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도전 99% 편견 깨고 여군1호 ‘파워 레인저’로
유격교관 첫 임무수행 육군2기갑여단 106기보대대 이세라중사
유격체조·장애물 코스 전체 통제교관 임무 수행
무서운 교관 모습보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돋보여
<여군 ‘레인저 1호’, 육군2기갑여단 106기보대대 이세라 중사가
부대 유격훈련에서 전체 통제교관으로 첫 유격교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듭니다. 힘찬 함성으로 전방에 3초간 발사!”
한 여군 교관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레인저(Ranger·유격전문가)’라고 쓰인 검은색 티를 입고 모자를 썼다. 반사되는 미러 선글라스 때문에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단호하면서 또박또박한 말투로 지휘봉을 든 채 훈련장에 모인 장병 수백 명을 움직였다.
교관은 바로 육군2기갑여단 106기보대대 이세라(29) 중사. 그는 부대뿐 아니라 웬만하면 다 아는 유명인이 됐다. 육군3사관학교 진미은 중사와 함께 육군보병학교 전문유격과정에서 4주간 교육을 거쳐 지난달 2일 여군 최초로 ‘레인저 1호’가 됐기 때문이다.
레인저가 된 뒤 첫 유격교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 중사를 훈련 3일 차인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 유격훈련장에서 만났다.
부대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4박5일 동안 최강의 전사로 거듭나기 위한 ‘2016년 유격훈련’을 펼쳤다. 훈련은 유격체조를 통해 기초체력을 단련하고 기초·산악 장애물 극복훈련으로 자신감을 기르고 장애물 극복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대장을 포함한 56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유격체조를 비롯해 기초·산악 장애물, 화생방, 산악 뜀걸음, 40㎞ 야간 전술행군 등으로 진행됐다. 부대는 검증받은 유격전문가인 이 중사에게 전체 통제교관 임무를 부여했다. 그는 훈련 기간 내내 오전·오후 1시간씩 유격체조와 장애물 코스 전체 통제교관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수많은 병력을 현장에서 통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대에서 유격만큼은 제가 가장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 전문유격과정과 부대의 훈련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교육과정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유격훈련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특히 이 중사는 “무서운 교관의 모습보다는 장병들에게 못 하면 할 수 있게 다독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가서고 싶다”면서 “때로는 집중하지 못하는 장병에게는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유격체조로 벌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장병들이 생각보다 동작도 빠르고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능숙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불사조대대 이석준 일병은 “이번 유격훈련이 여군 교관이라서 다르다기보다 ‘레인저 1호’라는 전문적인 교관이라 다르게 느껴졌다”면서 “개인적으로 담력을 기르는 세줄타기 장애물 훈련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때 이 중사께서 ‘할 수 있다’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줘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유격과정 수료식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던 지난달 7일을 군 생활 가운데 잊지 못할 한순간으로 뽑았다.
<이세라 중사가 ‘줄 매달려 오르내리기’ 코스에서 훈련받고 있는 장병들을 살피며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제가 너무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부대뿐만 아니라 면회 오신 장병 가족들도 이세라 중사가 있는 그 부대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부대에서 열어준 환영식은 죽을 듯이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대는 전문유격교관이 부대에서 배출됐다는 걸 큰 자랑으로 여기고 카퍼레이드와 입구부터 의장대 교차칼 의식을 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었다. 여단 예하 다른 부대에도 이 중사의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한 달간 위병소에 여군 레인저 1호 탄생을 축하하며 현수막을 설치하고, 부대 홈페이지 팝업창에 게시했다.
이 중사는 “조교들도 레인저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 이번 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서포트를 해주겠다고 말해 든든했다”면서 “모든 장병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유격훈련을 잘 마쳤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여군 유격교관에게 훈련받은 추억을 남기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유격대장 한욱현 중령은 “역시 이세라”라고 이 중사를 극찬하며 “전군에서 유격전문가가 200명도 되지 않는데 그중 한 명이 우리 부대, 그것도 여군이 교관으로 활동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울러 유격훈련을 통해 장병들에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부여 및 부대 단결력 강화, 사기증진을 도모하고 극한상황에서도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한 강한 부대로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에서 글=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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