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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상륙작전의 핵심 공기부양정

공기부양정 이야기

 

 

선박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물 위에서’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뭐 경우에 따라 모래톱정도에 걸칠 수는 있지만 아무튼 땅위에서는 절대 못 간다. 이런 선박의 한계는 사실 군사작전에서 의외의 문제를 낳았다. 바로 상륙작전이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때처럼 조수간만의차가 커 상륙병력이 갯벌 밭을 가로질러야 되는 사항이라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하지만 공기부양정은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오늘은 공기부양정에 대해 알아보자.



공기부양정의 탄생

공기부양정은 공기를 압축시켜 선체 아래로 보내 뜨게 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이걸 ‘에어쿠션’이라고 하는데, 공기부양정을 보면 아래에 공기주머니 같은 것이 있다. 여기서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고 선체를 뜨게 만든다. 사실 공기부양정은 민간용으로 만들어진 배이다. 1959년, 영국의 ‘British Hovercraft’社가 제작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덕분에 지금도 공기부양정은 흔히 ‘호버크래프트’라고 불리 운다. 정식 영어 명칭은 Air Cushioned Ship. 특유의 수륙양용기능을 살려 민간수송선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압축공기를 만들어 배를 띄움과 동시에 추진을 하려다보니 연비가 너무 나빴다. 또한 유지보수비용도 일반선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상업분야에서 외면을 받았다. 지금도 공기부양정이 민간분야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윤과 상관없는 군사목적에서 공기부양정은 매우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세계 최초의 완전 부양식 호버크래프트(공기부양정)인 SR.N1.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모습이다.


공기부양정의 개념도. 공기를 빨아들여 부양과 추진 모두를 해결한다.



공기부양정의 장점과 단점

2차 대전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주요 군사강국들은 상륙작전이 매우 결정적인 전술임을 깨달았지만 이와 함께 상륙작전의 위험성도 통감했다. 특히 상륙병력이 해안의 모래톱에 도착해 적의 방어시설까지 진격 할 경우, 그 거리가 지나치게 길면 상륙병력은 꼼짝없이 무방비로 적의 공격에 노출되어 끔찍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그랬고,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사상 최악의 상륙지점 이었던 인천에서는 과감했던 한‧미 연합군과 무능했던 북한군 덕분에 참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아찔했던 위기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전차를 상륙시키는 상륙정도 있었으나 속도가 느려 방어시설이 잘 설치된 곳에서는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상륙장갑차의 경우 상륙에 성공하면 제 몫을 하지만 문제는 해상에서의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고, 병력수송에도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수상주행거리가 짧아 초수평선 공격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병력을 신속히 적의 방어시설 코앞까지 수송할 수 있는 수륙양용의 빠른 이동수단이 필요했고, 공기부양정은 바로 여기에 해답이 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먼저 배보다 훨씬 빠르고, 다량의 장비와 병력을 순식간에 수상으로 수송할 수 있다. 특히 바로 해안상륙이 쉽다는 점은 여타 상륙장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이다. 더군다나 수상주행거리가 길어 현대 상륙전에서 필수적인 ‘초수평선 상륙’에 매우 적합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습. 사진과 같이 해변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피해가 속출했다.



해병대의 초수평선 상륙 개념도. 초수평선. 즉, 적의 해안관측범위 밖에서 시작되는 상륙작전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속의 상륙용이동수단이 필수적이다. [자료출처 : 대한민국해병대]

 

하지만 당연히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제작비용이 배보다 훨씬 비싸다. 예를 들어 우리해군의 솔개급 공기부양정이 만재배수량 155t에 가격이 500억 원대인데 반해, 배수량이 세배가 넘는 윤영하급 고속함은 850억 원의 건조비용이 든다. 게다가 유지보수비용 역시 일반함정에 비해 훨씬 높고 정비도 까다로운 편이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연비가 나쁜 것은 덤. 무엇보다 매우 시끄럽다. 하지만 상륙작전 자체가 시작과 동시에 함포사격과 공중공격을 실시함으로 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은밀한 기습작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각국의 공기부양정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 정도가 군사용으로 공기부양정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 공기부양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는 의외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현재 4종류의 공기부양정을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군도 사용하는 무레나급이 유명하다. 특히 러시아는 배수량 500t이 넘는 대형 공기부양정도 두 종류를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주브르급 공기부양함. 배수량이 500t을 넘으므로 함으로 분류된다.



