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퍼스트는 생존과제... 30년 뒤에도 종이신문 본다"
- 매체변혁, 새로운 길을 찾는다
미디어산업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전개되며 기존엔 상상도 하지 못한 형태의 미디어가 등장하는 등 세계 언론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듯 모바일 전문 언론사가 부상하는 한편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방송사와 인쇄매체 중심의 신문사 등 올드미디어들은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기술 발달이 초래한 미디어환경에 대한 적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 국방일보 역시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대 장병들이 국방일보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용학기자 |
● 기술발달로 언론의 패러다임 변화
미디어산업은 지금 ‘디지털혁명’ 중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등 기술 발달을 바탕으로 언론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 PC 기반의 인터넷 매체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미디어산업의 기본적 성격이 변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뉴스 소비 기기가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며 미디어산업은 전례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1만7607개였다. 이중 인터넷 신문은 5950개에 달한다. 인터넷 신문은 2013년 4916개에서 지난해에만 1034개가 늘었다. 지난 10년을 살펴봐도 폭발적 성장세다. 인터넷신문은 2005년 286개에서 무려 20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뉴스 기기는 스마트폰(41.3%)이었다. TV(29.5%), PC(21%)가 그 뒤를 이었고 종이신문은 5.3%에 불과했다. 같은 기관이 조사한 미디어 이용률 추이 역시 이러한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동형 인터넷은 2010년 31.3%에서 2014년 69.5%로 치솟은 반면 고정형 인터넷은 2004년 68.7%에서 2014년 49.9%로 급락했다. 종이신문은 더 심각해 1993년 87.8%에서 지난해 30.7%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2004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PC와 모바일 이용자 행위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 이용자 수가 2004년 2540만 명에서 10년 만에 3060만 명으로 증가했다.
● 전 세계 언론사들 ‘디지털 퍼스트’ 주창
이 같은 상황에서 언론사의 위기의식은 종이신문과 방송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국내외 언론사들은 모두 혁신을 외치며 생존을 모색 중이다. 그 방법의 중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종이신문 기반의 운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디지털적 사고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뉴욕타임스는 ‘독자 주의 유도’와 ‘독자와의 감정적 연결’ ‘기사의 비주얼화’ ‘여러 실험을 통한 독자의 관심 발견’ 등 독자 개발을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조직 개편과 기사작성 등에 있어 혁신적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중앙일보도 ‘혁신보고서’를 개발하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중앙일보는 혁신보고서에서 ‘뉴스는 마감 없는 흐름이다’와 ‘다시 콘텐츠다’라는 키워드를 뽑아내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모바일 모든 매체를 세포막으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로 설정한 후 하나의 콘텐츠를 각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 세분화해 제공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의 적극적 활용과 수용에는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SBS는 2000년부터 보도국에 인터넷뉴스팀을 설립하고 취재기자들이 취재 뒷얘기를 풀어놓는 ‘취재파일’의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긴 문장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들의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8~9년이 흐른 현재는 SBS 뉴스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일부 매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카드뉴스’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중심의 기사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단순한 디지털 우선주의는 실패 확률 높아
하지만 ‘디지털 퍼스트’는 단순한 온라인 우선순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지면에 기사를 게재하기 전 온라인으로 먼저 송고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종이의 제약에서 벗어나 최우선으로 가능한 최고의 디지털 보도’라고 정의한다.
이는 다음 날 신문 1면과 나머지 지면 구성에 대한 고민 후 디지털보도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당일 디지털로 가능한 좋은 보도를 소화한 이후 그중 기사를 선별해 다음날 1면을 장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67차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뉴욕타임스의 슐츠버그 회장은 “종이신문 1면 기사를 결정하는 편집회의 대신 이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디지털 독자를 위한 스토리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디지털 뉴스 소비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수 전문가는 PC 기반에서 이동형 기기로 뉴스 소비 플랫폼이 이동하며 독자들이 인쇄매체와 같은 긴 문장을 소화할 인내심이 없어졌다고 분석한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의 정재민 교수는 지난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에서 “디지털 시대 독자들은 정보에 대한 탐색보다 시간 보내기로 뉴스를 소비하고 스스로 언론을 찾아 기사를 보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변한 만큼 이제 언론사가 직접 독자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디지털 성공 위해 기술인력과의 조화 필수
디지털 우선 전략에 성공한 대부분의 매체들은 기존 시스템으론 새로운 변화 적응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퍼스트’는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인재의 유입을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고나 사업국뿐 아니라 편집국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수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복스미디어 등과 같은 미국의 신생 미디어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디지털 퍼스트’를 주도하는 전통 미디어들도 이러한 흐름을 수용하고 있다. 이들은 편집국 내에 수십, 수백 명의 엔지니어와 웹 디자이너를 채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기술인력도 기자로 대우한다. 표현 방식이 다른 ‘저널리스트’이지 기자를 보조하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와 인포그래픽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다른 종류’의 기자라는 의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뉴스 취재 및 보도와 관련된 가장 최적의, 연관된 기술을 조언하는 비즈니스 리포터를 별도로 두고 있다.
● 30년 뒤에도 종이신문 구독
이러한 변화 속에서 종이신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많은 종이신문이 디지털에서 생존 방안을 찾는 이유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종이신문 고유의 장점으로 그 유용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4년 당시 고교 3년생이던 일반계 및 전문대 학생 4000명(현재 30세)을 대상으로 11년 동안 대학 진학과 졸업, 취업에 이르기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신문을 구독한 가정의 학생들이 비구독 가정 학생들보다 수능시험 성적이 과목별로 6~8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좋은 직장’ 취업률도 32.2%로 약 5.7%포인트가 높았다. 월 평균 임금도 약 10만 원 정도 많았다.
종이신문의 끈질긴 생명력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신문 독자들은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했다는 결과도 고무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1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신문 독자의 74.4%가 앞으로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문이 계속 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84.5%에 달했다.
또한, 71.1%가 신문이 인터넷·모바일 신문으로 대체되는 것에 반대했다. 신문의 미래에도 비교적 긍정적 전망이 많았는데 응답자 중 41.4%가 30년이 지난 이후에도 신문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 미래의 종이신문은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3년 내놓은 연구서 ‘스마트시대 신문의 위기와 미래’는 종이신문이 추후 대졸 이상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 정보 엘리트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서는 정보 엘리트의 욕구에 맞춰 단신과 속보 위주 대신 신문 콘텐츠는 기획기사, 논평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부분은 국방일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인쇄매체는 속보성에서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결국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국방일보에도 해당하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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