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작전-친한화 활동으로 전력투구
의료, 교육 등으로 현지 민심 사로잡아
한빛부대원들은 11월의 첫 주말인 지난 5일 렝 가랑 렝(12) 군 집을 방문했다. 한빛부대와 렝 군은 지난해 대민 의료지원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렝 군은 선천성 기형으로 두 다리가 심하게 휘어 걸을 수도, 바로 서지도 못했다. 한빛부대는 렝 군이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국내 대형병원에서 교정수술과 재활치료를 약속했다. 렝 군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재활치료도 성공적으로 끝나 걷고 뛰는 데 걸림돌이 없다. 렝 군과 가족은 이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빛부대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 직업교육
피터 와니(35) 씨는 지난 8월 한빛직업학교 용접과정 수료와 동시에 하이마추어 호텔 신축 현장에 취업했다. 남수단 노동부와 종글레이주(州) 정부가 공인하는 수료증을 취득한 그는 일반 근로자보다 2배 가까운 보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사후관리 속에 전문기술을 활용해 남수단 재건 역군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호텔 신축 현장소장인 알렉스 가고나(36) 씨는 "한빛직업학교의 뛰어난 교육과정 덕분에 우수 기술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며 "공정에 따라 한빛직업학교 수료자를 더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 전수
남수단 보르기지 내 난민보호소(POC)에 거주하는 리옵(34) 씨는 요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지난달 한빛농장 경작 수익금으로 150달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엘리트 계층인 보르시 교사 월급(30~50달러)보다 3~5배나 많고, 시장 봉급과 맞먹는 액수다. 그는 또 한빛농장에서 배운 선진 농업기술을 이용해 POC 부근에 작은 텃밭을 가꿨다. 그는 이곳에서 수확한 작물을 시장에 판매하고, 소득을 얻어 생필품을 구매하는 등 자립 경제기반을 튼튼히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POC를 벗어나 보르시에 정착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일 한빛부대 장병들이 주둔지 인근 한빛농장에서 경운기를 사용하고 있는 한빛교육센터 작목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선진 농업기술 전수로 식량난 해소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한빛농업기술연구센터는 2014년 7월 종글레이주 정부와의 협력사업으로 개장한 한빛농장을 확대·개편한 것이다. 지역주민의 자립과 식량 수급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시범 운영한 한빛농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1만여 평 규모로 확장됐다.
한빛농장에서는 오이·옥수수·상추·과수 등 14종의 외래작물과 오크라·코도라·카사바 등 현지작물 6종을 재배 중이다. 드넓은 공간이지만 관수시설을 설치해 1시간 이내 전 지역에 물 공급이 가능하며, 우기를 대비한 배수시설도 완벽히 갖췄다. 남수단 정부도 적극 협력했다. 개인별로 8~10평의 토지를 공여해 수료생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한빛농장은 현재 농업기술연구센터 실습장으로 활용 중이다. 농업기술연구센터는 10주 프로그램의 생산자 과정을 운영한다. 새마을운동을 통한 의식개혁, 재배학, 전염병 예방, 종자 발아, 텃밭 가꾸기 등에 대한 이론·실습교육을 병행한다. 전문교육과 정신계몽운동은 전년 대비 보르시의 식량 보급 수준을 끌어올려 지역 식량난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수료자는 협동농장 개념의 작목반으로 편성된다. 작목반은 한빛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한 작물을 상품화한다. 이 상품을 한빛부대와 보르 및 POC 시장에서 판매해 수익금을 분배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체득한다. 스스로 땀 흘려 수익을 창출하는 경험은 노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한빛부대 6진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파병임무 종료를 앞둔 지난달 31일 한빛농장에 망고·구아바·파파야 등 과실나무 300주를 심었다. 전 부대원은 남수단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으라는 뜻에서 각자 한 그루의 나무에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적어 부착했다. 이 자리에는 한빛농장 작목반과 생산자 과정 교육생, 지역주민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종족 갈등 줄이는 화합의 장 제공
지난해 12월 개교한 한빛직업학교는 남수단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할 수 있다’는 재건의지를 불어넣고, 지역개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목공·전기·용접·건축 등 4개 분야를 12주 과정으로 교육한다. 수료생들은 본인이 원하면 100% 취업이 보장된다.
