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물지 않는 그날의 상흔
1950년 6월 25일.
찢어지는 아픔이 시작된 그날.
방긋 피어났던 개망초가 검붉게 물들고
매캐한 화약내는 피죽바람을 타고 강물 속으로 스며든다.
때아닌 천둥소리에 놀란 산노루는 가시덩굴로 숨어들고
배고픈 삵은 퀭한 눈으로 쓰러진 시체 위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구슬피 울어대는 개구리의 장송곡을 들으며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무거운 그림자를 끌고 간다.
2013년 6월 25일.
한여름 성가신 매미 소리처럼 귓가에 맴돌던 총소리가 멈춘 지 어느덧 60년.
곰보빵처럼 얼룩졌던 산야는 초록빛 솜사탕으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강을 향해 머리를 처박고 있던 한강교는 다시 고개를 우뚝 세웠고
검은 뼈대의 집터에는 키재기를 하는 아찔한 빌딩들로 가득하다.
이제 그날의 시린 아픔은 빛바랜 추억의 흑백사진으로 남아버렸다.
그러나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우뚝 서 있는 비목은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지금도 철모는 피눈물을 흘리며 그날의 기억에 괴로워한다.
6월 25일.
우리에게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기념하지 않았을 하루.
상처의 아픈 역사는 잠시 멈춰져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힘이 없다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지금의 평화다.
비목의 이름 모를 주인은 기원한다.
이날을 기억하고 더욱 강해져 또 다른 아픈 기념일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글=국방일보 조용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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