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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진짜 사나이' 그 후!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그들의 변화를 만나다

육군 이성희 원사, 해군교육사 이 상 길 상사

 

 

지난해 봄, 군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첫 방영됐다. ‘과연 될까?’하는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프로그램은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 가며 화제를 양산했다. 또 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민에게 든든함과 친근함을 돈독히 하는 데 일조했다. 바로 ‘우정의 무대’ 이후 군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장병이 출연하며 각각의 사연을 쏟아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중 두 사람의 행적을 좇아 봤다.

 

 

행사 퍼레이드 중인 육군수방사 헌병단 이성희 원사. 현재 행정보급관으로 근무 중인 그는 대원들이 더 안전하고 임무수행을 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전설은 유지된다 - 육군 이성희 원사

임무수행 뒷받침 최선 군 대표해 TV 나온 사랍답게 말입니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더군요. 모터사이클(MC)을 타고 임무수행에 나가면 ‘교관님 아니십니까?’하고 알아봅니다. 어린이들은 100%, 어른들도 50% 정도는 알아보던데, 또 반응도 ‘재미있고 멋있었어요’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등 모두 긍정적이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죠.”

 27년간 MC를 탔다는 ‘전설의 교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이성희 원사는 아직도 촬영 당시의 장면 모두가 기억에 새로운 듯했다. 하지만, 그도 처음 방송된 것을 보고는 도망갔다고 한다. 화면에 나온 내 모습이 너무 낯설어 이상하고, 쑥스럽기도 했다는 것. 그래서 몇몇 장면은 제발 없애 달라고 방송국을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간에 걸친 출연진과의 생활은 이 원사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손진영과의 사연은 기억에 남는다.

 “아마 전입 2일 차였죠. 손진영이 연습해도 계속 안 되니까 아무도 안 보이게 버스 뒤에 가서 주저앉아 고개 숙이고 있더라고요. 아마 우는 것 같은데 참 안쓰러웠죠. 또 포기하려는 모습도 보였고요. 그래서 손진영한테 그랬죠. 힘든 것 다 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고비만 참으면 너도 모르게 숙달될 것이다. 만약 이틀 후에도 똑같다면 내가 너를 놔주겠다 하고. 다행히 마음을 돌리더군요. 그리고 알다시피 잘 익혀내서 임무수행도 무사히 해냈죠. 저는 장병들한테 그럽니다. 최종 우승자는 손진영이라고, 잘하는 사람은 내버려둬도 자신이 잘합니다.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해낸 게 더 중요한 것이니까.”

 이 원사의 현재 직책은 부대 안살림을 담당하는 행정보급관이다. 교관 임무는 지난해 10월 후배들에게 넘겨줬다. 지금은 필요 시 퍼레이드 등 행사지원에 나설 뿐이다.

 “지난해까지는 교관으로서 앞만 보고 이끌고 갔는데 이제는 한 발짝 뒤에서 대원들이 더 안전하고 임무수행을 잘하고 보람을 느끼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제 임무입니다. 앞으로도 그것에 충실할 겁니다. 그리고 군복을 입는 동안 더욱 마음가짐을 바로잡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군을 대표해 TV에 나온 사람답게 말입니다. 하하.”

 

 

 

진짜 사나이 촬영 당시의 한 장면.

 


 

 

 

해군기초군사학교 해군의 출발점 표지석 앞에 선 이상길 상사. 이 상사의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군인이다.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 - 해군 이상길 상사

웃음 보이지 않는 것 원칙훈육요원은 나에게 천직 올해 말 보직만료 아쉬워

그도 웃을 줄 알았다. ‘사이보그 소대장’이라는 별칭을 받으며 항상 표정 없는 모습의 그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웃음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해군교육사령부 이상길 상사, 그도 인간이었다.

 “웃음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제 원칙입니다. 해군에 입대해 훈련병 교육을 받을 때 처음에는 엄격하게 해도 3∼4주쯤 되면 친밀도가 높아져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며 농담이나 사적인 질문, 서로 웃는 모습도 나오곤 합니다. 저는 그럴수록 마음을 다집니다. 수료 전날까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웃어버리면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상사가 출연한 ‘진짜 사나이’ 방영분을 보면 서경석과 김수로 등 출연진들이 그의 카리스마에 절절맨다. 하지만, 그도 긴장했다고 한다. 촬영 시 원래의 있는 모습 그대로 하려고 ‘저들은 훈련병이고 나는 교관이다’하고 속으로 주문을 걸었지만, 막상 앞에 서니까 배우들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생각 때문에 일반 훈련병에게 하는 것에 비해 50% 정도의 수준으로 좀 더 부드럽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다 해도 짜인 대본과 각본으로 연출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태풍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진짜 훈련병처럼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는 그들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수많은 신병양성 교육을 거치면서 ‘훈육요원으로서는 이젠 배울 게 없다’는 자만심을 깨트림으로써 지난날을 반성하고 자부심과 열정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줄 수 있었다고.

 한편, 이 상사는 올해 말이면 이곳을 떠난다. 3년간의 보직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참, 아쉽습니다. 훈육요원이 저한테 딱 맞는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는 힘들지만, 의미가 있는 곳으로 후배들에게 추천해 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사실 좀 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3년이라는 것이 매우 짧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