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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창간51주년 기획] "후배들아~ 국방일보 정독하며 자기발전 기회 삼아라"

"후배들아~ 국방일보 정독하며 자기발전 기회 삼아라"

임충빈 前 육참총장 어느 멋진 가을날 후배들과 유쾌한 대담

22개월의 복무 기간 낭비 아닌 투자 시간

“국방일보 정독하며 자기발전의 기회로

 

 

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이 육군8사단 수색기갑대대 장병들을 만나 40여 년 군 생활에서 우러나온 인생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주훈 소위, 민용기 상병, 노하유 하사, 임충빈 전 총장, 주현우 중위.

 

 

임충빈 전 총장이 육군8사단 사령부에서 특별강의를 하고 있다.


 

 

때론 우연한 기회가 인생을 결정한다. 생각하지 않았던 한마디의 조언이 그 사람의 인생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11일 육군8사단 기갑수색대대 장병 4명은 군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만남을 경험했다. 이들은 부대를 찾은 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이하 임 총장)을 만나 군 생활의 고민을 공유하고 군과 개인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이날 임 총장은 1984년 11월부터 25개월 동안 대대장으로 복무했던 부대를 찾아 자식 같은 후배들에게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를 건넸다.

    

첫 만남의 어색함 금세 사라지다



 전 육참총장 대면의 행운을 얻은 장병들은 대대의 주현우 중위와 김주훈 소위, 노하유 하사 등 초급 간부들과 민용기 상병. 첫 만남은 어색했다. 하지만 나이와 신분이 주는 간격이 좁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관심 사항을 중점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임 총장은 40여 년 군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그들에게 전해줬다.

 초급 간부들은 간단한 인사 후 바쁘게 질문을 쏟아냈다. 시작은 주현우 중위였다. 주 중위가 “40여 년 군 생활을 관통했던 총장님의 생활신념이 궁금하다”고 하자 임 총장은 명쾌하게 답했다.

임 총장은 “생활신념은 나를 반성하면서 채찍질하는 이정표”라며 “또한 편해지고 게을러질 수 있는 순간에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할 수 있는 동기를 다시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지휘관 시절과 참모 시절, 그리고 일상생활 중 가슴에 품었던 생활신념을 설명했다.

 “지휘관 시절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慾者勝)’을 생각하며 최고의 부대를 만들기 위해 지휘했고, 참모 시절에는 ‘그 직책에서 최선을 다해 그 직책에서 최고가 되자’라는 자세를 가지고 생활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선인들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죠.”

 쉽지 않은 용어에 장병들은 머리가 복잡해진 듯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하동욕자승’이란 리더가 자신의 비전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부하들이 그 비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덕불고 필유린’은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어려울 때 같이해 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의미로 논어 이인편에 수록된 문구다.

 


 

 

 

군 복무 기간은 소중한 경험의 시간

 

 

 어찌 보면 1대4의 불리한 대담(?)이었다. 4명 장병들의 넘치는 의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임 총장은 한때 자신이 지휘한 부대의 후배들이기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하나의 질문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취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군 복무 기간이 인생에서 정체된 시간이 될 것 같은 두려움도 크다”는 민 상병의 고민에 임 총장은 22개월이란 복무 기간을 낭비가 아닌 학습과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군 복무 기간을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라를 생각하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수련의 기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민 상병도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나라를 생각해 보고 안보현실을 실감 있게 접한 적이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훈련과 경계근무를 하면서 남북 군사 대치 상황과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게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국방의 의무가 자랑스러워질 것입니다. 또한 나약한 나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단련할 수 있는 기회임도 알게 될 것입니다.”

 조언의 연장선상에서 군 생활 중 임무분석을 통한 역할 숙지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명확한 임무분석을 통해 해야 할 임무(업무)를 확실하게 알고 그것에 임해야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임 총장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고 최종 상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마음의 준비, 시간사용 계획 등을 할 수 있고 목적 달성도 쉬워져 보람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급 간부 리더십 발휘 “경험이 중요”

 

임 총장은 초급 간부 시절을 군 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소중한 기간으로 생각할 것을 당부했다.

