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잠수함은 모두 핵무기를 탑재했다?
● 잠수함 추진에 핵분열 에너지 사용
원자력잠수함은 잠수함의 추진에 핵분열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잠수함입니다. 즉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잠수함을 말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핵연료는 자연상태의 U-235를 20~90%로 농축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운용하는 대부분의 원자력잠수함은 90% 이상 농축우라늄을 사용합니다. 농축 정도를 95% 이상으로 높이면 핵무기가 됩니다.
이러한 원자력 추진은 재래식(디젤) 잠수함에 비해 뛰어난 잠항 능력을 자랑합니다. 디젤 잠수함이 연료 축전지를 충전시키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것에 비해 원자력잠수함은 수개월부터 이론적으로는 1년까지 잠항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노출될 확률이 적고 거의 무제한으로 수중 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적에게 치명적 위협이 됩니다. 또한 원자력잠수함은 평균 20~25노트(시속 40㎞)로 움직이는데 이 속도는 디젤 잠수함의 6~8노트(시속 12㎞)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전투력 면에서 더욱 우위에 있게 됩니다.
●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은 ‘노틸러스호’
잠수함은 1776년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일 때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2차 세계대전에선 해전의 양상을 바꿀 정도로 위력을 떨쳤습니다. 독일의 U보트는 연합군 함정들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최고 속도로 잠항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남짓에 불과해 한계도 뚜렷했습니다.
1955년 미국은 코네티컷주에서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출항시키며 잠수함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됩니다. 여기서 ‘노틸러스’란 이름은 프랑스의 쥘 베른이 쓴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 리’에 나오는 잠수함 이름입니다. 어쨌든 원자력잠수함 ‘노틸러스호’는 1958년 북극점 바다 밑을 횡단해 처음으로 북극해를 얼음 밑으로 잠항해 횡단하는 기록도 세웁니다. 미국은 이후 1958년부터 모든 디젤 잠수함의 생산을 중단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아예 원자력잠수함만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극받은 소련 역시 원자력발전에 뛰어들고 뒤이어 영국과 프랑스, 중국도 이에 가세해 원자력잠수함 보유국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들을 살펴보면 모두 유엔 상임이사국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비상임이사국으로는 유일하게 인도가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전략원자력잠수함(SSBN·SSGN), 공격원자력잠수함(SSN)
원자력잠수함은 크게 보면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원자력잠수함(SSBN·SSGN)과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공격원자력잠수함(SSN)으로 구분됩니다. SSBN은 탄도미사일을, SSGN은 유도순항미사일을 탑재합니다. SSN은 주로 어뢰관만 있는 소형 원자력잠수함을 말합니다. 여기서 SS는 미국의 잠수함 식별 부호를 의미하며 N은 원자력 추진을 뜻합니다. SSBN의 ‘B’는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의미하는데 1960년 7월 20일 미국의 전략원자력잠수함인 조지워싱턴함이 세계 최초로 수중탄도미사일인 ‘폴라리스’의 발사에 성공하며 잠수함 공격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SSGN의 ‘G’는 유도미사일(Guided Missile)을 나타내는 약자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핵무기를 탑재한 재래식 잠수함(SSB)도 있습니다.
앞서 잠수함은 주로 강대국들의 전유물이라 했습니다. 최근 국내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은 SSBN인 오하이오급(1만8000톤급) 14척과 SSGN 45척, SSN 14척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는 SSBN 12척과 SSN 17척을, 중국은 SSBN 4척과 SSN 5척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원자력잠수함은 핵잠수함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핵’이란 용어가 주는 강렬하고 공격적인 메시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모든 원자력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핵잠수함’으로 불리면서 마치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최고 잠수함 전문가인 한국국방안보포럼의 문근식 대외협력국장은 과거 국방일보에 연재한 글에서 ‘원자력잠수함’으로 통칭하기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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