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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6사단 ‘맥가이버 작전’ 현장을 가다"

침착·안전·정확하게… 어느새 손짓·눈빛이 척척
본지 조아미 기자 육군26사단 ‘맥가이버 작전’ 현장을 가다

 

맥가이버 작전의 첫 번째 평가인 궤도이단 연결에서 조아미(오른쪽) 기자와 강풍팀장이 K1 전차 궤도에 T자형 파이프를 연결해 볼트를 풀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푹푹 찌는 15일 오전, 육군26사단 검독수리여단 강풍대대 정비고. 사단에서 주최하는 맥가이버 작전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한창이었다.

 

맥가이버 작전은 각 부대별 정비반 8명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내에 자주포·전차·장갑차에 대한 정비 능력을 측정하는 일종의 경연대회다.

 

이날 기자는 강풍대대의 강풍팀원으로 작전에 투입돼 간부 4명, 병사 3명과 한팀이 됐다. 대회에 앞서 강풍팀장인 권순각(준위) 정비과장이 위험예지교육과 임무분담을 했다.

 

자주포·전차·장갑차 정비 능력 측정

1조는 내측 커넥터(연결고리)와 중앙가이드 제거, 2조는 외측 커넥터와 중앙가이드 제거, 3조는 전방 1번 스커트(전차 측면) 개방과 안전고리 설치. 기자는 2조로 편성돼 외측을 맡았다.

 

평가는 필기평가 300점, 실기평가 700점이다. 실기에 앞서 필기평가가 이뤄졌다. 예방정비와 부대정비, 야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고장 정비에 대한 상황 능력을 평가했다. 실기는 안전성 평가(100점)와 피해평가·정비능력(500점), 기동시험(100점) 등으로 구체적인 항목을 평가했다.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20분 안에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대회에서 우승한다. ‘나 하나로 팀원에게 패배감을 안겨줄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이, 평가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작전이 시작됐다.

 

 

 

 

“팀원과 호흡 맞춰” 팀장 조언 용기 백배

‘정비’라고 단순히 망치만 열심히 두드리면 끝날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3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공구들, 처음 듣는 정비용어로 눈앞이 캄캄했다.

 

어른 손 한 뼘 크기 길이에 10g도 안 되는 가벼운 수입솔(손질 솔)부터 길이 150㎝가 넘는 긴 지렛대, 두 팔로 한 아름 안아도 버거운 약 25㎏의 궤도고정기까지.

 

눈으로 공구들을 살핀 후 주어진 임무를 시작했다.

 

첫 번째 평가는 궤도이단 연결. 전차 바퀴에 해당하는 궤도가 이탈하거나 링크가 끊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장비가 이물질에 걸리거나 모래 지형을 지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날 평가에서는 기동 전 예방정비가 필요한 항목과 궤도 이단이 발생할 경우 끊어진 부분을 신속히 정비해 기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했다.

 

눈앞에는 50톤의 거대한 K1 전차가 놓여 있다. 궤도 분리를 위해 흙 먼지로 뒤덮인 볼트에 일자 드라이버를 고정시키고 망치로 내리쳤다. 빗처럼 생긴 얇은 철 가닥으로 이뤄진 수입솔로 박박 긁어냈다. 단단한 이물질을 제거하니 반듯한 원래 모습의 볼트 모양이 드러났다. 요령 없이 두드린 서투른 망치질에 손을 몇 번 찧기도 했다. 오른손은 망치질로 손목이 아른거렸다.

 

이후 T자형 파이프를 연결해 큰 볼트를 풀었다. 가능한 한 지렛대와 궤도가 수평이 되게 당겨야 했다. 팀장과 함께 지렛대를 있는 힘껏 당기다 팀장을 그만 전차쪽으로 밀어 넘어지게 했다.

 

땀이 비 오듯 했다. 일 년에 흘릴 땀을 다 쏟은 것 같다.

 

볼트 1개를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5~6분 정도. 하지만, 기자가 속한 팀은 무려 10분이나 걸렸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죄스러운 마음을 읽었는지 강풍팀장이 의외(?)의 조언으로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정비는 곧 ‘안전’이다. 천천히 하더라도 안전하고 정확하게 하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라…”

 

그렇다. 대회는 안전을 더한 팀워크가 중요했다. 팀원들은 그동안 준비한 대로 손발을 맞춰 새 링크를 결합해 궤도 연결을 완성했다. 초반에 시간이 걸렸지만 20분 이내로 정비를 끝냈다.

 

두 번째 평가는 파워팩의 지상가동시험이다. 파워팩은 장비의 핵심부품으로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에 해당한다. 평가에서는 구난전차의 크레인으로 파워팩을 지상으로 인양한 후 엔진시동과 변속기능, 변속기 방향 선택기능 등을 점검했다.

 

작은 볼트 하나·팀워크 소중함 일깨워

전차의 엔진 덮개인 상판을 구난전차로 서서히 올렸다. 전차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거대한 로봇의 심장을 보는 듯했다. 엔진이 더운 날씨로 더 뜨겁게 달궈졌다.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서로의 손짓과 눈빛이 척척 맞아 하나씩 정비를 해 나가는 팀원들이 신기해 보일 정도였다.

 

팀원들과 파워팩을 지지하고 있던 부품을 하나 둘 제거한 후 구난전차로 인양해 평평한 곳으로 옮겼다. 이어서 변속기의 전진과 후진, 선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40분 만에 두 번째 작전도 무사히 “완료!”를 외쳤다. 이날 강풍팀은 우여곡절 끝에 우승했다. 맥가이버 작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안전한 정비’와 ‘팀워크’였다.

 

작은 볼트 하나가 어마어마한 전차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과 폭염 속에 군을 위해 조국을 위해 흘린 땀방울의 소중함을 팀원으로 참가하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작전을 계획한 정비장교 김영근 대위는 “맥가이버 작전은 기계화부대의 생명과 같은 장비의 가동 상태를 보장하고 정비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작전을 통해 정비 능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