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의 역할과 숨은 기능

 

전투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적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심지어 고대나 중세의 전쟁에서도 연기를 피워 적의 시야를 방해한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연막탄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연막탄은 산업화가 정착되던 20세기경부터 적극적으로 사용 되었는데, 연막탄은 비단 적의 시야를 가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군에게 시각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도 쓰인다. 오늘은 연막탄에 대해 알아보자.

 

 

초기의 연막탄
연막탄이 확실히 언제부터 쓰여 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략 20세기 극 초반부터 적극적인 사용 사례가 나온다. 바로 1904년에 일어난 러일전쟁, 그것도 해전에서였다. 하지만 이 때의 연막탄은 적의 시야를 가리는 용도가 아니라 포탄의 탄착군을 확인하기 위한 신호용이었다.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의 연합함대는 러시아군의 발틱함대를 맞아 운명의 결전을 벌였는데, 여기서 일본함대는 함선, 혹은 포의 구경에 따라 포탄에 연막탄을 부착해 사용했다. 당시에는 관측 장비가 오늘날과 같이 정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의 함선에 명중한 탄이 누가 무슨 포로 쐈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일본해군은 포탄에 다양한 색깔의 연막을 달아 이를 구별하는 용도로 사용해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의 연합 함대는 러시아의 발틱 함대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 어떤 함선에서 발사 한 포가 명중했는지 알기위해서 포탄에 색깔 있는 연막탄을 썼다.

 

 

연막탄은 본격적으로 1차 세계대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적의 참호진지를 뚫고 가기 위해서는 우선 엄청난 양의 준비포격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연막탄 역시 같이 발사되었다. 왜냐하면 기관총 때문이었다. 1차 대전 악마의 3형제 중 최고 정점에 서 있었던 기관총은 전쟁 내내 그 악마적인(?)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고, 진격부대가 어떻게 해서든 적 참호까지 다다르게 하기위해서는 기관총을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때 연막탄이 등장한다. 하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질척거리는 1차 대전의 전장에서 포탄은 물론 연막탄의 불발탄이 나기 일쑤였고, 더구나 또 다른 악마의 형제 철조망이 기관총을 돕고 있었다. 즉, 진격부대가 2중 3중의 철조망에 걸려 주춤 하는 바로 그 순간을 노려 기관총은 불을 뿜었고, 속절없이 병사들의 희생은 늘어만 갔다.

 

1차 대전 당시 연막을 뚫고 진격을 시도하는 영국군 병사들. 하지만 그들은 곧 기관총의 밥이 된다.

 

 

2차 대전, 연막탄의 진가가 발휘되다
2차 대전이 시작되었고, 이른바 기계화 부대가 출현하면서 연막탄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차에 연막탄이 설치되면서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이 확인된다. 첫째는 공격기도 은폐이다. 야전에서 불시에 대량의 연막탄을 투사한 후, 이 연막을 뚫고 전차부대가 급습하는 일은 방어하는 측에 악몽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를 위해서는 박격포나 화포 등으로 연막탄을 발사했다. 연막으로 앞은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기계의 굉음이 점점 가까워 오고, 이윽고 연막사이를 뚫고 시커먼 적 전차가 튀어나오는 장면은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장면이리라. 두 번째, 연막탄은 적의 매복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수단이었다. 특히 연막탄은 전차부대의 경우 적 대전차포의 집중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엄폐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따라서 이 때부터 각국의 전차에는 연막탄발사기가 탑재되었고, 이 전통은 오늘날 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기갑차량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정비중인 독일의 5호 전차에 설치된 연막탄 발사기(붉은 원). 곧 대부분 국가의 전차에 연막탄 발사기가 탑재된다.

 

 

연막탄에 색깔이 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연막탄에 색깔을 넣어 사용한 예는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항공병기가 발달하자 색깔이 있는 연막탄은 아주 요긴한 식별수단이 되었다. 특히 베트남전에서 격추되어 고립되었던 수많은 미군 조종사들에게는 서바이벌 키트 내에 연막탄이 있었는데, 정글에 은신하고 있다가 아군의 항공기나 헬기가 지나갈 경우 특정색깔의 연막탄을 터뜨려 구조된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공중폭격을 유도하기위해서도 색깔 있는 연막탄이 사용되었고, 정글로 인해 착륙장 구분이 어려운 곳에서 색깔 있는 연막탄을 이용해 헬기를 유도하는 일은 이제 월남전에서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이 역시 오늘날 까지 아주 흔한 연막탄의 사용방식이다.

 

황색연막탄이 있는곳으로 착륙을 시도하는 미군의 치누크헬리콥터. 베트남전에서의 사진이다.

 

 

 

최악의 연막탄 백린탄
백린연막탄은 공기 중에서 자연발화 되는 백린(인)을 이용, 연기를 생성하여 적군의 시야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하지만 단순연막효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살상효과 역시 가지고 있다. 흩어지는 백린가루입자가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를 태우며 계속 타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인 성분의 특성이 소멸할 때 까지 계속 연소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은 물속에서도 연소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최악의 경우 칼로 인을 긁어내 떼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은 곧 전쟁에서 즐겨 사용 되었다. 1차 대전 때부터 백린탄을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방법을 많이 썼으며, 2차 대전 후 소이탄이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금지무기로 취급되자 백린탄은 소이탄의 대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예는 아주 악랄한데, 이스라엘은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백린탄으로 공격을 퍼부어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바 있다. 한 때 우리 국군의 기갑차량에도 백린연막탄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사고의 위험이 커 비치사성 연막탄으로 교체되었다. 백린연막탄은 국제 사회에서 그 잔인성 때문에 사용금지를 권하였으나, 쓸 나라는 쓴다.

 

 

1차 대전에서도 사용된 백린연막탄. 연막탄이라기보다는 소이탄에 가깝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백린탄 공격을 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이 욕먹는 이유가 있다.

 

 

최근의 연막탄
최근의 연막탄, 특히 기갑차량에 탑재된 연막탄에는 특별한 화학물질이 첨가되어있다. 이는 열 영상 차폐제나 적외선 입자, 또는 레이저 방해물질이다. 요즘 대전차 무기가 주로 미사일이기 때문인데, 이들 대전차 미사일은 적외선이나 레이저를 통해 유도되기 때문에 연막탄에 첨가된 화학물질들이 이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야간 전천후 탐지장비인 열 영상 장비에 대응하기 위한 연막탄은 열 영상 차폐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히 안전하지는 않다. 선진국의 최신형 공격헬기에는 최첨단의 탐지장비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들 장비에는 고도화된 필터링시스템이 있어 다양한 연막탄에 구애받지 않고 탐지 및 공격이 가능하다.

 

국군의 K1전차에서 연막탄이 발사되고 있다. 이 연막탄에는 각종 탐지장비를 방해하는 화학물질이 첨가되어 있다.

 

 

이상으로 연막탄에 대해 알아보았다. 요즘 적의 탐지수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신의 스텔스기능을 가지고 있는 장비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스텔스전투기에서부터 스텔스 전함, 심지어 스텔스 전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연막탄은 비록 단기간이지만 가성비에서 이런 스텔스 장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연막탄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사진: 이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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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Trackback 0 :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