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의 역사와 현재

 

 

전투에서 가장 원시적인 전법은 상대방에게 뭔가를 던지는 것이다. 1차 대전에서 전차를 탄생시킨 참호전은 폭약의 투척戰으로 악화되면서 수류탄이라는 무기를 정착시키게 된다. 수류탄의 기폭방식도 처음에는 도화선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안정적인 지연신관으로 바뀌고 살상력 또한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수류탄을 좀 더 멀리 연속으로 투척하는 방법으로 또 한 번 진화를 거듭한다. 오늘은 수류탄의 시작과 현재 진행에 대해 알아보자.

 

 

수류탄의 탄생부터 1차 대전 까지
화약이 발명되어 화승총이 매우 느리게 진화하던 시기, 여러 규모의 전투에서 대포 대신에 서로에게 폭발물을 던지는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을 살펴보면 1274년, 일본 하카타만에 상륙한 몽고군은 지름 14cm의 ‘테츠하우’라 불리는 청동제 수류탄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수류탄의 출현은 최소한 15세기에는 확인되며, 17세기에는 유럽군대에 ‘척탄병’이라는 보직이 등장한다. 수류탄을 뜻하는 스페인어 ‘그라나다’는 ‘석류열매’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초의 수류탄은 돌이나 도자기로 만든 용기를 사용했고, 나중에 주조제의 금속이나 빈 깡통으로 바뀐다. 수류탄은 전선에서 급조되기도 했는데, 러일전쟁당시 일본군은 러시아군의 기관총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빈 깡통에 폭발물과 못을 잔뜩 넣은 수류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류탄은 1차 대전을 계기로 혁신된다.

 

 

초기의 수류탄. 심지를 직접 붙여 사용했기 때문에 안정성이 많이 떨어졌다.

 

 

18세기 수류탄을 던지는 척탄병의 모습.

 

1차 대전의 참호전은 종종 피아간에 돌을 던져도 되는 거리까지 좁혀졌고, 여기서 자연발생적으로 수류탄이 등장한다. 프랑스군은 ‘머리빗형 응급 수류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머리빗과 비슷하게 생긴 막대기에 폭약을 매달아 던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쏠쏠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곧 안정성이 강화된 수류탄을 제식무기로 채용했고, 곧 이어 모든 참전국들이 수류탄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의 경우 별도의 수류탄 투척팀을 운용하기도 했다. 규격화된 수류탄은 처음에 충격식이 많았다. 즉 수류탄에 튀어나와있는 기폭신관에 충격을 가하고 투척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고의 위험성이 다분했고, 곧 안전핀을 사용하는 지연신관 수류탄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때부터 수류탄은 계란형(혹은 파인애플형)과 막대형 두 가지가 주로 쓰였다. 계란형은 상대적으로 부피가 비교적 작은 장점이 있었고, 막대형은 엎드린 자세에서도 상체를 많이 세우지 않고 투척하기가 용이했다.

 

1차 대전 초기에 쓰인 머리빗형 수류탄.

 

1차 대전에서 사용 된 다양한 종류의 수류탄. 43번과 44번이 충격신관 수류탄이었는데 사고유발자였다.

 

1차 대전 때부터 수류탄을 연구한 영국은 1921년, 수류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엄격한 정의를 내렸다.

1. 어떤 각도로 던져도 폭발할 것
2. 특별한 작업이나 조정 없이 수류탄으로도, 총류탄으로도 사용할 것
3. 옷에 걸릴 외부 돌기가 없을 것
4. 방수가 될 것
5. 실수로 떨어뜨려도 안전할 것
6. 수류탄은 반경 10m의 살상범위를 가질 것
7. 총류탄으로 쏠 때 소총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최적의 사정거리를 발휘할 것
8. 성능저하 없이 장기간 보존이 가능할 것

이상과 같은 조건에서 눈여겨 볼 것은 총류탄인데, 이는 잠시 후에 설명을 하겠다. 아무튼 1차 대전에서 정립된 수류탄은 소총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보병무기가 되었다. 수류탄은 보통 두 가지 효과로 살상력을 발휘하는데 첫 번째는 폭약의 폭발에 의한 폭풍효과이고, 두 번째는 파편에 의한 효과이다. 하지만 수류탄은 포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폭약을 사용하므로 아무래도 폭풍효과보다는 파편효과가 더 크다.

