지 않은 괜찮은 총기”라며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기엔 충분히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당신도_K5_유저가_될_수_있다! #연습량만_충분하면_만발은_기본!! 


국방일보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