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상에서 즐기는 전통 설 음식 - 이날만큼은 우리가 전우들의 어머니

(2) 해군2함대 인천함 - 닭고기 만두를 넣은 떡만둣국

 

▲ 본지 맹수열(왼쪽 둘째) 기자와 해군 2함대사령부 인천함 조리병 김태성(왼쪽 첫째) 병장, 신형우(오른쪽 첫째) 일병,

조리장 이상현(오른쪽 둘째) 상사(진)이 지난 1일 함께 빚은 만두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평택=한재호 기자

 

 

설맞이 - 영화감상에서 이웃사랑 실천까지 풍성한 설날

 

해군2함대는 장병들이 ‘전우들과 함께 맞는 설’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함대 정신전력관에서 연휴 기간 중 최신 영화를 상영, 문화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또 함대사령관이 장병들과 ‘병식’을 함께 하며 불철주야 서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할 계획이다.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랑나눔 행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2함대는 이미 3일 인근 노인전문요양원을 방문, 성금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환경정리와 목욕지원 등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우들을 돕기 위해 함대별로 기금을 마련, 이를 전달하는 행사도 열린다.



함정들도 저마다 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 인천함의 경우 장병들이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민속놀이인 제기차기 대회로 명절 분위기를 내는가 하면 노래경연대회·체육대회 등을 개최해 사기를 끌어올릴 생각이다. 특히 신세대 장병들에게 호평 받은 뷔페식 샐러드바를 통한 자율배식을 사관식사에도 적용함으로써 사관 당번을 통한 배식 문화에서 벗어나 병사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설 음식을 즐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영해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도 계속된다. 김국환(중령) 인천함장은 “인천함 장병들이 서로를 또 다른 가족으로 느끼며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적의 불시 도발에 대비해 최고도의 전투태세를 완비하는 데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한재호 기자


 




어머니 솜씨 못지않은 명절음식 마련 “인천함 전우 모두가 집에서 맞는 설처럼…”

 

“이번 설은 저에게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배 위에서 만난 ‘새로운 가족’ 전우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진짜 가족’들을 볼 수는 없지만 제가 만든 떡국을 먹고 인천함 전우 모두가 집에서 맞는 설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해군 2함대사령부 인천함 조리병 신형우 일병)



‘설날은 가족과 함께’. 매년 설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1년 365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군 장병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영해를 지키기 위해 늘 거친 파도에 맞서 출항해야 하는 해군 장병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떡국을 먹을 수는 없지만 어머니 못지않은 솜씨와 전우애로 전우들을 위해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이 바로 조리병이다. 바다 위에서 부모님을 그리며 먹는 설 음식, 이를 준비하는 해군 조리병들의 마음은 어머니와 같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1주일 앞둔 지난 1일 해군2함대사령부 인천함 조리병 신형우 일병과 김태성 병장, 조리장 이상현 상사(진)는 인천함 장병들을 위해 ‘소박하지만 특별한’ 음식을 선보였다. 바로 ‘닭가슴살 만두’를 이용한 떡만둣국. 일반 만두에 들어가는 소·돼지고기 대신 닭가슴살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만두가 맛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막상 먹다 보면 쉽게 질립니다. 소·돼지고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끼함 때문인데요. 닭가슴살을 사용하면 담백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은 풍부하고 칼로리는 훨씬 낮죠. 맛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김태성 병장의 설명이다.



떡국에 사용되는 국물로는 사골 육수를 사용했다. 고기 등을 이용해 육수를 뽑아낼 수도 있지만 요리에 서툰 장병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고기 육수보다 더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낼 수도 있다고 한다.


물 흐르듯 착착…120여 명 승조원 식사 마련


이날 세 사람은 떡만둣국 외에도 설날 배 위에서 먹는 명절음식들을 선보였다. 동태전과 굴전, 꼬치산적으로 이뤄진 ‘삼색전’과 대표적인 명절·잔치음식인 잡채였다. 손이 많이 가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척척 음식을 해냈다. 함께 요리하는 기자의 서툰 손놀림을 도우면서도 물 흐르듯 음식을 착착 완성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 위에서 음식을 만든 지 19년이나 된 이 상사(진)는 “매년 승조원들을 위해 명절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이제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태성 병장 역시 “120여 명이나 되는 승조원들의 식사를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면서 조리에 도가 텄다”며 자신만만해했다.



만두를 빚으며 조리병들의 애환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다. 다른 군과는 달리 해군 조리병들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신 일병과 김 병장 모두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은 것이 이것이다. 인도음식점에서 일하다 인천함에 온 신 일병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칼질을 하다 보면 재료가 균등한 크기로 안 잘릴 때도 많다. 한식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은 예전엔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좋은 선임들과 함께 요리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전우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깨끗이 다 먹는 것을 보면 음식 준비를 하며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군에서 얻은 재주…요리문외한에서 요섹남으로



선한 미소가 돋보이는 김 병장은 사실 밖에서는 칼을 잡아본 적이 없는 ‘요리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매일 배 안에서 요리를 하다 보니 프로 수준의 칼질을 하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됐다고 한다. “군에 와서 생활에 도움이 될 재주를 얻어 뿌듯하다”는 김 병장은 “전역을 하면 가장 자신 있는 불고기를 부모님께 자주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기휴가를 떠나는 김 병장을 빼고 이 상사(진)와 신 일병은 이번 설을 배 위에서 맞게 됐다.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 않으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두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상사(진)는 “육지에 있는 아내와 세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면서도 “명절을 배 위에서 보내는 장병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임무를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 일병은 “설날만큼은 제가 전우들에게 ‘어머니’라고 생각한다”며 “명절음식을 전우들과 나눠 먹을 생각을 하면 오히려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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