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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

4월에 내리는 눈, 그리고 말년병장의 마지막 제설작업

4월의 때 아닌 눈, 열심히 제설하는 국군장병들!!

 

 

              <4월에 때 아닌 눈을 맞아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

 

오늘, 4월 3일 강원도 양구/인제군에 10~20cm 가량의 눈이 왔다. 근처 산간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했으며, 08:00부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눈 소식에 장병들은 기절초풍했고, 우리는 곧장 제설작업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에 오는 눈이라 그런지, 눈이라면 그 지긋지긋함에 구토 증세(?)를 보여야 할 장병들이 웬일로 환한 미소를 띄며 제설작업을 했다. 군 전역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필자도 때 아닌 눈보라에 한껏 기분이 업 됐다.

 

전역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눈을 보니, 그동안 눈에 관한 필자의 ‘군생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010년 12월 필자는 육군 일병이었다. 일병 중에서도 갓 일병을 달은 일명 ‘물일병’이었다.

 

※ 여기서 잠깐! 흔히들 물일병, 물상병, 물병장이라 함은 이제 갓 일 계급 진급을 했으니, 진급했다고 괜스레 유난떨지 말고! 게을러지지 말고! 전 계급의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눈이 또...>

 

2010년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 해였던 것 같다. 눈이 한번 오기 시작하자, 이놈의 눈덩이들은 멈출 줄을 몰랐고, 우리는 거의 몇날며칠을 조기취침(밤9시 취침 )+조기기상(새벽4시 기상)을 반복했다.

 

그래도 조기취침을 하고 조기기상을 하면 다행이지, 운이 안 좋으면 전날 제설작업으로 밤늦게 잠을 청하고 밤새 폭설이 내려서 조기기상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정말이지 또 종일 눈이 오는 날엔 모든 일과를 통제하고, 우리는 하루 종일 눈과의 전쟁을 펼쳐야 했다. 기껏 제설작업을 다했다 싶을 때, 뒤돌아보면 또 쌓여있고, 또 치우면 쌓여있고를 계속 반복하는 눈과의 진검승부였다.

 

그렇게 눈과의 전쟁에 지쳐 몸의 기력이 다할 때마다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준 놀이와 구호가 생각이 난다. 제설 중간 중간 벌이는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는 스무 살 넘은 성인 남정네들에게 동심의 세계를 펼쳐주었으며, ‘제설은 전투다! 완.벽.재.설.’이란 구호가 있었다. (현역/예비역들은 모두 알 테다. 훈련병시절 고래고래 외쳤던 구호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에서 따온 말) ^^

 

 

           <필자(가운데)와 군 생활을 함께했던 수송대 행정병 녀석들>

 

 

                            <군 복무 중, 마지막 기사를 기념하며..>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 기자단 < 최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