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민군화합·경제발전 첫 걸음 ‘해상강국’ 미래 100년을 준비한다
■ 제주민군복합항 준공 1주년 성과
남 방파제에서 바라본 해군제주기지의 모습. 이지스구축함(DDG) 세종대왕함이 부두에 계류하고 있다.
26일로 준공 1주년을 맞은 제주민군복합항은 해양안보와 국익수호 임무를 위해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며 1년 동안 국민과 함께 상생과 화합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21일 봄기운을 머금은 기지는 평화로웠다. 정문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니 광활한 부지 위에 최첨단 시설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춘 건물들이 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길게 뻗어있는 방파제와 계류 부두가 인상적이었다. 때때로 부는 강풍에 방파제가 안전할지 내심 궁금했다. 해군 관계자는 “초대형 태풍의 파고가 약 10m인 점을 감안해 바다 밑으로부터 39.4m 높이의 방파제를 지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서 방파제에는 크루즈선이 계류할 수 있다. 남 방파제는 좀 독특해 보였다. 방파제 끝단 등대는 뱃머리 모양이다. 입항하는 사람들은 뱃머리를 감상하면서 민군복합항에 들어오게 된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동 방파제는 군항으로 쓰인다. 둥근 기둥의 문양은 그리스 신전을 떠오르게 했다.
방파제에서 기지를 바라봤다. 연병장에 새겨진 ‘NAVY(해군)’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길고 완만해 보이는 한라선 산등성이는 기지를 든든히 감싸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오는 7월 개항 예정인 크루즈항과 내년 초 완공이 목표인 크루즈 터미널 공사로 분주하다. 공사 차량이 바쁘게 현장을 오가며 제주민군복합항의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기지 내 수변공원은 구럼비 바위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해군의 모습이 보였다. 기지에는 민·군 공동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김영관센터’는 식당·카페·편의점·체력단련장 등 다양한 민간 위탁시설과 이동 장병 숙소, 수영장, 다목적 코트, 도서관 등 부대 직영시설을 갖추고 있다.
● 국가 해양안보와 국민 수호의 핵심 가치
제주민군복합항은 한반도 해역 가운데에 위치한 해군의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동해·서해·남해 등 해양 수호는 물론 해상 수송 물동량의 99.7%를 담당하는 남방 해역 해상교통로와 해양자원 등을 보호하는 전략적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에는 3개의 해군 부대가 주둔해 우리나라 해양 안보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해군7기동전단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상교통로 보호 임무와 잠재적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동경비작전 및 대탄도탄작전을 수행한다. 지난해 총 50여 회의 연합·합동 훈련을 펼쳤다.
해군잠수함사령부 예하 93잠수함전대는 장보고·손원일급 잠수함이 지정학적 요충지인 제주도에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잠수함 작전 수행 능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제주기지전대는 인근 담당 해역 수호와 기지 방호를 맡는다. 항만과 기지를 완벽하게 지키기 위해 통합 항만 방호 훈련과 대테러 훈련을 하며,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는 침투·테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췄다. 지난해 선박 화재 진압, 실종 선박 수색 등 총 17건에 대해 해경과 협력해 지원했다.
준공 1주년을 맞은 제주민군복합항의 전경. 떠오르는 해가 해군제주기지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다.
●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해군
기지는 지역사회와 소통,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5회에 걸쳐 강정 주민 간담회를 하며 기지 준공 이후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 개선할 점을 찾아 보완하고 있다. 기지는 지난해 5월 부대 인근 4개 농·축·수산업협동조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기지 장병들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주산 먹거리를 공급함은 물론 이를 통해 지역 농·어민의 소득 증대를 도모했다.
MOU 체결을 통해 제주 지역에 주둔하는 12개 해군 부대 장병의 급식품으로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축·수산물을 우선 구매한 결과 지난 한 해 급식비로 총 51억 원이 지급됐다. 올해는 약 54억 원의 급식비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기지는 연간 부대 운영비로 약 43억 원, 시설 공사비로 약 13억 원, 각종 비품과 자재 구입비로 약 12억 원, 취사 및 난방 연료비로 약 6억 원을 도내에서 집행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아울러 부대 위탁운영 시설의 일반인 고용을 통해 4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주 영외 중식의 날을 시행해 총 43회 부대 밖에서 식사하도록 함으로써 인근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
김영관센터 수영장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개장, 운영되면서 지금까지 6000여 명의 주민이 수영장을 이용했다. 종합운동장도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간 236회의 경기가 치러지며 8500여 명의 선수가 운동장을 이용했다.
● 대국민 친(親)해군화 활동
해군제주기지는 국민에게 친숙한 군이 되고자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1일에는 새해 첫날을 국민과 함께 보내는 ‘신년 함상 해맞이 행사’를 열었다. 제주민군복합항을 민간에 개방해 해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다양한 체험을 추진했다. 해군·해병대의 특수장비, 피복 체험, 이지스구축함 모형 만들기 체험 등 각종 활동과 해병대 상륙기동 장갑차(KAAV) 시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 국민이 필요할 때, 든든한 ‘국민의 해군’
해군제주기지는 지난 1년간 국민이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구보다 앞장서 달려가 아픔을 나누고 도움을 줬다.
지난해 1월 제주도에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몰아쳐 도로와 마을 주변에 많은 눈이 쌓이자, 기지 제설차와 장병 수십 명이 도로 제설 작업을 도와 주민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태풍 ‘차바’로 인한 지역사회의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장병들은 쓰레기로 더러워진 마을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도로변에 쓰러진 나무들을 치웠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제주기지전대 제독 차량 2대와 수십 명의 장병들이 성산읍 일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활동을 9회에 걸쳐 지원했다. 또한 제주기지전대는 지난해 진료와 건강 상담, 그리고 의약품 처방 등 총 21회의 대민 의료지원을 펼쳤다. 지난달부터는 부대 인근 지역 아동센터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학습지도도 하고 있다.
● 제주민군복합항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국책사업으로 조성된 제주민군복합항은 함정 20여 척과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다. 강정마을 토지 8만7000평과 해안·바다를 매립해 만든 6만2000평을 합해 약 49만㎡(14만9000평) 규모로 건립됐으며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사업비 1조 원 이상이 투입됐다. 최초 소요는 1993년 12월 합동참모회의에서 반영됐다. 2007년 국방부와 제주도 간 협의에 따라 강정 해안이 건설지역으로 선정됐고, 이후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로 결정됐다. 2010년 1월 항만공사에착공해 지난해 2월 26일 준공한 민군복합항은 ▲해군 함정이 계류하는 군항 구역 ▲민간 크루즈선이 계류하는 민항 구역 ▲부대시설 구역 ▲종합복지시설 등 민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시설로 나누어져 있다.
제주에서 글=조아미/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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