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자료/함께하는 이야기

훈련기라고 얕봤다 큰 코 다친 이야기 - 공군 기본훈련기 T-103 탑승기

“나, 공군 훈련기 탄~다아!”

3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되어보니 호들갑 떨 일, 솔직히 별로 없다.
그런데 봄의 초입 사무실 선·후배, 일가친적, 친구들에게까지
확성기를 들이댈 일이 생겼다.
바로 공군 T-103 기본훈련기 탑승 소식!!
국방일보 역사상 훈련기를 타본 기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하니,
신대륙을 발견한 콤럼버스가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공군212비행교육대대로 향했다.

<공군 T-103 기본훈련기는 학생 조종사들이 비행교육에 입문해 처음으로 타는 항공기다.>


4년 전 러시아에서 도입했다는 T-103 훈련기의 첫 인상은
한 마디로 ‘큐티!!’.
4인승인 내부도 경차 같은 것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한 가지, 동체에 비해 작은 프로펠러가 마음에 걸렸다.
아마도 ‘억’ 소리 나게 잘빠진 F-15K, KF-16 전투기로
한껏 높아진 내 눈 때문인 듯 싶다.

<비행 전 브리핑 모습>

공군에는 이런 말이 있다.
“파일럿은 하늘이 허락한 사람들”이라고.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이 불기둥을 단 항공기를 이용해 하늘을
나르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과 위험을 압축한 말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비행의 시작과 끝인 브리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사후 검토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또 다른 비행을 준비하는 엄숙한 시간이기도 하다.


212비행교육대대 활주로에 난 항공기 타이어 자국에는
학생 조종사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4인승 T-103의 전방석과 동체 밖 전경.
교육 과정이 올라갈수록 계기판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30도 좌로 선회, 대청호가 머리쪽으로 기울어지자
나도 모르게 ‘엄마야!’소리가 나왔다.
몸을 최대한 오른쪽으로 끌어 중심을 잡고 있는 권소위의 뒷모습과
앞좌석을 부서저라 붙들고 있는 내 모습이 대조적이다.

 

탑승기

“44 Cleared For Take-Off(44번 이륙하라)!”
관제탑으로부터 이륙 명령이 떨어졌다.
엔진 출력을 높인 T-103은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달렸다.
1초, 2초, 3초…. 이내 농사 준비를 마친 논과 밭,
그리고 마을 풍경이 창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졌다.
관제사와의 뜻을 알 수 없는 통신이 계속되는 가운데
훈련 고도인 1000m 상공에 도달했다.
회색 구름이 군데군데 끼어 있고, 바람도 불었다.

정 교관은 “T-103의 최대 장점은 안정성”이라며
예정대로 공중 기동훈련에 들어가겠다는 사인을 줬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권 소위가 앉은 앞좌석을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30도 좌우 선회, 60도 좌우 선회.
몸이 트렁크에 실린 짐짝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주위를 살피니 유유히 흐르는 대청호가 머리 쪽에,
하늘이 다리 쪽으로 가 있었다. 아찔하게 현기증이 밀려왔다.
기자의 얼굴색을 살피던 교관이 “가볍게 -0.5G 갑니다”라고 말하자
급감속한 훈련기가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놀이기구 중 바이킹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처럼
온몸에 찌릿찌릿한 전기가 흘렀다.

이번엔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속도를 높여 급상승.
고개가 보이지 않는 손에 머리채를 잡힌 듯 순식간에 끌려 내려갔다.
급가속 때 발생하는 중력의 3배 정도 되는 힘이 머리를 강하게 쥐어 짰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원상태로 돌아온 훈련기는
활주로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바닥에 깔려있던 매트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고, 머리는 산발이 됐다.
훈련기가 이 정도인데 마하의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그야말로 인간한계에 도전하며 조국 영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탑승 후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공군 담당 기자로 수많은 조종사와 항공기들을 봐왔지만,
한번의 비행으로
그들의 노고를 10분의 1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음에 항공기 탑승 기회가 또 생긴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국방일보 야전 기자에게 군 체험은 마약과도 같다고. ^^


