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상담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현대인들의 정신적 질환은 무섭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신과 진료는 물론 각 전문 분야의 상담사들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군 부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국군 장병들의 고충도 다양했습니다. 군복무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정신적 스트레스는 장병들의 자살사고 및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수송대 행정병(배차계원)이었던 필자도 군 복무시절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고충을 겪었습니다. 그 때 ‘이분’을 만나 상담을 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덕분에 업무스트레스는 물론 군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양진영’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 모습>
자, 그럼 지금부터 양진영 상담관님을 따라 하루 일과를 직접 보면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Q. ‘양진영 상담관’님, 오늘은 어떤 일로 어디로 가십니까?
오늘은 병사 4명의 고충을 치유하러 가는 길입니다. 갑작스런 병영생활의 부적응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그들을 공감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Q. 매번 이렇게 병사들을 직접 찾아가시는 건가요? 힘드시지 않으십니까?
병사들은 출타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제가 직접 군부대에 배차를 신청하거나 자가용을 끌고 부대에 찾아가야하죠. 배차가 나지 않거나 운전하기 피로할 때 솔직히 힘이 들죠. 그래도 제가 선택한일에 대한 책임감과 직업정신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여러 상담을 해오셨는데, 병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충은 어떤 게 있습니까?
여러가지가 있죠. 여자 친구의 갑작스런 이별통보라든지, 집안사정이 악화되었다든지, 선/후임 병들과의 마찰 등등 이 있습니다. 음.. 그래도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을 꼽자면, 아무래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겠죠.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엔 어리고 사고관이 불분명한 20대 청춘에 갑자기 사회와는 단절된 군대라는 곳에서 적응하기란 분명 쉽지 않을 것 이예요. 물론 잘 적응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상담하는 친구들 대게가 그렇다는 거죠. 그래도 나중에 군대에 잘 적응하고 잘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한 장병과 상담하시고 계신 모습>
Q. 네. 저도 그랬듯이 많은 친구들이 상담관님을 통해 변화되고, 군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상담을 하시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하나만 말씀해 주신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제가 상담관을 하기 전의 이야기예요. 사실 저는 1999년부터 2009년도까지 10여년간 군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군악대장을 역임하던 시절, 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죠. 그 친구는 당시 부대적응을 잘하지 못해 A급 관리대상이었죠. 그 친구가 유일하게 가장 잘하는 것이 기타와 노래라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저는 지휘관의 부탁으로 그 친구를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었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도 가끔 소식이 들려옵니다. 상담관님 덕분에 군에서 마음껏 기타와 노래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은 저의 남은 군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처음 만났을 때 악수를 했었는데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아요. 상당히 여린 손이었어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두려움에 떠는 그러한 손이었죠. 마지막 공연이 끝났을 때, 그 친구와 전 또 악수를 했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커녕 멋스러워지고 든든해진 그의 묵직한 손아귀가 저를 감동시켰답니다. 그 날의 기억이 지금의 제가 상담일을 하게 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죠.
<육군 3군단 그린캠프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Q. 정말 인상적인 에피소드입니다. 진심으로 그 친구가 잘 되어서 좋습니다. 그 친구는 분명 지금도 상담관님을 가끔씩 떠올리며, 군생활의 추억을 되새기고, 혹시 전역 후, 사회에서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친구를 포함해 전국에 있는 군 장병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군단 ‘그린캠프’(부대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의 안식처이자 이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대시설)에서 자살 예방 교육 때마다 애용하는 문구가 있어요. “당신이 이 손을 놓는 순간,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고민하고 있을 때, 머뭇거리지 마세요.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합니다.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려고 애쓰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군 장병 여러분, 누구나 새로운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괜히 자책하지 마시고 작은 고민에서부터 큰 고민까지 군 생활을 하는데 고충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휘관이나 각 부대 상담관을 찾아주세요. 전역하는 그날까지 모두 화이팅입니다. 힘내세요!!
군 부대 상담관이란?
군 부대에서 각 부대 관리대상 장병들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을 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며 계약직 공무원으로 ‘한국 심리 상담학회’나 ‘한국 상담 학회’에 문의하면 간략한 채용정보를 알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문의는 국방부 병영정책과나 각 군 본부 안전 관리과에 실무자를 찾아 문의하면 된다. 군부대의 장병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상담하는 일에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지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좌)와 양진영 상담관(우) 모습>
이 자리를 빌려 바쁘신 와중에도 전화 한 통에 ‘쌩’하고 달려와 주셔서 상담을 해주셨던 ‘양진영 상담관’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 기자단 3기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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