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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이 바로 손에 잡힐 듯한데-돌아보는 DMZ전망대

평화통일의 꿈, 언제나 이뤄질까…

연천 승전전망대

 

육군25사단 승전대대가 관할하는 승전전망대의 외부 전경. 전망대 전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북한의 산자락과 다양한 군사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용학 기자

 

특별한 사연 하나 없는 전망대는 없다. 승전전망대도 마찬가지다. 육군25사단 승전전망대는 무장공비 30여 명이 청와대를 노리고 침투했던 1·21사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전망대는 최근 건물을 신축해 더욱 쾌적한 견학이 가능하며,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는 DMZ 평화통일 공원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따로 망원경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북한 땅이 두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분단의 비극이 주는 안타까움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최전방 전망대, 바로 승전전망대다.

승전전망대 인근 ‘1·21 무장공비 침투로’에 있는 당시 침투 상황을 재현한 모형들. 조용학 기자

 

황색기를 달고 민통선 안으로 향하다
오랜만에 많은 비가 쏟아졌던 15일, 경기도 연천 최전방에 있는 육군25사단 승전전망대를 찾았다. 차로 2시간가량을 달려 민통선 검문소에 이르자, 초병들이 출입통제와 함께 취재 차량에 민간인임을 표시하는 황색기를 달도록 통제했다. 우리를 안내하며 선두에 선 군용차량에는 태극기가 달렸다.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와 황색기가 이곳이 정전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전망대를 방문하기 전에, 안내장교를 따라 승전대대 철책의 ○○초소로 향했다. 울창한 풀숲이 우거진 DMZ 안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노루가 보였다. 비에 젖은 초목이 내뿜는 강렬한 풀 내음도 느껴졌다. 곧이어 오랜 분단의 역사가 만든 DMZ의 풍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소가 나타났다.

연천평야를 가르며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사미천에 인접한 이 초소는 전방 3㎞ 정도 지점에 북한의 GP가 보이는 최전방 초소다. 지난 2012년 사미천을 따라 내려온 북한 무장 병사 1명을 성공적으로 귀순하도록 유도했던 ‘사미천 완전작전’으로 장병들 사이에서 유명한 초소이기도 하다. 계단을 올라 초소 안으로 들어서자,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두 명의 병사가 서 있었다. 전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황정하 상병은 “초소가 경계하는 지역을 10개의 구간으로 나눠 각각 30초씩 관측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선다”며 “사미천 완전작전 당시처럼, 언제든 북한군이 내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승전대대가 경계하는 철책은 총 12㎞에 달한다. 그런데 이곳을 지키는 수많은 장병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중대별 건물과 풋살장, 농구장도 마찬가지였다. 개미 한 마리 없는 듯 고요했다. 그 이유는 이곳을 방문한 시간이 오전 10시로 너무 일러서였다. 승전대대 7중대장 엄태섭 대위는 “보통 오후 1시까지는 초소 근무에 투입된 장병들을 제외한 모든 장병이 취침한다”며 “철야에 가까운 초소 근무와 철책 경계로 쌓인 피로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낮 시간에도 다양한 과학화 경계장비가 쉴 틈 없이 DMZ 일대를 경계하고 있다.

 

승전전망대 인근 ‘1·21 무장공비 침투로’에 있는 당시 침투 상황을 재현한 모형들. 조용학 기자

 

태극기 동산 등 안보견학코스 충실
승전전망대는 말쑥한 외관을 자랑한다. 최근 시설을 신축했기 때문이다. 전방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교육장과 동전을 넣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망원경이 인상적이다. 교육장 안에 들어서자 부중대장 최영준 중위가 브리핑을 했다. 최 중위는 DMZ 일대를 축소한 모형을 활용해 이곳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과 함께 전방을 바라보자,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연천평야 일대와 함께 저 멀리 북한의 망해산, 용호산, 비지산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에는 적의 관측소와 GP가 있었고, DMZ 일대에 늘어선 파란색 지붕의 아군 소초들도 보였다.

풍경 전체를 보면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소초 안을 들여다보면 사이버지식정보방 등 장병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승전전망대 아래에는 국제로타리클럽 지역 지구가 창설 20주년을 맞아 조성한 ‘DMZ 평화통일 공원’이 있다. 공원 방호둑 경사면에는 태극기와 함께 나무 비둘기 조각들을 앉힌 수십 개의 장대가 서 있다. 그래서 이 공원은 ‘태극기 동산’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북한이 훤히 보이는 최전방 DMZ 일대에서 휘날리는 태극기와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다. 공원 방호둑을 따라 길게 나 있는 교통호는 승전대대 장병들이 근무 투입을 위해 이동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전망대 부근의 ‘1·21 무장공비 침투로’ 역시 가볼 만한 안보견학코스다.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실제 장소다. 이 사건은 당시 전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고, 향토예비군 창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침투로에는 무장공비 10여 명이 철책을 뚫고 침투하는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날의 기억과 함께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DMZ 전망대는 알고 있다
긴장·평화 그리고 통일의 염원을…

 

냉전의 공간에도 봄은 찾아온다.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 입구에 피어난 진달래가 풍성한 분홍빛으로 봄을 알리고 있다. 조용학 기자

 

 

강원 철원 멸공전망대에서 육군3사단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위해 태극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조용학 기자

 

 

해병대 2사단이 관리하는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한 관람객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조용학 기자

 

 

한반도의 허리를 갈라 남과 북을 구분 짓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우리를 비웃듯, 철새는 자유로이 남과 북을 오간다. 전쟁 발발 66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의 역사와 상흔은 이 일대에 뽀얀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절절히 전해준다. 반면,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의 자연환경은 누구나 탄성을 터트릴 만큼 평화롭고 아름답다. 냉엄한 분단의 현실과 처연한 자연의 아름다움,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이중적인 공간, 그곳이 바로 DMZ다. 이러한 DMZ에 세워진 수많은 전망대는 오늘날 전쟁을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살아있는 안보교육장이며, 수많은 실향민들에게는 망향의 한을 달래주는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다.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북한의 구선봉 일대. 조용학 기자

 

국방일보는 2016년을 맞아 DMZ 일대의 최전방 전망대 10개를 격주로 소개하는 DMZ 전망대 탐방을 시작했다. 오늘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다. 돌아보면, 지면의 한계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지 못한 순간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6개월에 걸친 기획 연재를 마무리하며, 미처 소개하지 못한 DMZ 전망대의 다양한 면모를 생생한 사진으로 전하는 ‘돌아보는 DMZ 전망대’ 코너로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민간인에게도 개방되는 전망대라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이곳이 철책선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육군28사단의 태풍전망대 위로 태극기와 유엔기가 펄럭이고 있다. 조용학 기자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한강과 북에서 남으로 흘러온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점에 위치한 경기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조용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