한빛부대는 남수단 노동부와 협업해 교육장을 신축하고, 전문교관을 배치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였다. 교육 수료식에는 종글레이주지사,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주조정관 등 남수단 정부와 UNMISS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공인 자격증을 수여한다. 한빛직업학교는 지난 4일 29명의 2기 수료생을 배출했다.
한빛농장과 한빛직업학교는 주민 화합에도 일조하고 있다. 남수단은 딩카족과 누에르족의 종족 갈등이 내전으로 번졌으며, 지금도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빛부대는 교육생을 딩카족과 누에르족으로 혼합 편성해 화합을 도모했으며, 교육생들은 이에 부응하듯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줌으로써 종족 갈등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빛농장에서 교관임무를 수행 중인 딩카족 멜 아브라함 마웃(40) 씨는 “누에르족 교육생을 가르치며 갈등은 없었다”며 “이제는 딩카족과 누에르족이 아닌 남수단 주민으로서 남수단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빛부대는 직업학교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기수부터 제빵과목을 신설해 운영한다.
지난 3일 남수단 한빛부대 장병들이 주둔지 인근에서 한빛직업학교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쉼표 없는 순회진료 1만5000명 돌파
한빛부대는 파병부대 중 지역주민의 적대 행위가 없는 유일한 부대다. 지역주민들은 한빛부대원을 보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는 남녀노소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성과는 민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는 헌신적인 친한화 활동이 있다.
종글레이주는 인구 1만 명당 의사가 0.04명이며, 간호사는 0.09명이다. 주립병원 1곳이 의료시설의 전부로, 이마저도 전문 의료진과 장비·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이로 인해 아파도 진료·치료를 거의 받을 수 없다.
한빛부대는 내전으로 상처받은 주민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대민 의료지원 활동을 펼쳐 호평을 받고 있다. 군의관 4명, 간호장교 3명, 수의장교 1명 등 20명으로 구성된 의무대는 매주 2회 마을을 순회하며 환자를 보살피고 있다. POC에도 주 1회 방문해 환자를 치료 중이다. 이를 통해 대민 의료지원 1만5000명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7월에는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에도 주민에게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순회진료를 지속했다. 렝 군의 방한치료 역시 한빛부대의 쉼표 없는 순회진료의 결과물이다.
한빛부대의 우수한 진료 능력은 주변에도 널리 알려졌다. 보르기지 내 유엔 직원과 타국 파병 장병이 찾는 사례도 흔하며, 지역 주요 인사들도 검진을 위해 부대를 종종 방문한다.
태권도 교실 ‘한류 전도사’ 역할 톡톡
태권도는 ‘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2013년 3월 한빛부대 1진 주둔과 함께 태권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어 6진이 태권도 교실을 개설함으로써 급속도로 퍼졌다.
UNMISS 직원과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태권도 교실은 수련의 차이에 따라 초급·중급·고급 등 3개 반으로 나뉘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승급·승단 심사도 국기원과 협약을 맺어 자체적으로 시행한다. 심사위원은 한빛부대원 중 승단심사 자격이 있는 4단 이상 장병이 맡는다. 합격자에게는 국기원이 발행하는 공인 단증을 수여해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남수단 곳곳에서는 현재 수천 명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으며, 2016년 리우올림픽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 참가하는 등 ‘붐’이 조성되고 있다. 한빛부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태권도 진흥 유공 부대 표창을 수상했다.
한빛부대는 이외에도 현지기자 미디어 트레이닝, 농업 위주의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방한 연수 등으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남수단에서=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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