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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국방일보

“손자뻘 군인 선생님이 만학의 즐거움 선사”

“손자뻘 군인 선생님이 만학의 즐거움 선사”

육군수도군단 장병 충의고등학교에서 학습 지도

지역 어르신들 고입 검정고시 과정 공부… 카네이션으로 ‘감사’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육군수도군단 충의고등학교에서 검정고시 과정을 학습 중인 지역 어르신들이 군인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을 달아 주고 있다. 국방일보=이헌구 기자>

 

군인 선생님들의 친절한 학습지도에 지역 어르신들이 신바람이 났다.

 14일 저녁, 육군수도군단의 충의고등학교 교실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들이 돋보기를 쓴 채 배움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들은 손자뻘 되는 병사들과 함께 국어·영어·수학 등 고등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열공’ 중인 부대 인근 지역 어르신들. 배우지 못한 것이 나이를 먹어서도 아픔으로 남아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따기 위해 스스로 지원해 ‘주경야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이 진행되지만 이들 5명의 만학도는 토요일 오전 보충수업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정성이 대단하다.

 스승의 날(15일)을 하루 앞두고 어르신들이 장병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달아 주는 깜짝 이벤트가 열려 교실은 사제 간의 훈훈한 정으로 따뜻함을 더했다.

 방송을 통해 우연히 지역 내에 충의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김경례(64) 할머니는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이 한이 돼 늦었지만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했다”며 “배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군단과 군인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며 꼭 검정고시 합격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충의고등학교는 2011년 11월 21일 당시 수도군단장이었던 권태오 중장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장병과 지역 주민이 의외로 많은 것을 안타깝게 여겨 제안해 개설했다.

 시설이라고는 강의실 1칸과 교무실이 전부였지만, 1기는 지역 주민 2명을 포함한 35명이, 2기에는 장병 13명과 주민 7명이 입교해 전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은 3기 장병 17명과 주민 6명이 지난달 16일 전반기 검정고시에 응시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수업은 6개 과목별로 진행되며, 검정고시 1개월 전부터는 각 과목에 대한 통합교육과 수준별 분반교육을 병행한다.

 수학 과목 교사를 맡고 있는 본부대 권은기(23) 상병은 “어르신들을 가르치며 오히려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면서 “적지 않은 연세에도 열정과 기쁨으로 배움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과 관련해 사제 간의 애틋한 정을 나누는 소식이 전국 각급 부대에서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육군53사단에서는 대학교 교수들이 지난 11일 오후 군 복무 중인 제자를 깜짝 방문했다. 청주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강정규 교수와 김성수 교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사단 정비대 김상철 일병을 만나 사제의 정을 나눴다.

두 교수는 김 일병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말 교수들께 보낸 감사편지에 감동, 세미나 일정 중 시간을 내 직접 부대를 찾았다.

김 일병이 입대한 후 매달 대학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려 소포로 보내 주는 김 교수는 이날 면회 때도 책을 전달해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을 확인했다.

 김 일병은 “의료경영학과가 몇 년 전에 신설돼 내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때문에 진로 지도 등 교수님의 부담이 클 것 같아 편지를 보냈는데 직접 찾아오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육군35사단 부안대대 박성민 상병은 지난 1년 동안 모교인 부안 백산고등학교에서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 중인 박 상병은 매주 월·수·금 저녁에 약 2시간 동안 후배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진로·고민 상담으로 후배들에게 참 스승의 모습을 전해 주고 있다.

이승복 기자 < yhs920@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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