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로 본 EOD와 EHCT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진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의 폭탄테러 사망자가 34명으로 집계됐다. 나흘 전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마지막 주범 살라 ‘압데슬람’을 체포한 벨기에 수사당국은 이번 브뤼셀 테러를 IS의 보복공격으로 보고 파리 테러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추적에 나섰다. 또한 230여 명으로 추산되는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테러는 지난해 11월 공연장과 축구장 등 소프트타깃을 시간차 공격한 IS의 파리 테러와 비슷하게 출근길 브뤼셀 시민들이 모이는 대중교통시설을 동시에 타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IS 조직원들이 벨기에 등 유럽 내에서 조만간 추가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유럽 각국은 공항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경비를 강화하는 등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도심에서의 폭탄테러를 위한 폭발물이나 야전에서 게릴라들이 이용하는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 급조폭발물. 보통 사제폭탄이라고 한다.)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 폭발물 처리팀)과 EHCT(Explosive Hazards Clearance Team : 폭발물 개척팀)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오늘은 이 두 팀에 대해 알아보겠다.
테러가 발생한 공항 대합실에서 부상당한 듯한 여성이 엎드려있는 모습. 자욱한 연기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었다. IS는 계속해서 소프트 타겟을 공격하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제공 : 연합뉴스)
EOD
EOD는 경찰이나 군대에서 폭발물처리 전문교육을 받은 요원으로 편성된 부대로서 폭발물의 설치, 제거 및 해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군 EOD의 경우 병기병과에 속해있다. EOD의 요원들은 폭발물과 이를 작동시키는 복잡한 회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각종 폭발물 관련 상황들에 대비하도록 되어있다. 흔히 폭발물 해체 작업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름에서도 나오듯 실제로 하는 일은 폭발물 처리이지 폭발물 해체가 아니다.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것과 다르게 폭발물을 해체하기보다는 주로 액체 질소 등에 담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해체보다는 이쪽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동이 불가한 경우 최소규모의 방폭벽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폭발시키거나 상황에 따라 물포총(고압으로 물을 발사) 등으로 폭탄의 배터리만 정밀 파손시켜 폭발을 불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불가능한 경우,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해체작업은 매우 정교한 작업으로써 전자회로지식과 화학지식 등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된다. 폭발물의 특성상 일단 폭발하면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가 가해지다보니 이를 처리하는 대원의 정신적 압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이유로 상황 발생 시 출동 요원뿐만 아니라 대기 요원들의 분위기는 매우 날카로워진다. 특히 EOD대원들은 그 특유의 두터운 방호복으로 상징되는데, 사실 이 방호복으로도 수류탄정도의 폭발력밖에 막지 못 한다. 단지 폭발물이 터졌을 때 생명을 잃는 등의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또 정밀 작업 때문에 손에는 보호 장비를 충분히 착용할 수 없다.
을지포커스 훈련 중 한국과 미군의 EOD요원이 합동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 EOD팀의 능력을 서방세계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EOD에 지원하는 방법으로, 군대에서 탄약 관련 특기를 받거나 특전부대에 근무하여 EOD교육을 받아 종사하는 방법과, 특전부대 전역 후 경찰 특채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부사관 이상의 대상만 받을 수 있는 전문 교육이 필요하고, 이런 교육이 가능한 곳은 군이 거의 유일하다. 경찰 특채로도 관련 경력이 최소한 4~5년은 되지 않으면 채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찰특채는 실기시험을 직접 보지만 그 실무에서 앞서 언급한대로 회로와 전자기기에 대한 지식, 화학적 지식과 더불어 기계공학적 지식도 요구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종사한 미군 EOD대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무장 세력의 IED 경우 TV리모콘을 이용해 간단한 원격조종 기폭장치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시계태엽을 응용해 간단한 기계식 시한신관장치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EOD대원에게는 상당히 광범위한 관련지식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육군의 경우, 병사도 EOD 특기를 받을 수는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폭발물을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병의 EOD특기는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 EOD대원은 부사관급 이상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공군 EOD과정의 경우, 항공탄약정비특기 소유자로 1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는 부사관 이상 간부에게 입과 자격이 주어지며, 입과 후 교육과정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 해군의 경우 반드시 특수부대인 UDT/SEAL이 아니더라도, 병기부사관들 중 대한민국 공군의 EOD 관련 교육을 통과하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공군은 전군 EOD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수준도 높다보니 해군은 EOD 교육을 공군에 위탁하며, 때문에 해군 EOD 대원들은 공군 EOD 휘장을 단다.
공군 제15전투비행단 E.O.D 요원들이 안전조치를 완료한 항공탄을 옮기고 있다. 한국군 내에서는 특히 공군 EOD요원들의 수준이 높아 해군에서는 공군에 교육을 위탁하고 있다.
[대한민국 특수부대 공군 폭발물처리반 EOD 영상]
EHCT
보통 위험성 폭발물 개척팀이라 불리는 EHCT는 책임지역 내에서 발견된 급조폭발물 등 위험성 폭발물을 정찰 및 제거하며, 이에 대한 정보수집과 보고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성 폭발물이란 지뢰와 급조폭발물, 상용폭약 등 전장에 존재하는 모든 폭발물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EOD팀과 EHCT는 폭발물의 설치와 제거, 해체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지만, EHCT의 주 임무는 아군의 공격기동로나 이동로를 수색 정찰하여 안전지대를 표시하고, 제거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 폭발물을 제거하는 등 아군의 원활한 기동력 확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EOD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EOD정도로 고도의 폭발물 처리기술을 요한다기 보다는 폭발물을 수색·탐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부사관급의 전문 인력이 아니더라도 훈련을 통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리 군도 육군을 비롯해서 공군과 해병대에서도 EHCT를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보다 심도 있는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 공병학교 교육생들이 미국에서 파견된 IED대응 통합센터 전문교관의 시범을 참관하고 있다. 육군뿐만 아니라 해병대에서도 EHCT 훈련이 실시 중에 있다.
사실 폭발물을 탐지하는데 가장 요긴한 수단은 훈련된 폭발물 탐지견이다. 현재 지구상의 대부분의 폭발물에는 TNT계열의 화약이 쓰이는데, 이 TNT에서 나오는 휘발성 분자의 냄새가 매우 독특해 탐지견을 이용하면 매우 용이하게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탐지견을 양성해내는 과정이 매우 힘들고 고비용을 요하며, 만약 전장상황에서 탐지견이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면 근본적인 임무수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폭발물 탐지견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미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1997년부터 탐지견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 ‘후각’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수년의 연구 끝에 ‘FIDO’라는 휴대용 TNT 탐지기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곧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되어 활약하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EHCT는 아프가니스탄의 마을을 수색하며 IED를 제작하는 인원을 색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많은 IED제조자들이 실험이나 제조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며 손가락을 일부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EHCT는 여기에 착안하여 마을을 수색하며 용의자들을 색출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부작용이 많았고, 결국 FIDO를 이용한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우리 군 역시 보다 고도화된 탐지장비를 이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폭발물 수색능력을 배양하고 있는 중이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FIDO’탐지기를 이용해 IED제조 용의자를 검문하고 있다.
<벨기에 국왕 및 총리 앞 박근혜 대통령 위로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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