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는 '북극성-2'라는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2016년 8월에 시험 발사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부터 북한은 '북극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북극성'이라는 명칭을 가진 탄도미사일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미국이 1960년 실전 배치한 최초의 SLBM이 바로 '폴라리스(Polaris·북극성)' 미사일이었죠. 60년 가까이 뒤처지고 있지만, 미국의 미사일 기술을 따라잡아 보이겠다는 북한의 아집이 느껴집니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1970년대에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집착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스커드 미사일을 구 소련으로부터 도입하는 등 탄도미사일 개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이어 80년대 초 이집트로부터 사거리 300㎞의 스커드-B 개발 기술을 입수한 북한은 84년 역설계에 성공해 생산을 개시했습니다. 87년에는 90~100기의 스커드-B 미사일과 12대의 미사일 이동발사대(TEL)를 이란에 수출하기까지 합니다. 89년에는 대한민국 전 지역을 위협하기 위해 사거리를 연장한 스커드-C를 개발·완료했습니다. 스커드-C의 사거리는 약 500㎞이며 700~770㎏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도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사거리 700㎞의 스커드-D와 관련 기술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스커드-ER를 만들어냅니다. 사거리가 1000㎞에 이르는 스커드-ER는 리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예멘, 이란 등에도 수출됐다고 합니다.
90년대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노동 시리즈가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개발한 목적을 '사정거리 1000~1500㎞로 오키나와의 주일미군기지를 포함한 일본 전역 타격 능력 발전', '사거리 연장 가능성 확보로 신세대 미사일 개발의 디딤돌 역할', '핵무기 장착 능력 확보'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1998년 추정 사거리 약 2500㎞, 500㎏의 탄두탑재가 가능한 대포동 1호를 발사합니다.
북한의 3세대 탄도미사일 북극성의 등장
2000년대에는 북한 미사일 기술의 2세대로 평가되는 '무수단 미사일'이 등장합니다. IRBM인 무수단은 구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R-27을 바탕으로 설계돼 크기는 노동과 대포동 1호보다 작지만, 사거리는 더 증가된 300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무수단은 북한과 꾸준히 미사일 기술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란에서 대신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북한 국내에서는 특별한 시험 발사 없이 작전 배치됐습니다. 무수단의 실제 시험발사는 김정은 집권 이후 이뤄졌는데, 우리 군 당국은 2016년도에 연이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험이 대부분 실패했으며 작전 배치되기엔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무기체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수단과 대포동 1호 등을 개발하면서 액체연료 엔진의 신뢰성을 높이고, 탄도미사일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버니어 엔진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킨 북한은 2006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써 개발한 사거리 6700㎞ 이상의 대포동 2호를 발사합니다. 이어 2009년과 2012년 대포동 계열 미사일을 연이어 시험 발사하면서 ICBM 능력을 축적했습니다. 특히 12년 발사된 북한 측 명칭 은하3호는 사거리가 1만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2016년에는 사거리 1만3000여㎞ 광명성 발사에도 성공합니다.
이와 함께 기존 북한이 보유한 기술과 차별화된 것으로 보이는 SLBM '북극성'이 나타납니다. 북극성의 초기형은 촛불형 불꽃을 뿜어내 기존의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었으나, 발사 성공 시에는 퍼져나가는 불꽃 형태를 통해 고체 연료 엔진을 완성시켰음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북극성을 지상발사 버전으로 개수해 '북극성 2형'을 만들고 지난 12일 시험 발사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극성 미사일을 통해 북한 미사일 기술이 3세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의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새로운 탄도미사일도 부품의 크기와 모양 등에서 구 소련의 기술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구 소련 붕괴 당시 블랙마켓에서 입수한 부속품과 관련 기술자들을 영입해 기술지원을 받아 완성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
북한이 오늘날까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재래식 전력 개발·유지보다 저렴 ▲단번에 남북 간 군사균형을 무너뜨릴 비대칭 전력 ▲김정일 유훈 통치를 통한 김정은 정권 안정화 등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2016년 국방예산은 GDP의 2.4% 수준인 38조8421억 원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북한의 경제력은 국민총소득(GNI)으로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1/45에 불과하면서 수량은 훨씬 많은 병력과 장비를 운용 중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재래식 전력의 훈련과 관리, 최신 첨단전력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반면 2012년 국방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당시까지 미사일 개발에 17억40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합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조 원 남짓으로, 대한민국 한 해 국방예산의 1/20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죠. 선량한 불특정 다수를 학살할 수 있는 WMD 개발이 재래전력보다 저렴하므로, 북한이 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더불어 핵과 이를 적국에 투발할 장거리 미사일은 세계 무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거대한 힘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2011년 사망한 김정일도 과거부터 "핵과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후 공개된 유서에도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집권 이후 불안정한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유훈 정치'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일보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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