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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국방일보

창공 가르며 급유기 내려 스텔스 전투기에 연료 공급

창공 가르며 급유기 내려 스텔스 전투기에 연료 공급

출격!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이석종 특파원 현장을 가다<9>美 공군 공중급유기를 타다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13-03 훈련

 

<미 공군 KC-135 공중급유기가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13-03 훈련에서 연합편대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 공군 F-22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F-22 전투기가 공중급유 받는 장면을 한국 언론 매체가 직접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렘과 기대가 짜릿한 전율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14일 오전 10시 알래스카 상공(이하 현지시간).

 조금은 지루한 비행이 2시간 가까이 이어지더니 기내가 잠시 술렁였다. 술렁인다고 해 봐야 B-707 항공기를 기반으로 제작해 C-130보다 작고 CN-235보다는 넓어 보이는 실내 공간임에도 원래 승무원을 빼고는 취재진 4명과 지원 인력 2명 등 모두 6명만이 타고 있었으니 그저 항공기를 타고 있던 사람 전부가 기체 양쪽으로 난 4개의 작은 창에 달라붙어 밖을 바라보는 정도였다.

 창밖으로는 레이더에 안 잡힌다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1대도 아니고 4대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순간 기내에 탑승해 있던 모든 이들이 항공기 후미를 향했다. 이 결정적인 순간을 보기 위해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아니 우리 언론사상 처음이니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 전부터 기다려 왔기 때문이었다.

 취재진이 타고 있던 항공기는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주일 미 공군기지에 전개해 있던 KC-135 공중급유기 스트래토탱커(Stratotanker).

 이 항공기를 호위하듯 2대씩 좌우 날개 옆으로 달라붙은 F-22 전투기들이 잠시 대형을 유지하더니 왼쪽의 F-22 한 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항공기 후미에는 우리말로 치면 급유장치조작사나 급유통제요원 정도가 될 덩치 큰 미 공군 붐 오퍼레이터(Boom Operator)가 엎드린 자세로 공중급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급유장치가 장착된 항공기 후미에는 붐 오퍼레이터가 항공기 후미 한가운데에 엎드릴 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 있었고 그 앞으로 각종 계기판과 조작 스위치, 급유받는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할 주유기 역할을 하는 붐을 상하좌우전후로 조작할 수 있는 2개의 스틱이 있었다.

 계기판 앞으로는 40인치 모니터 크기의 유리창이, 그 위로는 아래쪽을 볼 수 있는 거울이, 양옆으로는 좌우를 확인할 수 있는 조금 작은 유리창이 있었다.

붐 오퍼레이터 오른쪽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들었다. 순간 기다란 붐이 가운데를 가르고 있던 창밖으로 시커먼 물체가 ‘쑥’ 들어왔다. F-22였다. 조종석 뒤편 연료주입구를 연 채 공중급유기 후방에서 속도와 고도, 방향 등을 공중급유기와 조율한 F-22가 급유를 받기 위해 접근한 것이다.

 헬멧을 쓴 조종사가 위쪽을 바라보자 마치 눈이라도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전투기 조종사가 붐 오퍼레이터와 그들만의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F-22가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자 붐 오퍼레이터가 붐을 조작해 F-22의 연료주입구에 붐의 끝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3차원의 공간에서 같은 속도, 같은 고도,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두 항공기를 연결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몇 번의 시도에도 급유에 실패하자 F-22가 공중급유기로부터 조금 떨어졌다 다시 다가오며 급유를 시도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단번에 공중급유기의 붐이 F-22의 연료주입구에 정확히 꽂혔다. 급유를 시도하는 과정에 비해 공중에서 급유를 받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5~7분 정도 조금씩 흔들리긴 했지만 무사히 급유를 마친 F-22가 붐과 떨어져 급유기 날개 옆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자 두 번째 전투기가 급유를 위해 자리를 떴다.

 같은 방식으로 4대의 F-22가 모두 급유를 마치는 데는 40여 분이 소요됐다. 4대의 급유를 모두 마친 F-22 전투기들은 홀연히 사라져 임무에 복귀했다.

 사라져가는 F-22를 보면서 전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F-15K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F-15K 조종사들은 “F-22 전투기가 주변에 있을 때는 공대공 위협이 하나도 없었는데 F-22가 급유를 받으러 가자 공대공 위협이 급증했다”고 전했었다.

 조종사들의 말과 함께 ‘아 F-22 들이 여기서 공중급유를 받는 동안 우리 F-15K 조종사들이 고생 좀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더불어 스텔스 전투기의 특성상 모든 무장을 전투기 내부에 장착해야 하고 외부 연료탱크도 사용하지 못해 작전 가능 시간이 F-15K에 비해 짧은 스텔스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흥미진진했던 공중급유 순간을 목격하고 잠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붐 오퍼레이터가 서비스라며 상자 하나를 건넸다. 공중급유기 승무원들이 먹으려고 준비한 도시락이었다. 조종사 2명과 붐 오퍼레이터 이렇게 3명만 탑승하는 항공기여서 붐 오퍼레이터는 항공기 조종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박스 안에는 닭가슴살 두 쪽이 든 햄버거와 포도주스, 과자 1봉지, 물 1명, 프루트 칵테일 등이 들어있었다.

 기내식(?)을 먹고 잠시 창밖을 보니 다시 F-22 전투기 2대가 접근하고 있었다. 아까 그 전투기인지 아니면 다른 임무를 수행하던 전투기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취재진이 탑승한 공중급유기는 다시 2차례 공중급유를 해줘야 했다.

 마지막 공중급유가 끝나고 나서 붐 오퍼레이터가 취재진들을 모았다. 간단하게 공중급유장치에 대해 설명하더니 자리를 비워주며 다들 한 번씩 조작해보라는 것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붐 오퍼레이터 자리를 차고 엎드렸다. 옆에 엎드려 계기판이며 조작방법이며를 차분히 설명한 붐 오퍼레이터가 스틱을 잡고 조작해 보라고 했다. 왼쪽 스틱은 붐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었고 오른쪽 스틱은 붐을 상하좌우로 조절하는 것이었다. 계기판의 주어진 범위를 왔다갔다하면서 조작하고 있는데 붐 오퍼레이터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조금 천천히 하라’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붐 오퍼레이터의 지적에 잠시 소심해지긴 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라는 생각에 할 수 있는 조작은 모두 해보고야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겼다.

 모든 취재진이 한 번씩 붐 조작해 보고 나서 자리로 돌아오자 취재진을 태운 KC-135 공중급유기는 오후 12시 30분쯤 아일슨 기지에 안착했고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된 취재일정은 마무리됐다.

 

글·사진=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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