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무기 발사시스템
2차 대전까지 군함의 무기는 함포가 절대적이었다. 7.62mm 기관총탄부터 무려 460mm 주포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함포가 군함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이어진 미사일의 출현은 함대 무기체계를 근본적으로 뒤엎어 놨다. 함포의 기능은 대폭 축소되었고, 각종 미사일 발사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 시스템들 역시 다양한 진화를 거치며 현재는 함상 미사일발사시스템이 현대 전투함의 가장 중요한 무기체계로 자리 잡았다. 오늘은 다양한 함상발사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발사시스템의 시작과 진화
일단 제트기시대가 시작되자 각종 함선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공방어가 되었다. 프로펠러 추진방식의 항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무기로 함선을 공격하는 제트전폭기의 출현은 기존의 운동에너지탄을 쓰는 대공포로써는 대응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함선 역시 대공미사일을 탑재하는 수밖에. 하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적외선 추적방식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함선에 탑재해 사용했다. 대충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중반에 대공시스템들이 함정에 배치되기 시작하는데 영국의 시캣은 최초의 함상발사 대공시스템이었다. 영국이 함대공미사일 개발에 힘을 쏟은 이유는 2차 대전 이후 예전과 같은 수상함대, 특히 항공모함을 미국과 같이 대량으로 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함대에 접근하는 적 항공기를 전투함 자체가 방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했다. 시캣은 독특하게도 사람이 조이스틱을 이용해 유도하는 미사일이었다. 그러나 빠른 제트기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유도방식이어서 후에는 레이더호밍방식으로 바뀐다. 시캣의 발사시스템을 보면 4기의 미사일이 발사플랫폼에 장착되어 있다가 적기가 접근하면 플랫폼의 방향을 전환해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미사일이 전부 외부로 노출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데, 후에 포클랜드 전쟁에서 호된 대가를 치른다.
이 후 영국은 시다트 미사일과 시울프 미사일 등 함대공 미사일을 연이어 개발한다. 함대공 미사일과 함께 1960년대부터 쏟아진 대함미사일의 위협 때문이었다. 항공기에 비해 훨씬 작은 점표적인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위해 보다 정교한 추적 시스템과 빠른 기동성을 가진 미사일이 필요했고 시다트와 시울프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다만 발사시스템이 문제였다. 시다트와 시울프 역시 시캣과 마찬가지로 미사일의 플랫폼 외부에 노출되어있었는데 포클랜드전쟁 당시 추운 남극해에서 작전하던 영국 함선의 시다트와 시울프 중 일부가 결빙으로 인해 작동불능이 되는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시울프의 경우 개량형 부터는 수직 발사관 시스템을 이용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함대공미사일인 RIM-7 시스패로우 시리즈 역시 초기에는 미사일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었으나, 곧 캐니스터안에 수납되어 탑재되었다. 이런 면에 있어서 프랑스제 함대공미사일인 크로탈 시스템은 처음부터 캐니스터에 수납되어 나왔다. 하지만 기존의 함대공미사일 시스템에는 더 결정적인 약점이 숨어있었다. 하나같이 발사 후 재장전이 무척 힘든 편이었다. 즉, 한 번의 대공교전 후에 연속적인 교전이 불가능 했다. 이는 자기 자신을 간신히 지키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자동장전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프랑스군의 크로탈 함대공미사일. 미사일 본체를 캐니스터 안에 넣긴 했지만 재장전은 지극히 불편하다.
시스패로우 함대공미사일의 재장전 모습.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한 비효율적 방식이다.