 

 

2차 대전에서부터 현재까지
2차 대전에서 수류탄의 안정성은 더욱 강화되어 대부분이 지연신관수류탄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이탈리아는 여전히 충격식 신관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이 두 나라의 수류탄은 비교적 높은 불발율을 자랑(?)했다. 특히 이탈리아제 수류탄의 색깔은 붉은색이었는데, 사고의 위험이 잦아 ‘붉은 악마’라고 불렸다. 소련의 경우 폭발력이 큰 대전차수류탄을 사용했는데, 파편효과가 아닌 성형작약의 개념을 이용한 수류탄이었다. 다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 전차에 매우 가까이 접근해야했기 때문에 성공률이 그다지 높진 않았다.

 

악명(?) 높았던 이탈리아군의 붉은색 수류탄.

 

소련군의 RPG-43 대전차 수류탄. 폭발력은 컸지만 문제는 투척자가 전차로 접근하는 것이다.

 

방망이수류탄을 던지는 2차 대전의 독일군 병사. 비교적 낮은 자세에서 던지기가 용이한 것이 방망이 수류탄이다.

 

 2차 대전 후 막대형수류탄은 거의 사라지게 되고 계란형 수류탄이 대세를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M67 수류탄이다. M67은 야구에 익숙한 미군 병사들이라면 야구공 모양이 좋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만들어졌다. 2차 대전 이후의 수류탄들 역시 대부분 수류탄 내부에 강철코일이나 베어링 볼이 들어있다. 특이한 점은 갈수록 플라스틱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은 플라스틱 외피를 가진 수류탄을 사용하는데, 특히 미국은 최근 들어 ‘Scalable Offensive Hand Grenade’이라 불리는 신형 수류탄을 개발했다. 수류탄을 마치 레고블록처럼 모듈화 해서 화력을 늘리고 싶으면 초록색 화약통을 더 연결하면 된다. 사실 이와 비슷한 물건이 이미 2차 대전 때 있기는 했지만, 상당히 무식한(?) 방법이거니와 대전차용이어서 현재의 모듈화 수류탄과 비교하기는 좀 어렵다.

 

현재도 쓰이고 있는 M67 수류탄.

 

미군의 새로운 모듈식 수류탄 Scalable Offensive Hand Grenade.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대전차 수류탄. 탄두를 여러개 묶어 사용했다. 모듈식의 원조.

 

특수수류탄 ‘플래쉬뱅’
1980년을 전후해 새로운 형태의 전쟁인 ‘저강도 전쟁’, 즉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테러리스트들이 인종, 민족, 종교, 사상 등의 문제로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이었다. 이 와중에 영국의 특수부대 SAS는 ‘플래쉬뱅’으로 불리는 신형 수류탄을 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섬광탄’으로 불리는데, 플래쉬뱅은 강렬한 섬광과 폭음으로 상대를 일시적으로 혼란시키며, 파편도 없고 폭풍도 없어 인질에게 전혀 해가되지 않는다. 1980년 영국 런던의 이란 대사관이 테러리스트에 의해 점거되었을 때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스턴 그레네이드’로 많이 불리며, 본체가 종이성질이라 주변의 피해는 거의 없다. 현재 미국은 두터운 금속제 몸통으로 만들어져 신관과 작약을 교환해 20회 이상 쓸 수 있는 섬광탄을 사용하고 있다.

