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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한 해군함정 방수훈련!!

폭포수 같은 물줄기 “5인치 파공을 메워라”
국방일보 윤병노 기자의 해군함정 방수훈련 체험기


 

윤병노(맨 왼쪽) 기자가 해군1함대 전비전대 방수훈련장에서 한상국함 승조원들과 함께 격실 파공을 메우는 직접지주 설치법을 체험하고 있다.

 

직접지주 설치법을 완료하고 평가를 기다리는 한상국함 승조원들. 앞줄 오른쪽 둘째가 윤병노 기자.

 

해군1함대는 전투적 사고와 전사적 행동이라는 지휘방침 아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전투형 군대를 완성해 가고 있다. 특히 함정과 승조원 생존성 향상을 위해 손상통제 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손상통제는 함정이 충돌·화재·피격 등으로 위기상황에 놓였을 경우 구조물과 장비 손상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복구하는 능력이다. 8일 1함대 전비전대에서 손상통제 훈련의 대표 분야인 방수훈련을 체험했다.

 

# 총원 전투배치… 水魔(수마)를 막아라

 

“꽝!”

 

이른 아침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8일 오전. 해군1함대 전비전대 방수훈련장에 둔탁한 충격음이 울려퍼졌다.

 

“기관실 5인치 파공! 총원 전투배치!”

 

교관이 상황을 부여하자 유도탄고속함 한상국함(PKG-712) 승조원들이 전투배치를 복명복창한 후 각종 장비를 집어들고 모형함정 격실 내부로 진입했다.

 

기자가 속한 조는 ‘프레임-35 직접지주 설치반’. 모형함정 격실에는 각종 파공(破空)된 곳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머뭇머뭇거리는 사이 조원들은 차디찬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구멍을 메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작은 나뭇조각(플러그)과 방수함을 이용해 구멍을 막은 후 커다란 나무기둥을 지렛대처럼 받쳤다.

 

조원들의 전투복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로 흥건히 젖었고, 수위는 어느새 허리까지 찰랑거렸다. 옆 조원들도 매트로, 방수함으로, 부판으로, 지주대로 각양각색의 파공을 메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교관들은 매의 눈으로 승조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이들은 규정과 절차에 의한 긴급조치 능력을 점검하는 동시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

 

“조금 더 위로, 옆으로….”

 

여기저기서 날선 외침이 들렸다. 땀인지 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액체가 얼굴을 뒤덮었고, 조금 전에 교육받은 대처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군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다짐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였다.

다행히 숙련된 조원들의 구슬땀 덕분에 지주 설치를 완료했다. 격실로 유입되는 물줄기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가슴 인근에서 더 이상 차오르지 않았다.

 

“프레임-35 직접지주 설치 끝!”

 

다른 조도 속속 맡은 구역의 방수작업 완료를 보고했다. 함교는 상황이 안정되자 배수반을 투입해 격실에 찬 물을 빼냈다. 기자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가슴까지 찼던 물이 무릎 정도로 내려갔을 때 교관이 격실로 들어왔다. 교관은 각 조원들이 설치한 지주의 강도와 누수상태 등을 세심히 관찰했다. 한상국함 승조원들은 숨을 죽인 채 교관의 평가를 기다렸다.

 

“프레임-35 지주 위치 불량!”

 

예상했던(?) 평가였다. 기자 때문이었다. 도움은커녕 조원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조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했다며 기자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감동이 밀려왔다. 19년 만에 입은 땀과 물에 흠뻑 젖은 전투복. 조원들에게서 전우애라는 진한 향기가 났다.

 

훈련은 파이프 패칭(Patching)으로 이어졌다. 함정에 해수·청수를 공급하는 파이프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훈련이다.

 

파이프 패칭은 파손 종류와 위치에 따라 연성·쥬브리식·플라스틱·고압 스트랩식 패칭 등으로 나뉜다. 한상국함 승조원들은 나뭇조각·고무판·금속판 등 온갖 종류의 도구와 수리법으로 파손 부위를 말끔히 메웠다. 수마(水魔)와 사투를 벌인 방수훈련은 이것으로 막을 내렸다.

 

# 물불을 가리지 않는 훈련 ‘생존성 ↑’

 

한상국함 승조원들은 이날 오후 함정 화재상황을 가정한 소화훈련도 진행했다. 소화·방수훈련은 함정에 화재·침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수리해 전투력을 유지하는 훈련이다.

 

화재·침수는 함정과 승조원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로 인해 함정은 1일 1회 소화·방수훈련을 전개해 손상통제 능력을 배양한다. 또 1년에 1회씩 실제 훈련으로 손상통제 능력을 평가받는다.

 

소화훈련은 A·B·C·D·E급 화재를 시나리오 없이 무작위로 부여해 실시한다. 훈련은 불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자신감과 단결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A급 화재는 침구·매트·종이·고무·목재 등 타고난 후 재가 남는, 표면에서부터 속으로 타 들어가는 침투성 화재다. 해수ㆍCO2 등으로 진압한다.

 

B급 화재는 가솔린·경유 등 유류로 인한 화재다. 재가 남지 않고 표면에서 연소하는 게 특징이다. 해수ㆍCO2로 진압하며 불가할 때는 해수와 수성막포(불소계 계면활성제포)를 94대6으로 배합한 폼(Foam)으로 진압한다.

 

C급 화재는 전기계통 화재를 말하며, 소화요원에게 전기충격을 주는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C급 화재에서 전원을 차단하면 A급 화재로 전환된다. D는 금속, E는 가스화재다.

 

해군은 함정 화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목재·천 등으로 제작한 가연성 소모품을 알루미늄 등으로 교체했다. 또 페인트·시너(Thinner) 등 가연성 물질을 육상 창고에 보관한 후 출항하도록 했다.

 

특히 1함대는 손상통제 교육자료를 제작해 소화·방수훈련 전 반드시 교육받도록 했다. 교육자료는 사례 위주의 동영상과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구성, 손상통제 능력을 끌어올리도록 했다.

 

전비전대 함영호(준위) 소화방수훈련반장은 “소화·방수훈련은 함정과 승조원들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최고도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실전 같은 훈련,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을 지속 시행해 적과 싸우면 즉각 수장시킬 수 있는 필승해군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