러시아의 보라급 유도 미사일 공기부양함. 배수량이 1,000t을 넘어간다.



우리 해군이 사용 중인 러시아제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인천상륙작전 재현행사중 독도함, 기뢰소해함 강경함과 함께 기동하는 모습.



미국은 베트남전 때부터 SK-5 공기부양정을 사용해 왔고, 현재는 상륙전용으로 LCAC 1급 공기부양정을 사용하고 있다. LCAC 1급 공기부양정은 현재 공기부양정 중 최고의 속도(70노트, 무려 시속 130Km에 달한다)를 자랑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해병대의 병력, 장비, 화물을 싣고 시속 65 km 속도로 300 km 멀리 해안에 상륙시킨다.


베트남전에 사용된 미국의 SK-5 공기부양정.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있는 LCAC 공기부양정. 초수평선 작전의 핵심이다.


우리 해군도 LSF-2 솔개급 공기부양정을 독도함에 탑재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솔개급은 미해군의 LCAC를 바탕으로 재설계하여 제작된 함정이다. 탑재량이 많고, 수륙양용의 장점으로 우리나라 해군과 해병대의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전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 해군의 솔개급 공기부양정. 추가적인 도입이 예상된다.


이번에도 문제는 북한인데, 북한은 공방급Ⅰ(일명 남포급)부터 공방급Ⅲ까지 무려 250척이 넘는 공기부양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서해5도의 섬에 대한 기습상륙을 위함인데, 이론적으로 모든 공방급을 동원하면 한번에 4,000명에서 6,000명 규모의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우리군은 다양한 적 공기부양정 대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부터 살펴보자.

 

북한의 공방급 공기부양정의 훈련모습. 북한의 대규모 공기부양정 세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기부양정킬러

앞에 언급한대로 우리군은 북한의 공방급 공기부양정의 기습상륙에 대항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수단을 갖춰놓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할 것은 아파치 헬기와 70mm 유도로켓 ‘비궁’이다. 아파치 헬기는 사정거리가 약 10㎞에 달하는 '헬파이어' 미사일 16발과 구형 전차까지 잡도록 개발된 구경 30㎜ 기관포, 로켓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특히 밤에 갯벌 위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침투하는 적의 공기부양정을 잡는데 효과적이다. 북한 공기부양정 대책에 부심하던 주한미군은 지난 1996년10월 독수리 연습 때 처음으로 공기부양정 등을 사용해 해상으로 침투하는 북한 특수부대 공격에 아파치를 사용하는 실험을 한 뒤 결과에 만족해 아파치 부대의 공기부양정 사냥 투입을 결정했다.


 

드디어 우리 육군에 배치된 아파치 헬기. 북한 공기부양정 대응의 핵심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비궁은 새로운 공기부양정 킬러로써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70mm 로켓에 유도장치를 탑재해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비궁은 아주 매력적인 무기체계이다. 시험발사에서 비궁은 8km밖의 해상에서 고속 기동하는 이동표적을 정확히 타격했고, 현재는 운용합격판정을 받아 올해부터 연평도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지상발사 비궁 발사 모습.


지상발사 비궁 시스템의 모습.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저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이상으로 공기부양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기부양정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반함정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탁월한 이점 덕분에 군용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세계 제 2위규모의 해병대를 보유한 우리에게는 매우 요긴한 상륙수단이다. 앞으로 신형 상륙함이 건조되면 공기부양정 숫자도 늘어나리라 생각된다. 또한 북한의 공기부양정에 대한 대처도 시급한데, 특히 비궁이 여러 플랫폼에 탑재돼 운용된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글, 사진 : 이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