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쿠바 외교장관과 첫 장관회의
‘양자협력’ 등 사안 논의 … 강력한 수교 의사 전달
쿠바를 방문중인 윤병세(왼쪽) 외교부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쿠바의 브루노 로드리게스(Bruno Rodriguez)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우리 정부의 외교를 통한 ‘북한 우방국 공략’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북한 우방국에 대한 ‘타깃 외교’로 북한을 성공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을 방문하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3국을 순방한 데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쿠바 외교장관과 양국 간 첫 장관회의를 가지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 장관의 이번 쿠바 공식 방문 목적은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세션 참석. 하지만 현지에서 윤 장관의 활동은 그 이상이다. 윤 장관 역시 “제 방문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진행된 회담에 대해 ‘양자협력’과 ‘글로벌 협력’ ‘인사교류’ 등 상호 관심 사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담은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75분 이상 진행됐는데 언론에 의하면 우리 측은 쿠바 측에 강력한 수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은 이후 교류가 단절되며 현재 미수교 상태다. 윤 장관은 회담 후 외교부 공동취재단에게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했다”면서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비록 관계 정상화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없었지만 이번 양국 장관회담이 북한에 주는 심리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이란에 이어 우간다,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쿠바마저 우리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간다는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군사·안보·경찰 협력 중단’을 선언해 북한을 ‘멘붕’에 빠뜨렸다. 미 국무부 관계자가 매우 성공적인 방문이자 환상적인 결과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성과가 확실했다. 이에 앞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핵무기 개발이 결코 안보를 증진시키지 못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며 북핵 불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나타내 북한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혈맹, 형제국으로 통하는 쿠바의 이탈은 북한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는 1960년 수교 이후 1986년에는 카스트로가 북한을 방문하고 ‘친선협조조약’을 체결할 정도로 긴밀하다. 지난달에는 북한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과 회동을 갖고 양국 관계를 확인했다. 김정은은 이달 초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85번째 생일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쿠바가 반세기에 걸친 빗장을 열고 국제사회로 나오며 그 관계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바는 지난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지난 3월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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