<학생 조종사들이 직접 그린 비행도와 T-103 항공기 모형>



■ T-103 제원/성능

명칭

T-103(IL-103)

제작사(국가)

MIG (Russia)

제작년도

2004

도입년도

2004

용 도

항공 실습기l

기장 / 기고 / 기폭

26.24ft(8.0m) / 10.28ft(3.1m) / 34.64ft(10.6m)

Eng' Type

IO-3 60-ES 4B(美 Teledyne Continental 社 제품)

최대 출력

210HP

체공 시간

4시간

탑승 인원

최대 4명 또는 5명

사용 연료

AV GAS

연료 용량

52Gallon(150kg)

Oil 용량

6Q/T

최대 속도

340Km/H

날개 위치

저익기

Propeller 길이

76‘(1930mm)

Eng' 최대 RPM

2800RPM

Eng' 무게

350LBS(159kg)

G-Load 한계

-1.8 ~ 4.4 G

최대 고도

9840ft(3000m)

승객탑승시 최대고도

7872(2400m)

화물 적재량

132LBS(60kg)

가격

156,000 US$



<‘파란 마후라’를 목에건 학생조종사들이 비행장주도해를 꺼내들고 비행연구를 하고 있다.>


■ ‘파란 마후라’를 아시나요

 비행교육 입문과정은 11주 코스다.
지상교육 2주와 비행훈련 9주로 나눠 진행한다.
교육생들은 비행훈련 동안 총 15회에 걸쳐 조종간을 잡는다.
14회째는 교관 도움 없이 단독비행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담당교관으로부터 ‘파란 마후라’를 수여받는다.
초보딱지를 떼는 순간이다.

 최지연(23·공사58기) 소위는 “‘파란 마후라’는
이제 막 비행에 입문한 신임 소위들에게
‘빨간 마후라’ 이상의 감동이자 의미가 담긴 물건”이라고 말했다.
초심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평생 보관하는 조종사들도 많다고.

 올해 첫 교육수료생은 34명.
최초 입교생의 25%가 교육도중 탈락의 쓴맛을 봤다.

 

 남은 자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기본(KT-1)-고등(T-50) 교육을 거쳐,
 TA-50 항공기를 이용한 전술입문과정까지
28개월간 모든 교육을 마친 후
비로소 대한민국 최정예 보라매로 우뚝 서게 된다.

 
■ 212비행교육대대는

세계적인 비행교육체계로 유명한 212비행교육대대의 모토는
“처음부터 올바르게”이다.
첫 단추부터 올바르게 낄 수 있도록,
비행기술과 조종사의 철학을 교육한다.
이곳은 조종사들에게는 친정집과도 같다.
이곳을 거치지 않은 조종사는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공사 졸업생은 물론
해군 대잠초계기 조종사와 조종 장학생 등을 교육한다.
한해 평균 교육 인원은 200여명 정도.
1, 2차 평가를 통해 비행부적격자를 분류한다.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야 하는 만큼 민간보다
엄격한 커리큘럼과 평가기준을 적용한다.
비행기술도 중요하지만 조종사로서의 마인드와
강인한 정신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대장은 현역 중령이고, 비행교관들은 대부분 예비역 조종사들이다.
이들은 비행시간이 기본 3000~4000시간이 넘는 베테랑 파일럿들이다.

 

대대 연혁

1970. 9. 23.

제12비행대가 제12비행대대로 승격(주기종 : O-1A)

1972. 7. 1.

T-41B로 기종을 전환

1976. 7. 1.

212비행대대로 명칭 변경

1987. 4. 16.

대전에서 청원기지로 이동

2008. 5. 15.

17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 수립



<대한민국 공군 파이팅!!>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한 T-103 훈련기 왼쪽 날개 아래로 펼쳐진 시골풍경이 고즈넉하다>

<한 학생조종사가 T-103 기본훈련기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비행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 국방일보 송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