대함미사일 발사대
대함미사일 발사 시스템도 최초에는 함 외부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서방에 비해 수상함 세력이 열세였던 소련 등 공산권의 함정들이 대량의 소형 고속정을 배치하면서 이런 경향이 심했는데, 스틱스 미사일이나 중국제 카피인 실크웜 미사일등은 외부에 완전 노출된 채 운용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문제가 많았는지 80년대 이후 미사일고속정 등에는 대함미사일이 캐니스터 안에 담겨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대함미사일은 함대공미사일과는 달리 방향전환도 할 필요가 없고 일단 대충 발사 시키면 되기 때문에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지는 않다. 따라서 대충 함정 좌우를 향하도록 캐니스터를 배치한 후 그 안에 대함미사일을 수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첨단 함정인 이지스함에도 이 방식은 여전한데, 최근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줌왈트급 구축함은 함대공 및 대함 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수직발사관에 수납하여 이부에 전혀 플랫폼을 노출시키지 않아 궁극의 스텔스성을 살렸다.
캐니스터에 수납되기 직전의 실크웜 대함미사일. 초기에는 외부로 노출되기도 했었다.
함상발사시스템의 트렌드, 수직발사 시스템
앞서 언급했던 함대공미사일의 재장전 문제를 자동장전장치로 해결하는 듯싶었다. 최초의 이지스함인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함 Baseline1 함정들 4척에는 주 무장인 SM-2 함대공미사일을 운용하기 위해 Mk.26 2연장 미사일 런처를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발사대 2개에 장전된 미사일을 쏘고 나면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갑판 밑의 탄약고로부터 자동 공급되는 미사일을 재장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대 해상전에서는 여전히 유연성이 부족한 방식이었다. 즉, 적 항공기와 대함미사일의 동시다발적인 공격과 함대 전체를 방어하기위해서는 매우 부적합한 방식이다. 보통 함대의 구성에서 보급선등은 대공무장을 탑재하기 어려운데, 이런 비무장 함선을 보호하기위해서는 다양한 항공위협에 더욱 순발력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기계적으로도 복잡해 고장의 위험성도 컸고, 미사일이 불량 또는 불발일 경우에는 해당 발사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의 해상전은 적 대함미사일이나 전투기, 함선 등이 스텔스화, 고속화가 되면서 대응 가능한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대응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이 문제를 수직발사시스템이 해결했다. VLS(Vertical Launching System)로 불리는 수직발사 시스템은 한마디로 격납고에서 직접 미사일을 수직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사일발사대응시간이 대폭 단축되었고, 다(多)목표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졌으며, 외부구조물을 단순화함으로써 스텔스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수직발사시스템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세계 함정들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 웬만한 군사력을 지닌 국가들의 최신함정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탑재되어있다. 단, 북한은 그런 것 없다.
VLS의 모습. 최근에는 함대공, 함대함 및 함대지 미사일 모두를 수납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CIWS 시스템
CIWS 시스템은 Close-In Weapons System의 약자로써 근접 방어 무기 체계를 뜻한다. 함정이 자신만을 방어하는 개함방공(해군의 전술 중 하나로 함선 한 척이 자함에 접근중인 공중 세력을 방어하는 전술 행위)에 사용하는 무기체계로서 다른 방공시스템이 요격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최종적 근거리 방어수단이다. 주로 골키퍼나 팰랑스같이 20~30mm 기관포를 써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한다. 러시아의 카쉬탄, 팔마와 같이 30mm 개틀링과 함대공미사일을 혼합한 시스템도 있으며, RIM-116 RAM은 대공미사일이지만 하는 역할이 CIWS와 동일해 통상 CIWS로 분류된다. RAM을 팰랑스 마운트에 얹은 SeaRAM은 공식적으로 CIWS이다. 옛날 전함들이 다수의 대공포를 활용했던 전술과 비슷하게 전투함 주위에 화망을 형성해 보호할 때도 있지만, CIWS는 컴퓨터 및 레이더 조준으로 무기를 관제해서 미사일의 예상 궤도를 쫓아 사격하기 때문에 방어 기존의 탄막형성을 하던 대공방어 방식보다 요격확률이 훨씬 높다. 게다가 최근 문제가 된 고속정이나 자폭테러용 고무보트에 대해서도 자동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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