 “매일 군에서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진급 등 현실적 문제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는 김주훈 소위의 고민에는 어깨를 두드려주며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다.

 “초급 간부는 높은 빌딩의 기초를 다지는 기간입니다. 하루아침에 큰 인물이 되고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시절의 문제해결 노력과 생활 습관이 중견간부를 향해 갈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임을 다하려면 제대별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 부하의 생명과 전투의 승패를 책임지는 간부들의 능력에는 충분한 제대별 경험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군의 특성상 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접근성 가장 좋은 매체… 다방면 기사 적극 활용을

 


 임 총장은 개인 발전을 위해 국방일보를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국방일보가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활용하기에 따라 개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매체라는 것을 개인 경험을 곁들여 설명했다. 임 총장은 “나 자신도 군 생활을 하면서 국방일보를 통해 타 부대 활동 상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었고, 장병 정신교육 자료로도 활용도가 높아 주의 깊게 살펴보곤 했다”면서 “현재 다방면의 기사가 게재되고 있으므로 정독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후방 각지의 생활공간에는 TV, 일반 신문, 월간지 등이 보급돼 장병들이 관심만 있으면 일반적 시사뉴스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지만 그래도 국방일보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매체인 만큼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군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사안에 대한 노하유 하사의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총장 시절 훈련을 통해 ‘강한 전사,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장병 사기와 복지 증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의 중심군으로서 훌륭한 장병을 육성해 육군에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기 위해 예하부대의 업무를 경감시키고 육군 통제업무를 줄여 예하부대에 더 많이 위임하려고 노력했죠. 취임 후 축선별로 ‘총장과의 대화’ 기회를 만들어 장병들이 육군에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조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한겨울 전방 GOP 현장 방문 당시 ‘지금 시절 어느 국민이 이 추운 겨울에 히터가 없는 트럭을 타고 다닙니까?’라고 반문하던 장병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시간은 짧았다. 진정 어린 조언과 산 지혜를 얻기 위한 치열한 공방(?)에 예정됐던 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길지 않았던 이날 만남이 남긴 여운은 결코 그 시간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육군8사단 후배들에게아주 특별한 강의를“

“ 국군의 이념·신념에 걸맞은  ‘신뢰받는 군’으로 만들어야”

 

30여 년 만의 고향집(?) 방문과 같은 나들이였다. 하지만 임 총장은 단순한 방문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부대에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임 총장은 이날 육군8사단 수색기갑대대 방문에 앞서 사단사령부에서 간부 대상의 특별 강의를 했다. 임 총장은 이날 강의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현실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를 진단하고 40여 년 군 생활을 통해 체득한 삶의 지혜가 담긴 ‘지휘 철학’을 공유했다. 임 총장은 “지난 8월 북의 도발 당시 우리 군의 성공적 대응 뒤에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군의 부응이 있었다”며 “대통령님의 명확한 지침과 장병들의 전역 연기 요청, 국민들의 성원이 더해져 확고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후 동북아 정세와 그에 따른 한반도 상황에 대한 깊이 있고 냉철한 분석은 참석자들에게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임 총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나라를 잃었던 1세기 전과 같다”며 “군 간부들이 국제안보환경 변화에 대해 식견을 가지고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40여 년 군 생활을 통해 터득한 지휘철학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며 국군의 이념과 신념에 맞는, 신뢰받는 군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임 총장은 “간부는 항상 ‘부대관리’와 ‘교육훈련’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인권과 인격 존중’ ‘현장 중시’ ‘생명과 관련된 업무에서의 융통성 비허용’ ‘준비된 참모·지휘관’ ‘부하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결심하기’ ‘일과와 일과 후의 구분’ ‘자신에 맞는 십(Ship)의 개발’ 등을 조언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사단 간부는 “의례적 강의를 예상했는데 깊이 있는 내용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군 장교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