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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함께하는 이야기

육군3군단, 특급전사 왕중왕 선발대회 현장

   우리는 간다, 최정예 ‘산악전사’를 향해  
   국가방위 중심군으로 빛나는 육군 확인  


최정예 산악군단을 표방하는 육군3군단이
  특급전사 ‘왕중왕’ 선발대회 를 개최했습니다.
사격·체력 등 기존의 특급전사 선발 기준에
완전군장 25km 산악행군을 추가한 이 대회에는
군단 예하 사단과 전 직할부대가 참가해 저마다의 전투력을 뽐냈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그러나 아무나 될 수 없는,
국군장병 중 1%만이 도달하는 최고의 영예 특급전사.

부대원의 30%가 이병으로 구성된 중대가 중대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쥐가 난 다리를 바늘로 수백 번 찔러 가며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부사관 등등. 패기와 감동이 스며 있는 격전의 ‘전투 현장’을 소개합니다.


   #영예로운 권좌를 향해  



<특급전사 왕중왕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군장의 무게를 검사받고 있다.>


이슬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육군3공병여단 예하 대대 연병장에
수많은 장병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25km 산악행군을 출발하기 전 군장 무게를 검사받고 있는 중입니다.
군단과 예하부대 자체 평가에서 이미 특급전사에 도달한 이들은
최고 중의 최고가 되기 위해 또다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평균 95%의 사격 명중률과 90개 이상의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
10분 이내의 3km 달리기 등을 거뜬히 소화한
각 부대의 명예를 짊어진 ‘대표 장병’들입니다.

이중 2사단 쌍호연대 1대대 1중대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특급중대 부문에 출전한 1중대는 이병만 23명에 달했습니다.
중대원의 30%가 이병인 부대가 얼마나 잘 할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엔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처럼 즐겁워 보였습니다.
혹시 포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승패를 가른 산악구간  


오전 8시.

25kg을 짊어진 장병들이 첫 발을 떼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5시간.
특급중대 참가부대는 낙오자 1명당 2점이 감점되고
시간 단축에 따른 가산점은 없습니다.
따라서 중대장은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반면 개인전은 시간을 단축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산악행군의 코스는
가넷고개를 넘어 소양호를 따라 전개된 개운동 일대 600고지.
 3~10km 구간이 가파른 산길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 실시한 사격·체력측정과 연일 내린 비로
체력과 컨디션은 최고 상태가 아닙니다.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정신력 뿐입니다.

12사단 수색대대 김보성 대위(진)와
군단 2전차대대 김동춘 중위,
21사단 수색대대 홍의현 중사(진) 등이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하며 선두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군용차량도 굉음을 내고 간신히 오른 가파른 고갯길을
순식간에 정복했습니다.
 25kg을 짊어진 사람이 차보다 더 빨리 달린 것입니다.
이제 중위권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간격이 벌어졌지만
이들은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지친 병사의 손을 잡고 고갯길을 오르는 간부의 표정에 완주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고통은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오전 10시.
선두그룹에 있던 홍의현 중사(진)의 오른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쥐가 난 것입니다.
그는 지체없이 바늘을 꺼내 허벅지와 종아리를 찔렀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천리행군 중인 부대원들을 볼 면목이 없어 이를 악물었습니다. 뛰면 뛸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고통이 더해졌지만 홍 중사(진)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특급전사 왕중왕 중대 부문 출전 장병들이 험준한 산악길을 걷고 있다.>


이병이 23명인 2사단 쌍호연대 1대대 1중대에도 위기가 닥쳤습니다.
서너 명의 이병이 뒤처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대 본진과 100m 이상 떨어지면 낙오로 간주돼 감점을 받습니다.
중대장 김효승 대위가 선두에게 반보(半步)를 지시한 뒤
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너희들이 낙오하면 중대 전체가 움직이지 않겠다.
조금만 힘을 내자. 혹한기 복귀행군도 완주했다.
그때보다 15km나 짧은 거리다.”
쓰러질 듯 위태롭던 이병들이 힘을 내자 선임들은
후임의 군장을 받쳐 주고 소총을 들어 줬습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발하는 전우애는 그 어떤 장애물도 극복하게 해줍니다. 이들은 험난한 산길을 전우애로 돌파하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나를 버리고 모든 것을 얻다

김보성 대위(진)는 육사생도 시절 웨스트포인트로 위탁교육을 갔습니다. 크지 않은 키와 체격의 그는 미 육사생도에게 뒤지기 싫어 매일 단내
나는 체력단련을 한 덕분에 윗몸일으키기 98개, 팔굽혀펴기 110개를
기록했습니다.

산악행군을 1위로 골인하면 특급전사 왕중왕 타이틀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는 결국 피니시 라인을 1위로 통과하고 가쁜 숨을 토해냈습니다.
출발지를 떠난 지 3시간13분45초.
25kg의 완전군장을 메고 걷기도 힘든 산악길을
시간당 8km로 질주한 것입니다.

다리에 쥐가 난 홍 중사(진)도 3시간20분30초에 행군을 마쳤습니다.
그의 오른쪽 다리는 바늘자국이 선명하다 못해 멍이 들었습니다.

1중대도 4시간50분만에 23명의 이병을 모두 이끌고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중대원의 체력과 시간을 완벽히 조절한 결과였습니다.
양구까지 걸어서 복귀하자는 병사의 말에 중대원은 물론 평가관까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오후 5시.

마지막 중대가 도착하며 대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라는 특성상 순위가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대회에 출전한 개인·중대는 모두가 승자입니다.
형제처럼 뭉치는 전우애, 부대 전통과 자부심에 기초한 애대심,
조국수호를 위한 투철한 사명감과 애국심….

대회를 지켜본 3군단 감찰참모
김기수 대령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각급 부대원들은 ‘우리’를 위해 ‘나’를 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을 얻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육군은 국가방위 중심군으로 밝게 빛날 것이다.”


윤병노 기자 trylover@dem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