 

섬광탄이 터지는 순간. 눈을 못 뜰 정도로 강한 빛이 나오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총류탄과 유탄발사기
이제 아까 다 얘기 못 했던 총류탄에 대해 알아보자. 1차 대전의 참호전이 낳은 교착상태는 곧 수류탄을 누가 더 멀리 던지는지를 겨루는 양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새총이나 석궁으로 수류탄을 날렸지만 곧 수류탄을 소총에 꼽아서 발사할 수 있는 총류탄이 나온다. 하지만 이 총류탄이라는 것이 꽤나 불편한 물건이었다. 일단 공포탄을 사용해야 했고, 총류탄 전용의 어댑터를 총구에 부착해야만 했다. 거기다가 반동도 생각보다 강했고, 신속한 재장전도 어려웠으며, 심지어 총의 내구성마저 마구 갉아먹었다. 거의 300m까지 날아가기는 했지만, 사용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곧 프랑스에서 실탄을 사용하는 VB(비비앙-베시에르)형 총류탄이 개발되었지만, 아무래도 당시 기술부족으로 기폭률이 낮아 별로 각광받지 못 했다. 2차 대전에서도 총류탄이 쓰였지만 그 불편함은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특이하게도 독일군은 신호용 권총에 총류탄을 꼽아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성능은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석궁을 이용해 수류탄을 발사하는 프랑스군 병사들.

 

 

 

독일군은 총류탄 권총을 사용했지만 결과는......

 

아무튼 이렇게 불편한 총류탄을 대신하기위해 개발된 것이 유탄발사기이다. 사실 이 유탄발사기의 원조격 물건이 2차 대전 때 일본이 사용했던 ‘10년식 경(經)척탄통’과 ‘89식 중(重)척탄통’이다. 구조는 모신 및 여기에 달린 포판뿐인데 매우 단순한 보병용화기로 조준 장치는 포신의 붉은 선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명중률이 높아 태평양전선에서 미 해병대를 꽤나 괴롭혔다. 미국은 수류탄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40mm유탄을 전용으로 발사하는 M79 유탄발사기를 개발했고 이를 베트남전에 투입했다. 그런데 여기서 잭팟이 터진다. 정글에서 게릴라들을 상대하는데 M79는 매우 요긴한 물건이었고 곧바로 ‘찰리킬러(찰리란 베트콩을 부르는 미군들의 속어)’란 별명을 얻는다. 그런데 또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M79사수의 개인무장이 문제였다. M79사수입장에서는 M-16소총을 함께 들고 다니기가 매우 불편했고, 따라서 보통 M1911 콜트권총을 부무장으로 휴대하고 다녔다. 그런데 아무래도 권총은 좀 불안하지 않은가? 따라서 자연히 M-16과 M-79를 합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결과물이 바로 그 유명한 M203 유탄발사기이다. 이 M203 유탄발사기의 개념은 곧 전세계군대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이 개념을 안 쓰는 나라가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 현재는 자동유탄발사기와 함께 개인용 다연발 유탄발사기도 아주 흔해졌다.

 

 

일본군이 사용했던 척탄통(). 사진은 10년식 경척탄통이다. 이걸 노획한 미군()은 이걸 허벅지에 대고 발사하는 무기로 착각했는데, 이러다가 많이 부상을 입었다고.....

 

 

베트남전에서 대 활약한 M79 유탄발사기.

 

M203은 베트남전 이래 현재까지도 애용되는 무기이다.

 

 

M203의 컨셉에 충격을 받은 소련도 곧바로 비슷한 유탄발사기를 소총에 장착한다.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M32 다연발 유탄발사기. 리볼버식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다는 소문이 있다.

 

 

지금까지 수류탄의 발전과 그 최종 진화형 유탄발사기에 대해 알아봤다. 무엇보다도 수류탄은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그와 동시에 좀 더 멀리, 정확히 투척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이 두 가지 모두가 거의 해결된 상태이다. 앞으로의 수류탄의 진화는 화력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앞서 말한 모듈식 수류탄이 바로 그 증거이다. 계속해서 이어질 수류탄의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사진 : 이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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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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