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자료/국방일보

병 치료해주고 교실도 고쳐주는 ‘희망의 불꽃’

병 치료해주고 교실도 고쳐주는 ‘희망의 불꽃’

UN PKO 20주년 특집 남수단 ·파키스탄에 펄럭이는 유엔기와 태극기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7월 31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공병부대원 250여 명 등으로 구성된 상록수부대가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 군의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파병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 1994년 서부 사하라에 국군 의료지원단이 파견됐고, 1995년엔 앙골라에 공병대대가 파병됐다.


그리고 동티모르 상록수 부대와 아이티 단비부대를 거쳐 지금은 레바논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가 PKO의 일환으로 세계평화와 재건 지원을 돕고 있다.

UN PKO 파병 20주년을 맞아 남수단에서 재건지원을 돕는 한빛부대부터 파키스탄에서 정전감시단 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을 만나봤다. 특히 부대 차원이 아닌 개인 파병 중인 장병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부대와 장병들의 성공적인 활동상과 동맹군과의 관계, 현지 반응 등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의료 지원 ‘신의 선물’로 불리며 인기 10㎞ 떨어진 곳서 환자 찾아오기도  비만 오면 물 차던 보육원 바닥에 시멘트 깔고 진입로 새 단장  쓰레기장 같던 공터, 운동장 변신

 

<남수단 보르 지역 아피르 마을에서 한빛부대 의료지원팀의 군의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한빛부대 장병에게서 율동을 배우고 있는 보르 보육원생들.>

 

▶ 신의 선물- 정성어린 의료 봉사

 지난 10일 한빛부대 주둔지에서 7.2㎞ 떨어진 아피르 마을. 부대의 의료지원팀이 도착하자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노래를 불렀다. 환영의 표시다. 옷도 울긋불긋 화려했다. 장병들을 위해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입은 것이다. 부대는 매주 수요일 여기에 진료소를 개설했다.

 아피르 마을에는 28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몹시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생활수준이다.

 군의관 선상규(34·군의 41기) 대위에 따르면 이곳 진료소를 찾는 환자의 질환 과반수는 감염이 차지한다. 상처를 통해 세균이나 기생충 등에 감염되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다치고 부러지는 등의 외상. 말라리아는 다행히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이 지역에서의 의료지원은 처음이기에 주민들의 호응은 크다. 10㎞떨어진 곳에서도 진료를 받으러 찾아올 정도. 그래서 ‘신의 선물’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진료 중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면 한국에서 가져간 주둔지 내의 의무쉘터에서 받는다. 병리검사와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무쉘터는 이 지역 최고의 의료시설. 종글레이 주 지사 부인도 이곳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이날 척추협착증 판정을 받은 아렝 마츠(65) 씨도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에 따라 다음날 부대에서 추가로 검사를 받는다. 매번 환자 중 4~5명은 이처럼 부대에서 다시 한번 검사를 실시한다.


 ▶ 공부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다음날 찾아간 보르시 보육원. 동행한 NGO 단체 ‘초록우산’의 박지혜 씨는 보육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그가 있던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보육원은 지형이 낮아 비만 오면 고립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부대는 물이 차올라 수업을 할 수 없었던 보육원 교실 바닥에 시멘트를 깔았다. 쓰레기 처리장 같았던 공터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진입로 200여m 길도 새로 단장했다. 특히 이날은 장병들이 정성껏 만든 책걸상도 공여됐다. 칠판과 종, 분필, 지우개, 태양열 충전기와 축구공 및 축구 골대도 전달했다. 모포와 모기장도 전해주기로 했다.

 보육원이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190여 명은 모두 한마을에서 살았다. 2011년 부족 간 분쟁으로 마을 주민이 한꺼번에 몰살당하는 바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이웃 마을 주민이 거둬들이며 시작된 것이다. 보육원 학교는 현재 이들과 인근의 학생 등 총 30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의료지원과 함께 물자 공여, 원생들과의 축구시합, 그리고 장병들의 레크리에이션 지도까지. 이날만큼은 주민과 장병 모두에게 허락된 축제였다.


 

▲ 한빛부대 파병 경과
 2012. 9. 27 국회 파병동의안 통과
         11. 27 병력 선발(282명)
 2013. 1. 7 한빛부대 창설
          2. 28 선발대 전개

 


 ▶ 재건지원 임무 본격 추진

 부대의 임무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이를 위해 전개 후 3개월간의 임시숙영지 건설과 주둔지 안정화 작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1일부터는 남수단 임무단(United Nations Mission in South Sudan)으로부터 부여받은 재건지원 임무와 MOU에 포함된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한 민군작전지원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주둔지인 보르시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쓰레기 매립장(50m×50m 4개) 건설사업을 비롯해 남수단에서의 UN 항공 수송의 50%를 차지하는 보르 공항의 활주로와 헬기장 건설 및 보수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게 민사협조반장 이진성(41ㆍ학사 27기) 소령의 말이기도 하다.

 아울러 부대는 종글레이 주의 주요 도로에 대한 보수와 개선 작업, UN기지 공병 지원, 재건작전을 위한 물자 수송 등의 작업과 함께 태권도 교실과 축구교실을 열어 남수단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 시 난타·사물놀이 공연 등을 실시해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 남수단 보르까지의 거리는 1만2000㎞.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간 멀고 먼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간에 걸친 내전의 아픔이 숨어 있다. 그 상처를 보듬고 희망의 불씨를 피우게 하는, 한빛부대는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두차례 내전 치르고 독립  석유·철·구리 등 천연자원 풍부

 

▶ 남수단은?

 남수단의 정식 명칭은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이다.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2.8배인 62만㎢이며 인구는 1062만 명에 이른다. 수도는 주바(Juba)로 한빛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보르 시를 포함한 종글레이 주 등 10개 주로 구성돼 있다.

 1899년 영국-이집트 공동통치가 시작되면서 행정적으로 수단을 북부와 남부로 분리한 후부터 현대의 남수단이 등장했다. 수단 북부는 이슬람을 믿는 아랍계 민족, 남부는 토착 신앙과 기독교를 믿는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종교·인종·문화적인 이질감이 심했다(남수단 기독교 50%, 토착신앙 40%, 이슬람 10%). 이로 인해 1956년 수단으로 독립되기 이전부터 북부와 남부는 두 차례에 걸친 내전(1955~1972년, 1983~2005년)을 치렀다. 2011년 7월 9일 수단에서 분리돼 독립국이 됐고, 193번째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남수단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가장 대표적인 자원은 석유로, 하루 18만 배럴을 생산한다. 예산의 98%가 석유로 들어올 정도로 석유 의존율이 높지만, 송유관과 수출항은 모두 수단에 몰려 있는 상태다. 이 외에도 철, 구리, 다이아몬드, 목재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글·사진=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국방일보바로가기: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mai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