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어리더 박기량, 일일 정비사 명받았습니다
좌충우돌 병영체험기 -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3인,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정비사 체험
“필승! 박기량, 일일 공군 정비사 훈련 체험을 명받았습니다.”
가수 겸 치어리더 박기량이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이하 5비)에 떴다. 175㎝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뛰어난 춤 실력으로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박기량. 치어리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에 두루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왔고 스타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주류 광고 모델까지 접수하며 떠오르는 ‘대세 스타’임을 입증하고 있다. 부산 스타 박기량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주둔하고 있는 5비의 임무를 알리기 위해 일일 수송기 정비사로 변신했다.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조윤경·김다빈도 그녀와 함께 훈련하며 정비사의 임무를 체험해봤다.
공군 수송기 정비사 체험에 도전한 박기량(왼쪽)이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에서 C-130H 항공기의 공기 흡입구를 점검하고 있다.
군부대 방문의 설렘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처음 본 군 수송기 위용에 압도…
일일체험이지만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쟁에서 보급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강한 부대라도 탄약이 바닥나고 식량 공급이 중단된다면 전투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육로와 해로를 이용하면 간단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시기적절한 보급이 어렵다. 현대 과학은 이 문제의 해답을 하늘에서 찾았다. 바로 공중을 통한 보급, 공중기동작전이다. 5비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공중기동기를 운용하는 부대로 전시가 되면 대규모 수송기를 이용해 전쟁물자 보급과 병력, 환자 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비행단을 찾은 박기량과 동료들은 베테랑 수송기 정비사 권무진 중사의 안내를 받으며 비행 전 점검, 연료 보급, CN-235 시뮬레이터 탑승에 도전했다.
박기량·조윤경·김다빈은 ‘기지 출입 보안 준수 서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한 뒤에야 비로소 부대 안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군 시설물 사진 촬영은 보안에 위배됩니다. 보안을 위반할 시에는….”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헌병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보안 규정 설명을 이어갔다. 군부대를 방문한다는 설렘으로만 가득했던 그녀들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내 버스에 몸을 싣고 부대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주기장이 눈앞에 펼쳐졌고 임무 비행을 하는 수송기가 창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김해국제공항에 자주 오는데 이렇게 큰 군부대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군 수송기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군대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팽팽했던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다시 설렘으로 변해있었다.
“여기 준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훈련에 참여해 주세요.”
안내장교가 원피스 형태의 진녹색 비행복을 건네며 말했다. 오른쪽 가슴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군복을 본 박기량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비록 일일체험이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체험자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권무진 중사에게 간단한 정비 이론과 장비 설명을 들었다. 권 중사는 교육을 통해 ‘안전’을 강조했다. 허술하게 조여진 작은 나사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하늘에서 사고가 나면 지상에서는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도 큰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록 체험이지만 실제 임무를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조윤경 김다빈 박기량(왼쪽부터)이 C-130H 항공기에 연료를 보급하고 있다.
거대한 수송기 급유·위험요소 점검
셀프 주유 많이 해봤다며 당당한 첫걸음
무거운 노즐에 털썩 주저앉아… 셋이 힘 모아 성공
주기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송기 C-130H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체험자들을 압도했다. C-130H는 넓이 40.4m, 길이 29.8m에 달하며 최대 속도는 시속 556㎞, 최대 항속거리는 4002㎞다. 대규모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 항공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표현인 ‘허큘리스(Hercules)’로도 불린다.
체험자들에게 처음 부여된 임무는 C-130H 급유. 항공급유차가 도착하자 체험자들은 미리 익힌 훈련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안전을 위해 소화기를 수송기 주변에 배치했다. 조종석에서는 외부전원 스위치를 ON에 맞춰 급유 여건을 만들었다. 이제 급유차의 보급 노즐을 끌어와 수송기의 급유장치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기름을 많이 넣어 봤다며 호기롭게 급유차로 다가간 박기량이 무거운 노즐 무게를 못 이기고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윤경·김다빈이 합세해 힘을 모은 끝에야 겨우 노즐을 이동할 수 있었다. 단일 급유장치와 보급 노즐이 연결된 것을 확인한 정비사가 조종석에서 버튼을 눌러 연료 밸브를 열었고 급유 차량이 압력을 가하자 연료가 호스를 통해 빠르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송기 급유를 마친 박기량은 비행 전 점검 중 하나인 공기 흡입구 확인에 나섰다. 사다리에 올라서자 커다란 프로펠러 아래쪽으로 구멍이 보였다. “이 구멍이 바로 공기 흡입구입니다. 평소 덮여있는 이 빨간 커버를 떼어내면 엔진 일부를 눈으로 볼 수 있죠.” 권 중사가 시범을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공기 흡입구 안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프로펠러가 회전할 수 있는 동력으로 바꿔주는 복잡한 장치들이 보였다. “흡입구 주변의 나사가 헐겁게 조여졌는지 또는 이물질이 끼어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물질이 들어간 상태로 비행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박기량은 권 중사의 안내에 따라 꼼꼼하게 공기 흡입구 내부를 확인했다.
박기량이 CN-235 항공기 시뮬레이터 조종 체험 중 엄지를 치켜세우고 활짝 웃고 있다.
CN-235 시뮬레이터 탑승
“실제로 부산 앞바다 위를 나는 듯하
늘을 지배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수많은 스위치와 버튼, 계기판에 압도당했습니다. 조종석에 앉아 차분하게 조종간을 당기자 수송기가 가뿐히 이륙했죠. 기체 흔들림이 그대로 온몸에 전해지더군요. 수송기 조종석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부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니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다목적 수송기 CN-235를 조종해본 박기량의 소감이다.
전문 조종훈련을 받지 않은 박기량이 어떻게 수송기를 조종했을까? 실제 조종 환경과 차이가 거의 없는 CN-235 시뮬레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거대한 돔 형태의 시뮬레이터는 6축 모션 장치에 의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항공기 가속과 충격 효과를 실감 나게 구현한다. 특정 상황을 체험하거나 극복하는 훈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종석과 교관석의 동일 설계로 실시간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조종사들은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실전을 가정한 다양한 훈련을 하지만 위험이 큰 훈련을 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5비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경험하기 힘든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며 언제 닥쳐올지 모를 비상상황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체험을 마친 박기량은 “수송기 정비사 체험을 하기에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비행기 한 대를 운항하기까지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사를 포함한 수많은 장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앞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볼 때면 자랑스러운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장병들이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글=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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