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멋진 장교가 되자…무더위 속 담금질”
- 육군사관학교 하기 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교육생! 맨손으로 줄을 잡고, 낙하지점으로 신속히 이동합니다. 자신 있습니까?”
“네! 자신 있습니다.” “‘유격대’ 크게 3회 복창하면서 하강!” “유격대~ 유격대~ 유격대~!”
교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산 중턱에서 활차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교육생이 힘찬 유격구호를 외치며 하천으로 몸을 날렸다. 줄을 타고 “주르륵”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나갔다. 최대 44m의 높이를 날아 189m를 활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3초. 어느새 착지 지점에 다다르자 통제교관은 수기신호를 보내며 “삑” 하고 낙하지점을 알리는 호각을 불었다. “풍덩” 소리와 함께 교육생은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멋지게 수상낙하했다.
교육생들 ‘유격’ 구호 속 장애물 극복훈련 구슬땀 ‘전투프로’ 되기 위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 계속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진정한 전우애 함양
<육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가 하기 군사훈련 중 하천장애물 극복훈련의 일환인 수중수직낙하 훈련을 하며 8m 높이의 탑에서 수상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사진제공=정기철 중사>
<육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가 하기 군사훈련 중 하천장애물 극복훈련의 일환인 하향횡단훈련을 하며 최대 44m 높이의 산 중턱에서 189m를 활강해 수상낙하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제공>
▶두려움 극복하며 담력·자신감 배양
장대비와 무더위가 반복되던 지난 19일 오전 11시,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있는 육군보병학교 동복유격장에서는 육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들의 하기 군사훈련이 한창이었다. 230여 명(외국군 수탁생 3명·여생도 21명 포함)의 3학년 생도는 15일 입소식을 시작으로 체력단련과 산악장애물 극복훈련을 거쳐 5일차 하천장애물 극복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생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유격체조로 몸을 풀었다. 흙에서 물에서 뒹굴며 땀범벅이 된 교육생들은 이어 ‘하향횡단훈련’을 하기 위해 활강대가 있는 산 중턱까지 걸어 올라갔다.
활차를 이용해 수중낙하 하는 하향횡단훈련은 A·B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교육생들은 79m를 횡단하는 B코스를 통과한 후 189m의 A코스 횡단에 도전했다.
시속 60㎞의 체감속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189m를 활강해 수상낙하 하는 A코스는 동복훈련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애물 극복훈련의 하이라이트다.
창수진(22) 생도는 “사실 하강 전에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물속으로 비행 착지하며 해냈다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유사시 로프 등 간단한 도구를 활용해 험준한 애로 지역을 신속히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강을 완료한 교육생들은 안전줄과 연결고리를 제거하고 다시 다른 쪽 모형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어진 훈련 역시 수중담력훈련의 일환인 수중수직낙하훈련. 8m 높이의 탑에서 수상으로 뛰어내리는 훈련이다. 교육생들은 양 발꿈치를 모으고 일자로 떨어지며 두려움도 함께 떨쳐냈다.
조봉기(소령) 유격대장은 “2주간의 훈련 중 하천장애물 극복훈련은 높은 곳에서 수상으로 뛰어내리거나 수심이 깊은 곳을 도하하는 훈련으로, 평소 높은 곳이나 물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던 교육생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배양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훈련을 통해 신속히 하천을 도하·횡단하는 법을 체득함으로써 유사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전투지휘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반복·숙달로 전투 수행능력 높여
이날 훈련은 완전군장 차림으로 가슴까지 오는 하천물을 헤치며 전진해 도하 능력을 숙달하는 ‘급조 도하훈련’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훈련의 막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생존·침투훈련에 이어 정찰감 시 매복·습격훈련까지 2주차 훈련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매년 7~8월 하기 군사훈련을 통해 초급장교로서 필요한 기초 전기전술을 숙달하고 있다.
1주차에는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격체조와 기초·산악장애물 극복훈련, 동복유격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수상담력 하천장애물 극복훈련을 통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배양한다. 특히 산악등반과 하강훈련은 최대 60m의 암반코스에서 실전적으로 이뤄진다.
2주차는 종합유격과정으로 생존·매복·침투·습격 등 특수전 위주의 과목을 숙달하며 전투지휘능력을 배양한다. 종합유격훈련 간에는 특수전 상황을 부여해 팀별로 매복과 야전 취사로 생존한다.
교육생들은 침투·습격과 도피·탈출을 반복·숙달하며 유격전 수행능력을 완벽히 체화한다. 이때에는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목표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마지막 훈련 복귀 시까지 완전군장으로 주야 100㎞ 이상의 전술행군을 하게 된다.
학교 관계자는 “하기 군사훈련의 목적은 세 가지”라며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과 지휘실습을 체험하는 것, 그리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효(24) 생도는 “유격훈련을 하며 극한 전장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 진정한 전우애를 느꼈다”며 “소대장으로 부임하면 강하고 단결력 넘치는 멋진 소대로 지휘해 가겠다”고 밝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 또래 친구들은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지만 육사 생도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정예 전투 프로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 육사, 생도 군사교육 추진 중점-하기훈련 군사적 역량 강화에 초점
육군사관학교는 올해부터 위국헌신의 정예장교 양성을 위한 아키텍처를 재정립하고, 생도들이 소부대 전투지휘자로서 구비해야 할 전투기술과 지휘능력을 숙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도들은 6가지 중점 역량을 갖추고 4가지의 내면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교육받고 있다.
갖춰야 할 중점 역량으로는 사명감, 가치관, 군사적·신체적·사회적·지적 역량, 도덕성, 윤리의식 등이 있으며, 내면적 태도로는 자기주도·관계인식·자기절제·조직기여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하기 군사훈련도 군사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투철한 군인정신과 소명의식 함양에 주안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또 학교는 사명감과 가치관 정립을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판단하고, 이에 맞는 학년별 훈련 목표를 세워 교육하고 있다.
1학년은 분·소대 편제화기와 독도법을 포함한 기본전투 기술을 습득하고, 2학년은 분대전투와 공수기본훈련을 이수한다. 3학년은 소대 전술 공격·방어 실습과 유격훈련을 하고, 4학년은 교관화 실습과 임관종합평가를 통해 군사적 역량을 배양하고 있다.
전 학년 모두 야전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주·야·주 연속으로 실전적인 집중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Learning & Teaching 기법을 적용해 생도 주도의 참여형 훈련으로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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