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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통일, 꼭 열어야 하는 ‘라도판의 상자’

 

한국-독일 대학생 통일 관련 토론 지상 중계

 

<독일 대학생>  “독일 통일은 공동의 미래 위한 첫 발걸음 임금·교육 격차해소 등 더 많은 노력을”  

 

<한국 대학생>  “난초 키우는 것처럼 세심하게 가꿔나가야 초·중·고 교과과정에 통일 수업 필요

 

 

 

지난달 31일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알리안츠 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국과 독일 대학생들이 토론을 했다. 토론에 앞서 고상두 연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독일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분단이라는 참담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같고, 한쪽은 통일이 됐고 다른 한쪽은 아직도 분단상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달 31일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알리안츠 포럼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국과 독일, 양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 외에도 유라시아 친선특급 대표단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분단 극복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과제 그리고 한반도 통일준비’ ‘독일통일 25년 평가와 한반도 통일준비를 위한 고려 사항’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시 오고갔던 내용들을 소개한다. 다만 참석자 중에서는 탈북 대학생들이 있어 신변 보호를 위해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나에게 통일은 OO이다

 ‘독일 통일은 공동의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독일의 한 대학생은 ‘통일은 OO이다’의 빈칸을 이렇게 채워넣었다. 통일은 같이 있어야 할 것을 원래대로 같이 있게 만든 것이며, 문을 열어 오랫동안 이산됐던 가족들을 상봉시켜주는 기회였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안전을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옛 동독에 살던 사람은 미래가 없었지만 그걸 얻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이정표다. 하지만’이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독일통일이 역사적으로 이례적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다. 이정표 또는 전환점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임금·교육수준 격차와 상이한 관점 등을 예로 들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독일 학생들은 ‘당연한 것이다. 일상이다’, ‘살아있는 역사다. 굉장히 중요한 독일 역사의 일부’라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들의 응답은 비슷하면서 달랐다. 한 학생은 ‘난초’라고 했다. 난초는 키우는 과정에 굉장히 신경 써야 하는 식물로서 물·온도 등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죽어버린다면서 통일 역시 지금부터 신경 써서 준비하지 않으면 이뤄내지 못하거나 원치 않는 모습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라도판의 상자’라고도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반대로 말한 것으로서 통일과 판도라의 상자는 반대되는 성격이라는 의미다. 판도라의 상자는 많은 사람들이 열고 싶어하지만 열면 안 되는 것이고, 통일은 많은 사람들이 열고 싶어하지 않지만 결국에는 열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의 경우 물론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고 동북아 나아가 국제정세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에 그렇게 표현했다고 그는 말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재로서는 먼 이야기인 것 같다’라는 답변도 있었다.


 ●통일에 대한 교육은?

 양국 대학생 모두 통일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한 대학생은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2차 대전부터 통일까지’라는 학과 수업을 받은 적은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통일에 대한 생각은 점점 사라졌다고 했다. 중요한 수치, 즉 장벽 붕괴일, 시위 등 일부 정치·외교적인 상황을 알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학교 교과 과정 중에서 통일에 대한 것은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 역사 수업에서는 나치독일에 대해 배운 것만 생각난다고 전했다. 오히려 어머니가 베를린에서 왔고, 아버지 친척이 동베를린에 있었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분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회 또는 역사수업을 통해 통일에 대해 들어본 경험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응답이었다. 오히려 그런 기회가 더 멀어지면 멀어졌지 가까워지지 않았다면서 대학교에 입학해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수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한 계획은 수립하기 어렵고 또 수립하더라도 예정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준비는 해야한다는 것이 양국 대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독일 학생은 독일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을 오히려 메리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어떤 것이 일어날 수 있고 거기에 대한 대비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시나리오로, 또한 구조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통일, 작은 통일 등 단계적인 접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를 위해 북한과 더 많이 접촉하고 북한에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의 한 대학생은 분단 이후 세대가 더 많아졌기에 오히려 통일 문제에 대해 감성적인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통일의 전망이 더 밝을 수 있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이날 포럼은 양국 대학생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으로 예정된 시간을 30여 분이나 초과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통일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통일은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 논리 펼쳐야

  전문가 2인 주제발표 요지

 

   이날 포럼에서는 토론에 앞서 전문가 2명이 관련 주제에 대한 발표를 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제1주제 발제자인 고상두 연세대 교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의 평화와 이익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협력의 파급 효과가 다른 분야로 서서히 확산되게 함으로써 상호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제2주제 발제자인 에버하르트 홀트만(Everhard Holtmann) 할레(Halle)대 교수는 통일 후 동서독 주민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통일 이후 동서독 지역 모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이 전반적으로 확고해졌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